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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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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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4-21 ㅣ No.146258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의 이야기입니다. 원효대사는 친구인 의상대사와 함께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서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당시에는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으니 당연히 걸어서 갔습니다. 어느 날 동굴에서 하룻밤을 자면서 밤에 목이 말라 그릇에 있던 물을 마셨습니다. 그런데 그 물이 꿀맛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일어나서 보니 어제 먹은 그릇은 사람의 해골이었습니다. 그렇게 맛있었던 물이었는데 일어나서 먹으려니 도저히 먹을 수 없었습니다. 원효대사는 문득 깨달았습니다. 깨달음은 장소에 있지 않았습니다. 깨달음은 마음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효대사는 유학을 중단하고 신라로 돌아왔습니다. 원효대사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던 것은 해골에 담긴 물이었습니다. 친구였던 의상대사는 가던 길을 계속 갔고, 당나라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배웠습니다. 의상대사 역시 큰 깨달음을 얻었고 신라로 돌아와서 불교의 가르침을 전했습니다. 의상대사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던 것은 당나라의 고승이었습니다. 깨달음의 길에는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번개처럼 다가오는 돈오돈수(頓悟頓修)이고 다른 하나는 가랑비처럼 다가오는 돈오점수(頓悟漸修)입니다.

 

초대교회의 두 기둥이 있습니다. 한분은 예수님과 함께 지내면서 예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던 베드로 사도입니다. 두려움 때문에 물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나약함 때문에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배반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두려움 때문에 유혹에 빠지고, 나약함 때문에 십자가를 외면하려했던 베드로 사도를 사랑하셨습니다. 그리고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너 나를 사랑하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 주님 사랑합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더 이상 두려움 때문에, 나약함 때문에 주님과 멀어지지 않았습니다. 유혹을 이겨냈고, 십자가를 충실하게 지고 갔습니다. 다른 한 분은 바오로 사도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을 만난 적도 없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직접 들은 적도 없습니다. 오히려 예수님을 믿는 사람을 박해하였습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에게도 깨달음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 위에서 였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마치 번개를 맞은 것처럼 예수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는 걸림돌이요, 그리스인들에게는 어리석음의 표징이었던 십자가는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는 깨달음의 열쇠가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고도 죽었다. 그러나 이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생명의 빵을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가르침이 너무 어렵다고 하면서 예수님의 곁을 떠나갔습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도 생명의 빵을 잘못 이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재물, 명예, 권력을 생명의 빵으로 착각합니다. 불 속으로 날아드는 나방처럼 채워지지 않는 욕망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립니다. 그러나 생명의 빵을 번개처럼 깨달은 사람이 있습니다. 가랑비처럼 깨달음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이 주님의 참된 제자가 되었습니다. 교회의 역사가 되었습니다. 생명의 빵을 얻기 위하여 십자가를 지고 갔습니다. 생명의 빵을 얻기 위해서 모욕과 굴욕을 받아들였습니다. 생명의 빵을 얻기 위해서 순교하였습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나에게 생명의 빵은 어떤 의미일까?’ 여러분에게 생명의 빵은 어떤 의미인가요?

 

영원한 생명은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는 사람들에게는, 오지도 않은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에게는 주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사는 사람들에게 영원한 생명은 시작되는 것입니다. 지금의 충실한 삶이 과거가 되는 것이고, 지금의 행복한 삶이 미래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영원한 생명은 시간과 공간의 문제가 아닙니다. 영원한 삶은 신앙 안에서 지금을 충실하게 사는 것입니다. 물리학적인 시간, 생물학적인 시간은 유한합니다. 그러나 순간을 말씀 안에서 충실하게 사는 사람은 신앙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 끝은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그 끝은 주님께서 이끌어 주시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바로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언제나 감사하십시오. 매일 기도하십시오. 항상 기뻐하십시오.’ 작은 물방울도 시간만 있으면 큰 바위에 구멍을 내는 것을 봅니다. 우리가 열정을 가지고 길을 찾으면 주님께서는 능히 지혜를 주시고, 용기를 주실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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