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9일 (월)
(홍)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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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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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6-06-28 ㅣ No.190328

예전에 독수리 5형제라는 만화영화가 있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위기의 순간에는 지구를 지키는 영웅이 되었습니다. ‘슈퍼맨, 스파이더맨, 터미네이터와 같은 영화도 비슷합니다. 사람들은 그런 영화를 보면서 통쾌함을 느끼고, 정의가 결국 승리한다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우리 역사에도 영웅들이 있습니다. 광개토 대왕, 을지문덕 장군, 강감찬 장군, 이순신 장군이 있습니다. 나라를 잃었던 시절에는 김좌진 장군과 홍범도 장군, 안중근 의사와 같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영웅들을 기억합니다. 그분들의 땀과 눈물과 희생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 삶에도 영웅들이 있습니다. 사제 생활을 하면서 저는 참 많은 영웅을 만났습니다. 중곡동에는 스테파노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용산에는 마르코 형제가 있었습니다. 세검정에는 예로니모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제기동에는 바오로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적성에는 베드로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명동 교구청 사목국에는 야고보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토론토에는 마태오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시흥5동에는 다니엘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성소국에는 오틸리아 자매님이 있었습니다. 뉴욕 신문사에는 요셉 형제님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달라스에도 많은 영웅이 있습니다. 창고 공사, 농구장 공사, 나무 심기, 비료 주기, 놀이터 공사, 빔프로젝터 렌즈 교환과 같은 일들을 함께했습니다. 제가 혼자였다면 할 수 없었을 일입니다. 제가 부족하기에 하느님께서는 저에게 영웅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초대교회의 두 영웅을 기억합니다. 바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입니다. 두 분은 서로 성격도 다르고 살아온 길도 달랐습니다. 그러나 두 분 모두 예수님을 만났고, 예수님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쳤습니다. 베드로는 어부였습니다. 처음부터 예수님의 제자로 선택받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베드로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맡기셨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완전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 야단도 맞았습니다. “사탄아, 물러가라.”라는 말씀까지 들었습니다. 예수님을 위해 죽겠다고 장담했지만, 정작 두려움 앞에서는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런 베드로를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부활하신 후에 다시 베드로를 찾아오셔서 세 번 물으셨습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그리고 말씀하셨습니다. “내 양들을 잘 돌보아라.” 베드로는 자신의 약함을 알았기에 더 겸손해졌고, 더 뜨겁게 주님을 따랐습니다. 한 번의 설교로 삼천 명이 넘는 이들에게 세례를 주었고, 끝내 십자가의 길을 따라갔습니다. 실패했지만 다시 일어선 사람이었기에 베드로는 더욱 위대한 영웅이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또 다릅니다. 그는 처음에는 교회를 박해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잡아들이던 사람이었습니다. 스테파노가 순교할 때도 박해자들 편에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서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그 한마디가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회개한 바오로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했습니다. 배를 타고, 걸어서, 감옥에 갇히면서도 선교여행을 다녔습니다. 매를 맞고, 굶주리고, 배척당하면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또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바오로는 자신의 모든 것을 주님께 내어드렸고, 초대교회의 신앙과 신학의 기초를 세운 위대한 영웅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베드로와 바오로가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흔들렸고, 바오로는 박해자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부족한 사람을 부르셔서 위대한 사도로 만드셨습니다. 영웅은 특별한 사람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 영웅입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사랑하고 헌신하는 사람이 영웅입니다. 묵묵히 봉사하는 사람이 영웅입니다. 본당에도 영웅들이 있습니다. 새벽부터 성당 문을 여는 봉사자들이 있습니다. 이름 없이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성가대로 봉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주일학교 교사들이 있습니다. 아픈 몸으로도 미사에 나오시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바로 오늘의 베드로이고, 오늘의 바오로입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면서 우리도 질문해 보아야 합니다. “나는 어떤 영웅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대단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내 자리에서 사랑하는 것입니다. 내 자리에서 신앙을 지키는 것입니다. 내 자리에서 주님의 일을 묵묵히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하느님 나라에서 빛나는 별이 될 것입니다.

 

오늘 감사송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베드로는 신앙 고백의 모범이 되고 바오로는 신앙의 내용을 밝히 깨우쳐 주었으며 베드로는 이스라엘의 남은 후손들로 첫 교회를 세우고 바오로는 이민족들의 스승이 되었나이다.” 두 사도는 서로 달랐지만 결국 하나의 길을 걸었습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길이었습니다. 우리도 그 길을 함께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우리 삶 속에서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용기가 되고, 믿음이 되는 신앙의 영웅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하느님 나라에서 베드로와 바오로처럼 빛나는 별로 만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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