2024년 5월 8일 (수)
(백)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진리의 영께서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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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할머니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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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선 [cskim74] 쪽지 캡슐

2000-10-22 ㅣ No.1960

 

   그리스도의 탄생과 재림을 기다리고 있던 대림4주일,  세종로성당에는 겨울추위와 IMF 한파를 녹여주는 참으로 따뜻한 이야기가 꽃 피워졌습니다. 지난 해 12월 19일 교중미사중 공지시간이었습니다. 주임 신부님 께서는 일생을 가난한 삶으로 살아오셨던 정 복실 (안나) 할머니께서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일생동안 모은 전재산 1억원을 장학금으로 내어 놓으셨다고 발표하셨습니다.  이어 신부님께서는 안나 할머님께 교우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기를 청하셨을 때,  안나 할머님 께서는 드릴 말씀이 전혀 없다고 한동안 사양하시다가 마이크를 잡으시고 이렇게 떨리는 음성으로 기도를 하셨습니다.

 

      "하느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어려서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났습니다.

       남들이 학교에 다닐 때 ...........저도 학교에 무척 가고 싶었습니다.

       일생토록 공부 한번 하고 싶었던 것이 제 소원이었습니다............

       저는 배우지 못했지만 저를 대신해서 후세들이 공부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소망입니다............................

       그래서 공부하는 학생가운데 성직자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주님께 영광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저는 오직 찬미와 감사를 드릴뿐입니다.  아멘.

 

    할머니의 눈물어린 기도가 끝나고 난 후, 주임 신부님 께서는 장학금을 기증하게 된 배경을 간단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할머니의 기도 속에 나타난 바와 같이 안나 할머니께서는 어린나이에 부모님을 여의고 혼자가 되시었으며, 결혼하자마자 곧 남편마져 사별하여 유복녀를 두게 되었습니다. 행상을 하면서 가난한 살림을 꾸렸고, 어린 딸을 키워 고등학교에까지 진학시켰읍니다. 그러던 어느날, 행상을 다녀와 보니 외동딸 마져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다 못해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 있었더랍니다. 그리하여 일생동안 죄책감 속에 지내셨습니다.  딸의 죽음에 대한 속죄와 주님에 대한 소망으로 일생동안 모은 돈을 하느님께 돌려드리기로 결심하셨고 사직공원앞 단칸방 전세금 (2,500 만원)도 세상을 하직한 후 장학금으로 써달라고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이 소식은 평화신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지만 돈과 명예를 자랑하는 우리사회, 남을 생각하기 보다 나만을 아는 이기심으로 가득찬 우리사회, 돈세탁이니 러브호텔이니 원조교제니....등등 이해할 수 없는 신조어가 난무하는우리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며, 회개와 보속으로 아기예수님의 탄생과 대희년의 여명을 기다리던 우리들의 가슴을 찡하게 울려 주었습니다. "사람아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라"는 말씀을 참되게 실천하신 안나 할머니의 가난한 마음과 슬퍼하는 마음은 하느님의 나라가 그 가운데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복음으로 들려 왔습니다.  우리 모두 안나 할머니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아멘.    JT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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