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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7주일(조부모와 노인의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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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여름밤이면 텔레비전에서 ‘납량특집’을 방영했습니다. 무더운 여름밤, 무서운 이야기를 보면서 더위를 식히라는 뜻이었습니다. 대표적인 납량특집으로는 ‘구미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때로는 아름답기도 한 이야기였습니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면서 어릴 때 읽었던 동화도 생각납니다. 그중 하나가 ‘금도끼와 은도끼’입니다. 나무꾼이 나무를 하다가 그만 연못에 도끼를 빠뜨렸습니다. 가난한 나무꾼에게 도끼는 생계의 도구였습니다. 나무꾼이 상심하여 울고 있을 때 산신령이 나타나 은도끼를 보여 주며 묻습니다. “이것이 네 도끼냐?” 나무꾼은 대답합니다. “아닙니다.” 산신령은 다시 금도끼를 보여 주며 묻습니다. “이것이 네 도끼냐?” 나무꾼은 다시 대답합니다. “아닙니다.” 마침내 산신령이 쇠도끼를 보여 주자 나무꾼은 말합니다. “그것이 제 도끼입니다.” 산신령은 나무꾼의 정직함을 보고 쇠도끼뿐 아니라 은도끼와 금도끼도 함께 주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삶에서 진짜 보물은 금도끼도 아니고 은도끼도 아닙니다. 진짜 보물은 양심입니다. 진짜 보물은 정직입니다. 거짓과 욕심은 잠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양심과 정직은 사람을 빛나게 합니다. 흥부와 놀부 이야기도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마음이 착한 흥부는 어느 날 둥지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제비를 보았습니다. 흥부는 제비를 불쌍히 여겼고, 정성껏 다리를 치료해 주었습니다. 이듬해 강남에서 돌아온 제비는 흥부에게 박씨 하나를 물어다 주었습니다. 흥부가 그 박씨를 심었더니 큰 박이 열렸고, 박을 타자 그 안에서 보물이 나왔습니다. 욕심 많은 놀부는 동생 흥부에게 그 사연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놀부는 흥부의 마음을 보지 못했습니다. 놀부는 제비의 아픈 다리를 치료한 행동만 보았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제비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치료해 주었습니다. 놀부도 박씨를 얻었지만, 그 박에서 나온 것은 복이 아니라 재앙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제비 다리를 치료했다는 겉모습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자비로운 마음입니다. 흥부는 보상을 바라지 않고 불쌍한 생명을 돌보았습니다. 놀부는 보상을 바라며 선행을 흉내 냈습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마음이 달랐습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는 것은 겉모습만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보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솔로몬은 하느님께 특별한 은총을 청합니다. 솔로몬은 부귀영화를 청하지 않았습니다. 장수를 청하지도 않았습니다. 원수들의 죽음을 청하지도 않았습니다. 솔로몬은 이렇게 청했습니다.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솔로몬의 청을 기쁘게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너에게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을 준다.” 솔로몬이 청한 것은 바로 식별의 지혜였습니다. 식별의 지혜는 무엇이 더 이익인지 계산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식별의 지혜는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알아보는 마음입니다. 식별의 지혜는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참된지, 무엇이 영원한지 알아보는 눈입니다. 세상은 금도끼와 은도끼를 먼저 보라고 말합니다. 세상은 흥부의 자비보다 놀부의 계산을 더 영리하다고 말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지혜는 다릅니다. 하느님의 지혜는 양심을 선택하게 합니다. 하느님의 지혜는 정직을 선택하게 합니다. 하느님의 지혜는 자비를 선택하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삽니다. 이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무엇이 더 귀한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가진 것을 다 팔았지만, 그는 잃은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얻었습니다. 복음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그렇게 살아갑니다. 하느님 나라를 발견한 사람은 세상의 모든 것을 하느님 나라보다 더 앞세우지 않습니다. 재물도 필요합니다. 건강도 필요합니다. 명예도 필요합니다. 인간관계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들이 하느님보다 앞서면 우리는 길을 잃습니다. 그것들이 복음보다 앞서면 우리는 양심을 잃습니다. 그것들이 사랑보다 앞서면 우리는 자비를 잃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에게 진짜 보물은 무엇이냐?” 오늘 시편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저는 당신 계명을 금보다, 순금보다 더 사랑하나이다.” 참된 신앙인은 하느님의 말씀을 금보다 귀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계명을 순금보다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바오로 사도도 오늘 제2독서에서 말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정직하게 살면 때로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자비를 베풀면 때로 이용당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양심을 지키면 세상에서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런 삶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양심을 지키는 사람의 삶 안에서 선을 이루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정직한 사람의 눈물을 기억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운 사람의 손길을 축복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청해야 할 은총은 솔로몬이 청했던 바로 그 은총입니다.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입니다. 금도끼와 은도끼 앞에서도 양심을 선택하는 지혜입니다. 제비를 이용하지 않고 불쌍히 여기는 자비의 지혜입니다. 세상의 재물보다 하느님 나라를 더 귀하게 여기는 복음의 지혜입니다. 조부모님과 어르신들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그분들의 신앙과 희생을 감사히 기억하는 사랑의 지혜입니다. 우리가 이 지혜를 간직한다면, 우리의 가정은 하느님 나라의 밭이 될 것입니다. 우리의 본당은 숨겨진 보물을 함께 발견하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하느님께서 선으로 이끄시는 은총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 “저희가 지금 현세의 재물을 지혜롭게 사용하며 영원한 세상을 그리워하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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