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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님_“누가 너를 혼인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루카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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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2026-10-31 ㅣ No.192770

* 오늘의 말씀(10/31) :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 제1독서 : 필리 1,18ㄴ-26

* 복음 : 루가 14, 1. 7-11

* <오늘의 강론>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나의 간절한 기대와 희망은 ... 살든지 죽든지 나의 이 몸으로 아주 담대히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것입니다.”(필리 1,20)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담대히”(parrhesia)의 뜻은 “모든 말을 자유롭게 함”을 뜻하며 억눌리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자유와 용기를 가리킵니다. 그러니 바오로에게 중요한 것은 석방이나 안전이 아니라, 어떤 결과가 와도 그리스도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몸과 행위가 또한 그러해야 할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의 집에 초대받은 이들이 서로 “윗자리”를 차지하려는 모습을 보시고 비유를 들어 말씀하십니다.

“누가 너를 혼인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 ~끝자리에 가서 앉아라.”(루카 14,8-10)

이 비유 속에서 초대받은 사람의 관심은 온통 “자리”와 “대우”에 쏠려 있습니다. ‘자리’는 “신분”이나 “계급”의 차이를 만들고 우월감과 열등감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상 잔치에 초대받은 이에게 중요한 것은 ‘자리’가 아니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요, 자신에 대한 ‘대우’가 아니라 초대해주신 분의 ‘호의에 감사하는 일’일 것입니다.

사실, 오늘도 우리를 초대한 혼인잔치에는 말씀과 성찬의 밥상이 너끈하게 차려져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몸으로 밥상을 차리셨습니다. 이 밥상은 윗자리에나, 맨 끝자리에나, 그 어느 자리에나, 모두 풍성합니다. 그러니 자리 밑에서 부스러기만 주어먹을 수 있어도 행복입니다. 잔치에 초대받은 것만으로 이미 행복입니다. 참으로 기뻐하고 감사할 일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여질 것입니다.”(루카 14,11)

이는 사람의 ‘높고 낮음’이 자신의 욕심에 의해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초대하신 분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곧 높낮이는 자신이 정하거나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배정되는 것이며, 주어지는 것이요 부여되는 것임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이 문장의 종결어미는 ‘낮아지고’ 혹은 ‘높여질’ 것이라는 수동태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여질 것’이며, ‘상대를 높이는 이는 높아지고, 상대를 낮추는 이는 자신도 낮추어질 것’입니다.

안도현 시인의 “가을 엽서”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 낮은 곳으로 / 자꾸 내려앉습니다. /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 나는 그대에게 / 무엇을 좀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할지라도 / 그대여 / 가을 저녁 한 때 /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 사랑이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이제, 우리도 낮은 곳으로 떨어져 땅에 뒹구는 이 가을의 낙엽처럼 돌아가 썩어 거름이 될 자리로 가 머물러야 할 일입니다.

주님! 바람 따라 담대히 떨어져 밟힐 줄을, 끌려가 썩을 줄을 알게 하소서. 아멘. 

 

“누가 너를 혼인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루카 14,8)

주님!

자리마다 잔치 상을 너끈하게 차려주시니,

감사할 줄을 알게 하소서.

기뻐하게 하소서.

초대받은 것만으로도 이미 축복이기 때문입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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