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2일 (화)
(녹)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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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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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4:17 ㅣ No.192037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전쟁에서 패한 뒤 동독과 서독으로 나뉘었습니다. 독일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역사와 인류 앞에 사과하였습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근면과 성실로 나라를 다시 일으켰고, 마침내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통일의 길로 나아갔습니다. 독일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우리는 흔히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역사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1945년 해방의 기쁨을 맞았지만, 곧 남과 북으로 나뉘었습니다. 1950년에는 한국전쟁이 일어나 국토가 폐허가 되었습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모님 세대는 땀 흘려 일했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자녀들을 교육했습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지금은 아름다운 공원과 산책로가 있는 시민들의 쉼터입니다. 그러나 예전의 한강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름철이면 폭우가 집중되었고, 상류에서 내려온 물이 짧은 시간 안에 서울에 도착하면서 자주 범람하였습니다. 강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움막 같은 집을 짓고 살았고, 수해가 나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기도 하였습니다. 제 가족도 1968년 수해를 만나 정든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해야 했습니다. 그런 한강이 오늘날 서울의 자랑이 되었습니다.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닙니다. 소양강댐과 충주댐을 건설하여 물을 조절하였습니다. 제방을 만들고 강변을 정비하였습니다. 서울의 인구가 천만 명 가까이 늘어나면서 생활하수와 공장 폐수로 한강이 오염되자 오수처리시설을 만들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수관을 설치하고, 오염된 물을 정화해서 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땀과 수고가 쌓이면서 한강은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기적은 하늘에서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적은 땀과 눈물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부르시고 복음을 전하도록 파견하십니다. 병을 고치고 마귀를 쫓아낼 권한도 주셨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을 보내시면서 뜻밖의 말씀을 하십니다. “길을 떠날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마라.” 요즘 식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여행을 가도 휴대전화, 신용카드, 여벌 옷, 필요한 약을 챙깁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내려놓으라고 하십니다. 왜 그러셨을까요? 복음을 전하는 일은 사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우리가 가진 능력과 재산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자는 자신이 가진 것을 믿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을 믿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손에 무엇인가 가득 들고 있으면 다른 것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마음이 욕심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으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먼저 비우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움켜쥐고 놓지 못하면 그것이 오히려 우리를 소유하게 됩니다. 복음은 이렇게 전합니다. “제자들은 떠나가서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어디에서나 복음을 전하고 병을 고쳐 주었다.” 참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제자들은 많은 것을 가지고 떠난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께 받은 말씀과 믿음이 있었습니다.

 

저는 병원 사목을 하던 한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신부님은 환자들을 위해 악기를 배웠다고 합니다. 병실에서 성가도 들려드리고, 때로는 환자들이 좋아하는 가요도 연주하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잘 알지도 못하는 환자들을 위해 시간을 내고 악기를 배우는 것은 사랑이 없으면 하기 어렵습니다. 또 한 신부님은 사제가 된 지 25년이 넘었는데도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마치 첫 미사를 드리는 사람처럼 엄숙하고 정성스러웠습니다. 말도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꼭 필요한 말은 하였습니다. 그분 곁에 있으면 예수님도 이렇게 말씀하셨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앙의 기적은 거창한 데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한강의 기적이 댐 하나, 제방 하나, 하수관 하나를 놓는 수고에서 시작되었듯이 우리의 신앙도 작은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내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보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먼저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축일로 기억하는 비오 신부님의 삶처럼 기도하고 희망하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제자들처럼 가볍게 길을 떠나 복음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작은 땀과 눈물이 누군가에게 사랑의 기적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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