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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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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소리글자이고 한문은 뜻글자입니다. 소리글자는 배우기 쉽고 쓰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뜻글자는 글자 안에 의미가 담겨 있어서 글자를 바라보면서 그 뜻을 묵상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은혜 은(恩)’이라는 글자를 성서적으로 풀이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은혜 은이라는 글자를 보면 ‘인(因)’ 아래에 ‘마음 심(心)’이 있습니다. 인(因) 안에는 세상을 상징하는 네모와 사람을 뜻하는 큰 대(大)가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사람을 그 안에 두셨습니다. 그리고 흙으로 빚은 사람에게 당신의 숨을 불어넣으셨습니다. 하느님의 숨을 받은 사람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세상을 돌보고 생명을 풍요롭게 하는 것, 그것이 은혜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은혜는 재물이 많아지는 것만이 아닙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만도 아닙니다.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도 아닙니다. 참된 은혜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면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반대로 ‘욕망’을 뜻하는 한자는 慾입니다. 밑에는 마음 심(心)이 있고 위에는 욕심 욕(欲)이 있습니다. 欲을 묵상해 보면 골짜기 곡(谷)과 부족함을 나타내는 欠이 보입니다. 깊은 골짜기는 물이 들어와도 계속 물을 받아들입니다. 채워도 또 채워야 합니다. 사람의 욕망도 그렇습니다. 재물이 있으면 조금 더 갖고 싶고, 권력을 얻으면 더 높은 자리를 원하고, 인정을 받으면 더 많은 칭찬을 원합니다. 마음의 골짜기를 세상의 것으로 채우려고 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러나 은혜는 반대입니다. 욕망이 ‘나의 뜻으로 나를 채우는 것’이라면 은혜는 ‘하느님의 뜻으로 나를 채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은혜로운 사람은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통해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런 은혜로운 삶을 사는 신부님을 보았습니다. 그 신부님은 해마다 잠비아로 가서 공동체가 살아갈 터전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많은 봉사자가 함께 가서 무더운 아프리카에서 땀을 흘립니다. 겉으로 보면 힘든 노동입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그것이 은혜입니다. 사람을 살리고 공동체를 세우기 때문입니다. 신부님은 청국장을 만들어 사람들의 건강을 챙겼고, 이제는 유기농 김치를 만들려고 합니다. 거기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고 합니다. 가톨릭 농민회 회원들의 농사를 돕고, 유기농 농사를 통해 땅을 살리고, 김치 장인과 함께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한국의 김치를 알리는 것입니다. 사람을 살리고, 땅을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는 일이기에 그것도 하느님의 은혜입니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은혜롭습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묵주 기도의 동정 마리아는 바로 이런 은혜의 삶을 보여 주신 분입니다. 마리아에게도 자신의 계획과 바람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천사의 아룀을 들었을 때 자신의 욕망을 앞세우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마리아는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의 뜻으로 마음을 채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기도합니다. “천사의 아룀으로 성자께서 사람이 되심을 알았으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전구를 들으시어 성자의 수난과 십자가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은총을 저희에게 내려 주소서.” 은혜로운 삶은 고통이 없는 삶이 아닙니다. 마리아에게도 십자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십자가를 지나 부활의 영광으로 나아가는 삶, 그것이 은총의 길입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자신의 욕망보다 하느님의 뜻을 선택했습니다. 오늘 말씀에서 바오로는 자신이 “할례받지 않은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을 위임받았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사도들이 “가난한 이들을 기억하라.”고 당부하자 자신도 바로 그 일을 열심히 해 왔다고 말합니다. 복음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맡기신 일을 하는 것입니다.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은혜로운 삶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도 같은 길을 보여 줍니다. 우리는 “제 뜻이 이루어지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라고 기도합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달라고 하지 않고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라고 청합니다. 내가 세상의 모든 것을 차지하려는 욕망이 아니라 오늘 필요한 것을 감사히 받고, 용서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용서하며 살아가는 것이 하느님 나라의 삶입니다. 묵주 기도는 우리의 욕망을 하느님의 은혜로 바꾸어 주는 기도입니다. 환희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마리아의 순명을 배우고, 빛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예수님의 복음을 배우고, 고통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십자가를 받아들이며, 영광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부활의 희망을 바라봅니다. 오늘 하루 우리 마음의 골짜기를 재물과 명예와 욕망으로 채우려 하지 말고 하느님의 말씀과 사랑으로 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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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2313 |
"오늘 예수님은, 늘 좋은 몫을 주시는 분입니다"(루카 10, 42. 마음에 와 닿음) |
05:22 | 한택규엘리사 |
| 192312 |
■ 가톨릭라디오 : 마음이 머무는 자리 |
05:00 | 이재현 |
| 192311 |
말씀과 연계된 오늘의 묵주기도 (고통의 신비) |
04:16 | 김학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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