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1일 (화)
(백) 부활 제3주간 화요일 하늘에서 너희에게 참된 빵을 내려 주시는 분은 모세가 아니라 내 아버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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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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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6-04-20 ㅣ No.189192

예전에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가 있었습니다. 집에 있는 오래된 물건을 가져오면 전문 감정가들이 평가해 주는 프로였습니다. 단순한 항아리인 줄 알았는데 조선시대의 유명한 백자인 경우도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걸려있던 초상화인데 알고 보니 조선시대 유명한 화가가 그린 선비의 초상화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판정이 나면 엄청난 가격이 정해지곤 했습니다. 반대로 고려시대의 청자인 줄 알고 애지중지했었는데 알고 보니 모조품인 경우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의 서예 작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위조품인 경우도 있습니다. 진품명품은 전문 감정가의 판단이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명품과 짝퉁이란 말도 있습니다. 명품과 짝퉁을 구분하는 우스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명품 가방은 비가 오면 가슴에 품고 걷는다고 합니다. 짝퉁 가방은 비가 오면 우산 대신 머리를 가리면서 걷는다고 합니다. 현명한 사람은 옥석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허영과 욕심 때문에 옥석을 구별하지 못하곤 합니다.

 

교회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면서, 교우들의 신앙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여러 방법을 찾기도 합니다. 친교실을 만들어서 주일 미사 후에 식사를 준비하기도 합니다. 도서실을 만들어서 영적인 양식을 차려주기도 합니다. 카페를 만들어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기도 합니다. 전례를 즐겁게 하려면 밴드를 전례 음악에 도입하기도 합니다. 교우들의 취미와 문학적인 소양을 돕기 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합니다. 좌석을 늘리기 위해서 장궤틀을 없애기도 합니다. 쉽고, 빠르고, 편리한 것이 과연 교우들의 영적인 성숙에 도움이 되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속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내가 그다.’ 때가 가까이 왔다.’ 하고 말하겠지만 그들을 따라가지 마라.” 신앙인은 무엇이 진짜 신앙인지, 무엇이 참된 그리스도인의 길인지 식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부귀보다 가난을 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십자가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명예도, 권력도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하느님을 닮은 사람을 창조하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 사람들은 지배한다는 말과 다스린다는 말을 폭력으로 억압할 수 있다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착취하고, 빼앗아도 좋다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지배와 착취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신분, 계층, 세대, 이념, 피부, 성으로 차별하는 역사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 지배하고, 다스리라고 하신 의미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그것을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배고프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목마르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초대교회는 바로 그와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모두가 평등하게, 모두가 평화롭게 가진 것을 나누었고, 특히 가난한 이와 아픈 이를 돌보았습니다.

 

안도현 시인은 이렇게 삶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페스탈로치는 신앙의 원천을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은 인류의 아버지이시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자녀에게는 죽음이 없다. 인류의 순수한 마음속에 영원한 생명에 대한 소망이 깃들어 있다. 단순하고 소박하고 감사와 사랑에 대한 순수한 인간적인 감정, 이것이 신앙의 원천이다.” 페스탈로치의 묘비명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인간, 그리스도, 시인, 모든 것을 남에게 바치고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축복이 있을지어다. 그의 이름에 축복이 있을지어다.” 삶은 사름의 준말이고, 사름은 사르다의 명사형입니다. 그러니까 삶은 사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한 줌의 재로 남은 것입니다. 잘 산다는 것은 잘 사라지는 것입니다.

 

교회의 첫 번째 순교자 스테파노는 죽음의 순간에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 그렇습니다. 삶은 고난의 순간에도, 죽음에 이를지라도 용서하는 것입니다.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입니다. 거기에서 부활의 꽃이 피고, 영원한 생명이 시작됩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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