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5일 (월)
(녹) 연중 제27주간 월요일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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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7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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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6:19 ㅣ No.192289

‘파견 사제와 수도자를 위한 교육’이 있어서 LA에 다녀왔습니다. 사정이 생겨 교육은 취소되었지만, 덕분에 오래전에 알았던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1년 전에 남편과 사별한 자매님을 만났습니다. 20년 전에 함께 갔던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다시 찾았습니다. 카페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지만 우리는 세월 속에서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2년 사이에 남편과 딸을 하느님 품으로 보낸 자매님도 만났습니다. 큰 슬픔이 있었지만, 두 자매님 모두 남아 있는 자녀들에게서 위안을 얻고 있었습니다. 고인이 된 가족들을 위해 함께 기도했습니다.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지만, 신앙은 상실 속에서도 다시 살아갈 힘과 희망을 줍니다.

 

신부님도 만났습니다. 수도회의 사정으로 오랫동안 해 오던 미국 교포 사목을 철수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을 여는 것도 어렵지만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 동안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더욱 마음 아프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교구에서 새로운 사제를 보내 한인 공동체를 계속 돌보기로 했다는 소식에 위안을 얻었다고 합니다. 수도회는 떠나지만, 공동체는 계속됩니다. 사람은 바뀌고 직책도 바뀌지만, 하느님의 일은 계속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의 주인은 결국 우리가 아니라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도 자기의 삶이 크게 바뀌었던 사람입니다. 그는 본래 율법 학자로서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박해했습니다.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뒤 그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박해하던 사람이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었습니다. 안정되고 존경받는 율법 학자의 길을 떠나 박해와 시련이 기다리는 선교사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바오로 사도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지위도, 편안한 삶도 아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바오로가 선택한 ‘좋은 몫’이었습니다.

 

저도 사제로 살아온 35년을 돌아보면 여러 가지 일을 맡았습니다. 본당에서는 보좌신부와 본당 신부로 지냈고, 사목국에서는 교육을 담당했습니다. 청소년국에서는 학생들과 함께했고, 성소국에서는 사제 양성을 위한 일을 했습니다. 해외연수와 중견 사제 연수를 통해 재충전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미주가톨릭 평화신문에서는 신문을 만들었고, 지금은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에서 사목하고 있습니다. 신학교에 다닐 때는 사제가 되면 본당에서만 지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니 주님께서는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자리로 보내셨습니다. 많은 결실을 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큰 허물 없이 지금까지 지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르타는 예수님을 위해 분주하게 봉사하고,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이 말씀은 마르타의 봉사가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마르타의 봉사도 필요하고 마리아의 경청도 필요합니다. 활동으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사람도 있고, 기도와 묵상으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보다 무엇을 위하여 그 일을 하고 있느냐입니다. 우리의 활동도, 기도도, 직책도, 능력도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향하고 있다면 모두 좋은 몫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찾아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도 있고, 오래 하던 일을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내가 원하지 않았던 곳으로 가야 할 때도 있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맡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인은 그 변화 속에서 묻습니다. ‘주님께서는 지금 나에게 어떤 몫을 맡기시는가?’ 그리고 기꺼이 그 몫을 받아들입니다. 바오로처럼 복음을 위해 길을 떠나고, 마르타처럼 기쁘게 봉사하며, 마리아처럼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 살아간다면 우리 역시 좋은 몫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주시는 그 좋은 몫은 아무도 우리에게서 빼앗아 갈 수 없을 것입니다. “주님, 영원한 길로 저를 이끄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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