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3일 (토)
(녹) 연중 제26주간 토요일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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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7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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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4:31 ㅣ No.192251

역사를 보면 영원한 강자는 없었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제국도 일어났다가 사라졌습니다. 중국은 진나라의 통일 이후 여러 왕조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고, 우리나라도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을 거쳐 대한민국에 이르렀습니다. 세계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집트와 바빌로니아, 페르시아와 로마가 있었고, 이슬람 제국과 대영 제국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미국이 세계의 강대국이지만 앞으로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하나입니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자전거는 계속 페달을 밟아야 넘어지지 않습니다. 개인도, 국가도, 공동체도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워져야 합니다.

 

21세기를 이끄는 반도체 산업도 그렇습니다. 반도체의 시작은 미국이었고, 한때는 일본이 뛰어난 기술력과 제조 능력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이후 대한민국이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새로운 강자로 등장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와 HBM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 역시 영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고 새로운 기업과 나라가 도전할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얼마나 강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며 새로워질 수 있는지입니다. 살아 있는 것은 성장하고 변화합니다. 변화하지 않는 것은 어느 순간 멈추고 쇠퇴하기 마련입니다.

 

인간의 영혼과 내면을 이끌어주는 종교의 세계도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아야 합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의 영혼을 이끌어 온 각 종교에는 저마다 아름다운 장점이 있습니다. 이슬람교에는 기도와 순명의 전통이 있습니다. 하루의 삶 속에서 시간을 정하여 기도하고 하느님을 기억하려는 자세는 우리에게도 좋은 가르침이 됩니다. 불교에는 수행과 자비의 정신이 있습니다. 자신의 욕망과 집착을 돌아보고 마음을 다스리며 다른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모습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교의 가장 아름다운 장점은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사랑과 희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고,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하셨습니다.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상처 입은 사람의 이웃이 되어 주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생명까지 내어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리스도교의 가장 소중한 장점인 사랑과 희생을 얼마나 삶으로 드러내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교회에는 오래된 말이 있습니다. “Ecclesia semper reformanda!” 곧 “교회는 끊임없이 쇄신되어야 한다.”라는 말입니다. 여기에서 쇄신한다는 것은 세상의 유행을 따라간다는 뜻이 아닙니다. 시대에 맞추어 복음의 내용을 바꾼다는 뜻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끊임없이 예수 그리스도께로 돌아가고, 복음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교회가 오래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거룩한 것이 아닙니다. 성당이 크고 신자가 많다고 해서 저절로 좋은 공동체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기도하면서도 용서하지 못하고, 미사에는 참여하면서 가난한 사람에게 무관심하며, 교리를 잘 알면서도 이웃을 판단하고 미워한다면 우리는 복음의 본질에서 멀어진 것입니다. 내가 한 사람을 더 이해하고, 한 번 더 용서하며, 조금 더 나누고, 조금 더 사랑할 때 교회는 새로워집니다.

 

오늘 제1 독서와 복음은 모두 포도밭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좋은 땅을 마련하시고 돌을 골라내고 좋은 포도나무를 심으셨지만 기대했던 좋은 열매 대신, 들 포도가 열렸다고 말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포도밭을 소작인들에게 맡긴 주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주인은 때가 되어 소출을 받으려고 종들을 보냈지만, 소작인들은 종들을 때리고 죽였으며 마침내 주인의 아들까지 죽였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포도밭의 주인은 하느님이십니다. 우리는 주인이 아니라 소작인입니다. 우리의 생명도, 가정도, 본당도, 교회도 하느님께서 잠시 우리에게 맡겨 주신 포도밭입니다.

 

역사에는 영원한 강자가 없습니다. 기업도, 국가도, 제도도 끊임없이 변합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믿는 교회는 늘 새로워져야 합니다. 그 쇄신은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오늘 내가 조금 더 기도하는 것, 미워했던 사람을 용서하는 것,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것, 판단하기보다 이해하고, 받기보다 나누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당신의 포도밭을 맡겨 주십니다. 언젠가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우리가 맡겨 받은 포도밭에서 사랑의 열매, 자비의 열매, 정의의 열매, 평화의 열매를 풍성히 거두어 주님께 돌려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아 세웠으니, 가서 열매를 맺어라. 너희 열매는 길이 남으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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