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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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2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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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6:33 ㅣ No.189011

아침에 사과를 먹을 때가 있습니다. 사과는 껍질까지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사과 껍질을 깎아서 먹는 편입니다. 사과 껍질을 깎다 보면 늘 이런 생각이 듭니다. “만일 사과에 껍질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입니다. 사과에 껍질이 없다면 며칠 지나지 않아 금방 변질될 것입니다. 오래 보관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벌레가 생기고 상처가 나면서 금세 썩어버릴 것입니다. 사과의 껍질은 단순한 겉모습이 아닙니다. 사과의 맛을 보존하고 사과를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신부님, 사과는 껍질째 먹어야 건강에 좋습니다.” 그래서 저도 가끔 껍질째 먹어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막상 먹으려고 하면 또 껍질을 깎고 있습니다. 아마도 저는 건강보다는 편한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신앙생활도 가끔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지만, 때로는 편한 길을 선택할 때가 있습니다.

 

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무에도 껍질이 있습니다. 특히 수백 년, 천 년을 사는 나무들을 보면 껍질이 매우 단단합니다. 나무의 껍질은 병충해를 막아주고 비와 바람을 막아주며 나무의 생명을 보호해 줍니다. 껍질이 없다면 나무는 오래 살 수 없습니다. 동물 중에도 껍질과 같은 보호막을 가진 동물들이 있습니다. 악어나 거북이를 보면 몸을 덮고 있는 껍질이 매우 두껍습니다. 그런 껍질이 있기에 적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조금 다릅니다. 사람은 다른 동물들처럼 몸을 보호하는 털이나 단단한 껍질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옷을 만들어 입었습니다. 옷은 인간의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추위와 더위를 막아주고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몸을 지켜 줍니다. 최근 국제 뉴스를 보면 또 하나의 보호막을 생각하게 됩니다.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방공망입니다. 방공망이 무너지면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없습니다. 어떤 나라는 방공망이 약해서 쉽게 공격을 받기도 합니다. 반대로 어떤 나라는 강력한 방공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서 공격을 상당 부분 막아 냅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같은 방공 시스템이 그 예입니다. 하늘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여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전쟁에서 방공망이 중요한 것처럼 우리의 삶에도 보호막이 필요합니다. 신앙인의 삶도 이와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몸을 보호하는 껍질은 없지만 영혼을 보호하는 껍질, 다시 말하면 신앙의 방공망이 필요합니다. 영적인 보호막이 없다면 우리는 세상의 유혹과 악의 공격에 쉽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므로 굳게 서서 진리로 허리를 동이고 의로움의 갑옷을 입고 평화의 복음을 위한 준비로 신을 신고 어떤 상황에서도 믿음의 방패를 들고 구원의 투구를 받아 쓰며 성령의 칼, 곧 하느님의 비유 말씀을 받아 드십시오.” 바오로 사도는 신앙인의 삶을 전쟁터에 나가는 군사에 비유합니다. 군사가 아무런 보호 장비 없이 전쟁터에 나간다면 금방 상처를 입고 쓰러질 것입니다. 그래서 군사는 갑옷을 입고 방패를 들고 투구를 씁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러한 보호 장비를 영적인 보호 장비로 설명합니다. 진리는 허리를 동이는 띠가 되고, 의로움은 갑옷이 되고, 믿음은 방패가 되고, 구원은 투구가 되고, 하느님의 말씀은 성령의 칼이 됩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의 영혼을 보호하는 영적인 껍질, 신앙의 방공망과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토마스 사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토마스는 예수님을 직접 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뒤에 이렇게 고백합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예수님께서는 토마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신앙인의 삶에서 가장 강력한 영적인 보호막은 바로 믿음입니다. 예수님을 보지 않았지만,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믿음입니다. 이 믿음이 우리의 영혼을 지켜 주는 가장 강력한 방공망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말씀을 보면 초대 교회의 모습이 나옵니다. 신자들은 서로 가진 것을 나누었고, 함께 모여 기도하고 찬양했습니다. 공동체 안에는 기쁨이 있었고 평화가 있었습니다. 이 공동체도 하나의 영적인 보호막입니다. 혼자 있으면 쉽게 흔들리지만, 함께 기도하고 서로 도와주면 공동체는 우리를 보호하는 울타리가 됩니다.

 

사과가 껍질로 보호받듯이, 나무가 껍질로 오래 살아가듯이, 전쟁에서 방공망이 나라를 지켜 주듯이, 신앙인에게도 영적인 보호막이 필요합니다. 그 보호막은 하느님의 말씀이며,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믿음이며, 성령께서 주시는 은총입니다. 믿음이 약해질 때 악의 세력은 쉽게 침입합니다. 그러나 믿음이 굳건하면 악은 들어올 틈이 없습니다. 사과는 껍질이 있어서 오래 보존됩니다. 나무는 껍질이 있어서 천 년을 살아갑니다. 이 믿음이 우리의 영혼을 지켜 주는 신앙의 껍질이 되고 이 믿음이 우리의 삶을 지켜 주는 신앙의 방공망이 될 것입니다. 굳건한 믿음의 방패와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은총을 청하며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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