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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2주간 금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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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우리는 ‘당황(唐慌)’할 때가 있고, 때로는 ‘황당(荒唐)’할 때가 있습니다. 당황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 갑자기 생겨서 마음이 급해지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입니다. 황당은 그보다 더 깊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고, 현실 같지 않아서 말문이 막히는 상황입니다. 당황은 잠시 정신이 없는 상태라면, 황당은 삶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경험일 수 있습니다. 달라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이 그랬습니다. 원래는 아침 7시 30분 비행기였습니다. 그런데 비행기가 취소되었습니다. 다시 예약한 비행기도 취소되었습니다. 공항에서 기다리면서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일정은 꼬이고, 마음은 조급해졌습니다. “오늘 갈 수는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행히 오후 5시 30분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처음에는 경유 편이었는데 오히려 직항편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감사한 일이었지만, 그 순간에는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미국 성당은 사제가 부족하고 고령화되면서 몇 개의 본당이 합쳐지는 일이 있습니다. 제가 있던 브루클린 교구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 공동체가 이웃 본당과 합쳐지면서 본당 신부님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북미주한인사제 모임에서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신부님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파견되어 온 첫날 교구청에 갔다고 합니다. 주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신부님 본당은 교구 방침에 따라 우선 매각 대상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새로운 사목을 꿈꾸며 왔는데 첫날부터 본당이 없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입니다. 다행히 교구에서 한국 공동체를 위한 새로운 성당을 알아보고 있었고, 더 안전한 지역의 성당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방향이었지만,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우리 삶에도 이런 일이 있습니다. 갑자기 회사가 문을 닫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들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병이 발견됩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습니다. 평생 모은 돈이 경제 위기로 흔들립니다. 자녀의 문제, 부부의 갈등, 인간관계의 아픔도 있습니다. 당황스러운 일도 있고, 황당한 일도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바빌로니아의 침략으로 모든 것을 잃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졌습니다. 나라가 무너졌습니다. 백성은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단순히 당황한 정도가 아닙니다. 황당함을 넘어서 절망의 상황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버리신 것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을 것입니다. 복음에 나오는 나병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나병환자는 병만 앓은 것이 아닙니다. 공동체에서 쫓겨났고, 사람들에게 외면당했고, 미래를 잃어버린 사람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는 이미 인생의 하늘이 무너진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가 예수님의 소식을 듣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 나아갑니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참 아름다운 고백입니다. 그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문을 닫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 의탁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손을 내미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 순간 그의 삶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신앙인은 당황하지 않는 사람이 아닙니다. 신앙인은 황당한 일을 겪지 않는 사람도 아닙니다. 신앙인은 당황과 황당 속에서도 하느님께 의탁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계획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사람은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버리지 않으십니다. 옛말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신앙인은 그 솟아날 구멍을 믿는 사람입니다. 그 구멍은 우연이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입니다. 때로는 비행기가 두 번 취소되어도 결국 직항편이 열리기도 합니다. 때로는 본당이 없어질 위기 속에서도 더 좋은 길이 준비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눈물 속에서 새로운 희망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절망 속에서도 예수님께 나아가는 것입니다. 나병환자처럼 “주님, 당신께서는 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는 당황의 순간도 있고 황당의 순간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주님께서는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오늘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의탁하여 새 삶을 얻은 것처럼, 우리도 주님께 의탁하며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막힌 길에서도 새로운 길을 열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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