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7일 (금)
(백) 부활 제2주간 금요일 예수님께서는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원하는 대로 나누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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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2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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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6-04-16 ㅣ No.189123

교집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두 개의 원이 겹치면 그 가운데에 공통되는 부분이 생깁니다. 서로 다른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만나서 하나가 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저는 최근에 그런 교집합을 보았습니다. 킬린(Killeen)의 한인 공동체를 다녀왔습니다. 그 공동체에는 10년 동안 한국인 사제가 없었습니다. 한국어 미사도 없었고, 한국어 고백성사도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어로 신앙을 나누는 사순 특강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교우들이 오후 1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함께했습니다. 고백성사를 보고, 미사를 봉헌하고, 사순 특강을 들었습니다. 다섯 시간이 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그 시간에는 신앙에 대한 갈망과 정성이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중용’ 23장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작은 것에 정성을 다하면 참됨이 생긴다. 참됨이 드러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을 움직이면 변화가 일어나며 마침내 세상이 변화된다.” 신앙은 결국 정성에서 시작됩니다. 본당에서도 특강이 있었습니다. 보통 특강은 한 시간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신부님은 묵주기도, 강의, 성시간을 함께 하셨습니다. 네 시간이 넘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성체 강복을 해 주시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안수해 주셨습니다. 바쁜 현대 사회는 빠른 것을 좋아합니다. 신앙에도 빨리빨리가 있습니다. 짧은 기도, 짧은 강의, 짧은 미사. 편리하고 좋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깊은 울림이 부족합니다.

 

이번 특강에는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정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사도들은 중요한 결정을 합니다. 공동체가 커지면서 해야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나누는 일, 재산을 관리하는 일, 공동체를 돌보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사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식탁 봉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가운데에서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찾아내십시오.”

이렇게 해서 부제들이 선발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것이 교회의 첫 번째 협력 사목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것을 농담처럼 땜빵 사목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교회의 지혜였습니다. 사도들은 복음을 선포하는 일에 집중하고 다른 이들은 공동체를 돌보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더욱 자라나고 제자들의 수가 많이 늘어났다.” 교회는 이렇게 성장해 왔습니다. 교구는 공동체를 조직하고 이끌어 왔고, 수도회는 교구가 미처 돌보지 못하는 영적인 갈망을 채워 주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수도회에는 재속회가 있습니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지만, 영적으로 목마른 사람들이 모여 함께 기도하고 신앙을 나누는 공동체입니다. 생각해 보면 교회의 역사는 정성을 다하는 사람들의 역사였습니다.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사람 정성을 다해 미사를 봉헌하는 사람 정성을 다해 신앙을 나누는 사람 그 정성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바다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신앙은 빠른 속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깊은 만남에서 옵니다. 정성스럽게 드리는 기도, 정성스럽게 드리는 미사, 정성스럽게 나누는 신앙, 그곳에서 우리는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그리고 그 음성은 우리의 삶을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변화시킵니다. 중용의 말처럼 정성은 사람을 움직이고 사람이 움직이면 세상이 변화됩니다. 오늘 우리의 작은 정성이 우리 가정과 공동체를 변화시키고 마침내 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한 곳으로 만들기를 바랍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의 정성 위에 은총을 더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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