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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4 주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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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중에 통영을 다녀왔습니다. 통영이라는 이름은 임진왜란 당시 설치되었던 ‘삼도 수군 통제영’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초대 삼도 수군통제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었습니다. 그래서 통영은 나라를 지켜 낸 호국의 도시입니다. 또한 박경리, 유치진, 유치환, 윤이상, 전혁림, 김춘수와 같은 뛰어난 문학가와 예술가들이 태어나거나 활동한 예술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바다와 수많은 섬이 있고, 어업과 양식업이 발달한 물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통영의 중앙시장에서 생선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옆자리의 어르신이 하모 한 접시를 건네주었습니다. 처음 보는 외지인에게 “이것도 한번 먹어보라.”라며 음식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제게 통영은 호국의 도시이고, 예술의 도시이며, 물의 도시였지만 무엇보다 ‘정이 넘치는 도시’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름다운 경치보다도 낯선 사람에게 한 접시의 음식을 건네던 따뜻한 마음이 오래 남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웅장한 건물이나 화려한 시설만이 아닙니다. 서로에게 건네는 작은 친절, 따뜻한 말 한마디, 힘든 사람을 품어 주는 마음이 공동체를 아름답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런 공동체를 지켜 주는 중요한 힘이 바로 ‘용서’입니다. 우리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은 1977년에 설립되어 내년이면 50주년을 맞이합니다. 처음에는 달라스 시내에서 다른 공동체의 성당을 빌려 신앙생활을 시작했고, 이후 벨리뷰의 이른바 ‘창고 성당’을 거쳐 지금 아름다운 성전을 마련했습니다. 저보다 먼저 이곳에서 사목했던 두 분의 신부님도 저의 신학교 동창입니다. 김영관 신부님은 본당 신축이라는 큰일을 잘 마무리하셨고, 김남길 신부님은 코로나19의 어려운 시간을 교우들과 함께 견디어 내셨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제와 수도자, 교우들의 땀과 기도 위에 오늘의 공동체가 세워졌습니다. 우리 성당에는 아름다운 성전이 있고, 열심히 봉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전례를 준비하는 분들, 성가로 하느님을 찬미하는 분들,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 분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청소하고 시설을 관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 젊은이들과 오랫동안 공동체를 지켜 온 어르신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공동체는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시설이 좋아지고 행사가 성공한다고 해서 공동체가 저절로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마음을 넓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때 비로소 진정 아름다운 공동체가 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집회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네 이웃의 불의를 용서하여라. 그러면 네가 간청할 때 네 죄도 없어지리라.” 우리는 하느님께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면서, 정작 나에게 상처 준 사람에게는 “나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은 우리 마음을 깊이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예수님께 묻습니다.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죄를 지으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베드로는 일곱 번이면 충분히 많이 용서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용서의 횟수를 계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용서에는 한계를 두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용서가 잘못을 잘했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처가 없었던 것처럼 가장하는 것도 아니고, 불의한 행동을 계속 참고 받아들이라는 것도 아닙니다. 용서는 상대방의 잘못 때문에 내 마음까지 미움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마음의 감옥에서 풀어 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도 미움의 감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제2독서에서 말합니다. “우리는 살아도 주님을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님을 위하여 죽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든지 죽든지 주님의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내 자존심과 감정만을 앞세울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자신을 조롱하고 못 박는 사람들을 향해서도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십자가는 용서의 가장 완전한 표지입니다. 내년이면 우리 본당은 설립 50주년을 맞이합니다. 50년의 역사 속에 기쁨과 감사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공동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의견의 차이도 있었고, 오해와 갈등도 있었으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은 일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50주년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지난 역사를 자랑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안에 남아 있는 상처를 치유하고 서로를 용서하며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통영의 바다는 수많은 섬을 품고 있었습니다. 섬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바다는 그 모든 섬을 하나로 이어 주고 있었습니다. 우리 공동체에도 서로 다른 생각과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살아온 배경도 다르고 신앙을 표현하는 방법도 다릅니다. 때로는 서로가 멀리 떨어진 섬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자비라는 바다 안에서 우리는 하나로 이어져 있습니다. 용서는 서로 다른 우리를 이어 주는 다리이고, 사랑은 서로 다른 사람을 품어 주는 넓은 바다입니다. 통영 시장에서 만난 어르신이 자기의 음식을 낯선 사람에게 먼저 나누어 주었던 것처럼, 우리도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따뜻한 말을 건네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며, 내가 먼저 화해의 문을 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이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전하고,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전하며,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이루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할 때 지난 50년의 역사는 감사가 되고, 앞으로의 50년은 희망이 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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