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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 연중 제23주간 토요일 너희는 어찌하여 나를 “주님, 주님!” 하고 부르면서 내가 말하는 것은 실행하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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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성모성지 이상각 신부님 - 십자가는 세상에 걸린 노란 손수건입니다 | 마태오16,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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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경루카 [achim9202] 쪽지 캡슐

11:26 ㅣ No.191846

오늘 복음의 베드로도 그랬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시자

베드로는 예수님을 꼭 붙들고 말합니다.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베드로를 나무라기 어렵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받기를

누가 바라겠습니까.

우리도 십자가 앞에서는

베드로가 됩니다.

영광은 바라지만

십자가는 피하고 싶습니다.

그런 베드로에게 예수님께서는

강하게 말씀하십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그리고 곧이어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여기에서 눈여겨보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내 뒤를 따라오려면.”

제자의 자리는

예수님의 앞이 아니라 뒤입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가시는 길을 막으려 했지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내가 가는 길을 네가 따라오너라.

그리고 그 길에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십자가는 무엇입니까?

오래전 한 남자에게

그 질문의 답이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30대 중반의 한 남자가

한 사제를 찾아왔습니다.

그는 결혼하여 세 자녀를 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장에 있던 한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여성은 임신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그녀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낙태를 했고,

직장을 그만두었으며,

다른 도시로 떠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그의 세계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죄책감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하느님도,

가족도,

자기 자신도

마주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죽음을 생각하며

자동차를 몰고 정처 없이 달렸습니다.

몇 시간을 달리다가 길을 잃었고

자동차의 연료마저 떨어졌습니다.

차에서 내려 걷던 그는

오래되고 낡은 교회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어두운 교회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이 되었습니다.

눈을 뜬 그가

교회 안을 바라보았습니다.

거의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나가 남아 있었습니다.

십자가였습니다.

그는 훗날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저는 태어나면서부터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평생 십자가를 보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전까지

저는 진정으로 십자가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날 저는 십자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제가 지옥에 있었다는 것을.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저에 대한 사랑을 결코 멈추지 않으셨다는 것을요.

단 일 초도요.”

그가 저지른 일이

없었던 일이 된 것은 아닙니다.

과거를 되돌릴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하느님을 떠나 있었던 순간에도

하느님께서는 자신을 떠나지 않으셨다는 것을

십자가에서 보았기 때문입니다.

오래전부터 전해 오는

노란 손수건 이야기가 있습니다.

감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한 남자가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두려웠습니다.

가족이 자신을 받아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집으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자신을 용서했다면,

다시 돌아와도 괜찮다면

집으로 가는 길의 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하나 매달아 달라고 했습니다.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다면

그대로 지나가겠다고 했습니다.

버스가 고향에 가까워질수록

그는 차마 창밖을 바라볼 수 없었습니다.

마침내 버스가

그 나무 가까이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나무에는

손수건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노란 손수건이 걸려 있었습니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돌아오너라.

우리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저는 십자가가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걸어 놓으신

노란 손수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십자가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돌아오너라.”

십자가는

고통의 표지만이 아닙니다.

나를 위하여 죽으신

하느님의 사랑이며,

죄인을 용서하시고

다시 살게 하시는

구원의 표지입니다.

이제 예수님의 말씀이 조금 다르게 들립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고통을 좋아하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살아가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십자가를 만납니다.

그때 우리는 베드로처럼 말하고 싶습니다.

“주님, 이것만은 피하고 싶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우리의 마음을 모르시는 분이 아닙니다.

예수님도 고통 앞에서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가능하시다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피해 다른 길로 가지 않으셨습니다.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시며

당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십자가를 지게 하는 힘은

우리의 강함이 아닙니다.

사랑입니다.

나보다 먼저 십자가를 지신 분,

나를 위해 십자가에 달리신 분이

나를 사랑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그분 뒤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십자가는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걸어 놓으신 노란 손수건입니다.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를 따라오너라.”

 

 

위의 글은 이상각 신부님의 블로그 글입니다.

 

 

[출처] 십자가는 세상에 걸린 노란 손수건입니다| 마태오16,21-27|남양성모성지 이상각 신부 블로그https://blog.naver.com/rsony4u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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