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0일 (금)
(백)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예수님께서는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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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성모성지 이상각 신부님 - 가장 아름다운 부활 이야기, 엠마오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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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경루카 [achim9202] 쪽지 캡슐

2026-04-09 ㅣ No.188987

 

예루살렘 부활 무덤 앞 기도하는 젊은이

사진 이상각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이야기는

가장 아름다운 부활 이야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너무 많이 들어 익숙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아무리 다시 읽어도

여전히 우리에게 희망과 위로를 줍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은 내려가는 길입니다.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 내려가는 길,

희망에 차서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라

실망한 채 돌아가는 길입니다.

해가 조금씩 기울어 가고,

길 위에는 하루의 피로가 내려앉기 시작합니다.

두 제자는 말이 많지 않습니다.

가끔씩 서로를 바라보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다시 시선을 떨굽니다.

그들은 예수님께 희망을 걸었습니다.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런데 십자가가 세워졌고,

그분은 고난을 겪으셨고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그들이 품었던 기대는

무너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낙담한 채 엠마오로 내려갑니다.

발걸음은 무겁고, 마음은 더 무겁습니다.

아마 우리도 이런 길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기대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믿었지만 끝난 것처럼 보일 때,

마음이 지치고 힘이 빠져

그저 고개를 숙인 채 걸어가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엠마오로 가는 길은 바로 그런 길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 길에 한 사람이 다가옵니다.

아무 소리 없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그저 걸음을 맞추어 조용히 함께 걷기 시작합니다.

예수님이셨습니다.

그러나 두 제자는 그분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마음이 이미 닫혀 있었기 때문일까요.

곁에 와 있는 위로도

사람은 때로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복음은

이 질문에 대해 길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의 중심은

그분이 어떤 모습이셨는가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그분을 알아보게 되었는가에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십니다.

그리고 성경을 풀어 주십니다.

길 위에서,

해가 저물어 가는 그 시간에,

말씀은 조용히 그들의 마음 안으로 스며듭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 순간,

두 제자의 마음 안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고난 없는 영광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고난을 지나 영광에 이르는 길을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누구나

십자가 없는 부활을 바라며 살아갑니다.

아픔은 없이 기쁨만,

눈물은 없이 영광만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런 길은 없습니다.

씨앗이 땅에 묻히지 않고는

새 생명이 시작되지 않듯이,

십자가를 지나지 않고는 부활에 이를 수 없습니다.

그 말씀은

그들의 마음 안에 작은 불씨처럼 내려앉습니다.

처음에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따뜻합니다.

조금씩 마음이 풀리고,

조금씩 숨이 쉬어지고,

조금씩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조용히 일어납니다.

그래서 뒤늦게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참 아름다운 고백입니다.

마음이 먼저 열렸고,

눈은 아직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해는 저물어 가고,

마을이 가까워집니다.

그분은 더 가시려는 듯 걸음을 옮기십니다.

그때 두 제자가 그분을 붙잡습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이 말은 저녁이 되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그분의 말씀이

자기들 안에 남겨 놓은 따뜻함,

설명할 수 없는 위로,

그 조용한 빛 때문에 그들은 그분을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날이 저문 것 같은 날들이 있습니다.

마음이 어두워지고,

혼자서는 버티기 어려운 날,

안으로 밤이 깊이 내려앉는 시간.

그때 우리는 이렇게 기도할 수 있습니다.

주님,

저와 함께 머물러 주십시오.

그러면 주님께서는

조용히 우리 삶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우리 집에 들어오시고,

우리의 식탁에 앉으시고,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그리고 빵을 드십니다.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시고,

떼어 나누어 주십니다.

그 순간,

두 제자의 눈이 열립니다.

그제야 알아봅니다.

그분이 주님이셨다는 것을.

마음이 먼저 열렸고, 이제 눈이 열립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분은 보이지 않게 됩니다.

붙잡을 수 없고,

머물게 할 수 없지만,

이미 충분히 함께 계셨습니다.

이 장면을 읽고 있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주일의 미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저마다의 삶을 안고

지친 마음으로 조용히 앉아 있는 우리에게

먼저 말씀이 들려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은

굳어 있던 마음을 풀고,

식어 있던 마음을 깨우고,

닫혀 있던 마음을 다시 열어 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성찬의 식탁으로 나아갑니다.

엠마오의 이야기는

어쩌면 이 우리의 여정을

다시 보여 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아름다운 부활 이야기입니다.

희망의 이야기이고,

위로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낙담하여 돌아가고 있을 때에도,

내가 지쳐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고 있을 때에도,

주님은 멀리 계시지 않습니다.

어느새 내 곁에 오셔서

함께 걸어가고 계십니다.

그리고 내가 청하면

나와 함께 머무시기 위해

내 삶 안으로 들어오시는 분,

그분이 바로 부활하신 주님이십니다.

길 위의 인도자이신 성모님,

저희가 언제나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걷도록 도와주소서.

 

 

 

 

위의 글은 이상각 신부님의 블로그 글입니다.

 

 

 

 

[출처] 가장 아름다운 부활 이야기, 엠마오로 가는 길|남양성모성지 이상각 신부 블로그https://blog.naver.com/rsony4u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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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성모성지,이상각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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