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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봉모 신부님 / 아레오파고스 의회에서 이뤄진 바오로의 연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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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레오파고스 의회에서 이뤄진 바오로의 연설 송봉모 토마스 모어 신부 ㅣ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내가 보기에 여러분은 모든 면에서 대단한 종교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돌아다니며 여러분의 예배소들을 살펴보다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겨진 제단도 보았습니다." (사도 17,22-23)
루카가 전해 주는 바오로의 아레오파고스 연설은 열 구절에 불과하다. 천천히 읽어도 5분이면 충분하다. 물론 바오로가 실제로 했던 연설은 이보다 훨씬 길었을 것이다. 루카는 그 핵심 내용만을 간추려 전해 준 것이다.
바오로는 아테네 곳곳의 신상과 신전들을 보며 속으로 강한 거부감과 분노를 느꼈다. 그러나 연설에서는 그런 반감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아테네인들이 듣기 좋하는 말로 운을 뗀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이라고 친근하게 부른 뒤, "내가 보기에 여러분은 모든 면에서 대단한 종교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도 17,22) 라며 그들의 종교성을 칭찬한다. 이는 청중의 마음을 열어, 이어질 말에 귀를 기울이게 하려는 전략이었다.
그렇다면 바오로가 우상 숭배의 도시 아테네에 분개하면서도 그들의 종교심을 칭송한 것은 거짓말이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만약 바오로가 이런 식으로 연설을 시작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해 보라. "우상 숭배에 물들어 사는 아테네 시민 여러분! 에수님을 믿으면 천국이지만, 제우스를 믿으면 지옥입니다." 청중은 분노하여 연설을 끊었을 것이다. 바오로에게 달려들어 폭행하거나, 아레오파고스 밖으로 끌어내 돌로 쳤을지도 모른다.
구약성경의 예언자들은 선포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청중을 혹독하게 꾸짖었다. 하느님을 떠나 제멋대로 사는 이들에게 준엄한 심판을 선언하였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청중이 이스라엘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느님을 알고 구약성경을 읽어 온 이들었다. 그러나 아테네인들은 달랐다. 유일신 하느님에 대해 들어본 적도, 구약성경을 접해 본 적도 없는 이들에게 대뜸 '예수님을 믿으면 천국, 제우스를 믿으면 지옥'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바오로가 택한 방식은 먼저 청중과의 접촉점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 출발하여 점진적으로 복음의 핵심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수사학에서는 이러한 기법을 인시나티오 insinatio(슬며시 들어감)라고 부른다. 이는 청중이 강하게 붙들고 있는 것을 내려놓도록 설득해야 할 때, 정면 대결 대신 우회적으로 접근하는 기법이다. 먼저 청중이 공감하는 것으로 마음을 얻고, 서서히 문제의 핵심으로 다가가다가, 마지막에 청중 스스로 객관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게 만드는 것이다.
수사학은 청중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연설의 기술을 다루는 학문이다. 초대교회 안에서 가장 탁월한 수사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바오로 사도다. 바오로는 자신의 편지에서 스스로를 숙련된 웅변가로 내세우지 않기에, 그가 정식으로 수사학 교육을 받았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편지들을 실제로 살펴보면, 수사학적 전략을 매우 능숙하게 구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바오로의 적대자들조차 인정한 바이다.'그의 편지들은 무게가 있고 힘이 있으나'(2코린 10,10) 수사학 교수이기도 했던 교부 아우구스티누스 역시 바오로는 이론적으로 잘 훈련괸 연설가로 평가하며, 그가 직업적인 수사학 지식 이상을 갖추고 있다고 확신하였다. ●
* 출처 :예수회 후원회 이냐시오의 벗들 2026.6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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