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녹)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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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승수 신부님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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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nelia2] 쪽지 캡슐

11:52 ㅣ No.192579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루카 12,39-48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어르신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올 때에는 순서 있어도 갈 때에는 순서 없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에는 부모와 자식, 형과 동생 같이 차례가 있지만, 죽음은 노소(老少)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는 뜻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게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으니, 지금 젊고 건강하다고 방심하거나 안일한 태도로 소중한 삶을 낭비하지 말고 주어진 하루 하루를 충실하고 뜻깊게 살아내라는 뜻입니다. 이를 복음적 메시지로 표현한다면 “늘 깨어 있어라”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되겠지요. 순교 성인들은 그리스도인다운 행동으로, 한결같은 기도로 하느님 뜻에 깨어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혹독한 박해가 닥쳐왔을 때 눈 앞에 보이는 고통과 시련에 굴복하지 않고, 거기에 담긴 하느님의 깊은 뜻을 헤아리며 주어진 십자가를 당당하게, 끝까지 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덕에 하느님 나라에서 영광을 누리게 되었지요.

 

오늘 복음도 어제에 이어 ‘깨어있음’에 대한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비유를 통해 ‘충실한 집사’와 ‘불의한 집사’를 비교하심으로써, ‘깨어있음’을 ‘주인의식’과 연결지어 설명하시지요. 주인의식이란 어떤 일을 대할 때 자기 일처럼 책임감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마음가짐을 가리키는데, 오늘 복음은 ‘책임감’ 쪽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주인이 맡긴 ‘일’을 할 때에는 나에게 그런 일을 맡긴 주인의 마음과 뜻을 생각하며 내 일을 하듯 성실하게, 끝까지 해내라고 하십니다. 또한 주인이 맡긴 ‘사람’을 대할 때에는 마치 주인을 대하듯 사랑과 정성을 다해 섬기며,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 때에 내어주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하여 그들이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삶을 기쁘게 살아가는 것이 주인이 바라는 뜻이며, 내가 그런 주인의 뜻을 충실히 잘 실천하면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나에게 맡기리라는 것입니다. 그만큼 나를 깊이 신뢰하고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그저 재물을 관리할 책임이 늘어난다는 뜻이 아니라, 주인과 나 사이에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깊은 ‘친교’가 맺어진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주인에게 그 누구보다 특별하고 귀한 존재가 되는 것이 ‘충실한 집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요.

 

반면, 불의한 집사는 ‘주인의식’을 지니지 못한 채 ‘주인행세’만 하려고 했습니다. 자신에게 소명을 맡긴 주인의 뜻을 헤아리지 않고 그 소명을 권력처럼 남용하여 자기 탐욕을 채우기에 바빴습니다. 주인이 맡긴 사람들을 사랑으로 섬기기는 고사하고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안일함과 쾌락에 잔뜩 취해있을 때 갑자기 주인이 들이닥쳤고, 그는 자신이 저지른 죄악에 합당한 벌을 받게 되었지요. 그 벌은 집사직의 상실이자 주인과 맺은 관계의 단절입니다. 그는 이제 주인과 아무런 상관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처절한 후회와 절망 속에서 괴로워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참혹한 결말을 맞이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러니 어설픈 주인행세는 당장 그만두어야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하느님 자녀다운 주인의식을 가지고 그분 뜻을 헤아리며 잘 따라야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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