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2일 (일)
(자) 사순 제5주일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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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용 신부님_‘만일’이라는 감옥에서 나와, 지금 당장 돌을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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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09:56 ㅣ No.188645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인 '라자로의 부활' 사건을 마주합니다.
라자로가 죽고 나흘이 지났을 때, 마르타와 마리아는 예수님을 만나자마자 똑같은 말을 내뱉습니다.
"주님,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요한 11,21.32) 
 
이 문장은 '후회'라는 창살로 만든 감옥에 자신을 가두는 것입니다.
곧, "만일 ~했더라면(If only...)"이라는 가정법입니다.
사탄은 우리 영혼을 갉아먹을 때 사용하는 가장 날카로운 이빨로 상처를 내어 과거에 묶이게 합니다.
그래야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마르타와 마리아는 눈앞에 생명의 주관자이신 예수님이 서 계신데도, 시선은 이미 지나가 버린
'부재의 시간'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주님은 지금 여기서 일하고 싶어 하시는데,
인간은 자꾸 과거의 실패를 들먹이며 주님의 손을 붙잡습니다.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1861)에서, 소설 속 미스 하비샴은 결혼식 당일 아침, 신랑에게 파혼을 통보받습니다.
그 충격적인 '과거의 한 지점'에서 그녀의 시간은 멈춰버립니다.
그녀는 수십 년 동안 누렇게 변색된 웨딩드레스를 입고, 한쪽 발에만 구두를 신은 채, 썩어가는
웨딩케이크가 놓인 식탁 주위를 맴봅니다.
집안의 모든 시계는 그녀가 파혼 통보를 받은 그 시각, 9시 20분에 멈춰 있습니다. 
 
그녀는 어린 피프에게 자신의 심장을 가리키며 이렇게 읊조립니다.
"피프, 내 가슴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아니? 깨진 마음이야. 썩어가는 마음이지!"
그녀는 자신을 배신한 남자를 향한 증오라는 무덤 속에 스스로를 가둔 채, 세상을 향해 독설을
퍼붓습니다.
"사랑은 내게 죽음이었어.
그러니 너도 사랑 같은 건 하지 마라!"
그녀에게 현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출처: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해럴드 블룸, 『소설의 수사학』). 
 
예수님은 기적을 베푸시기 전, 항상 인간에게 무언가를 시키십니다. "돌을 치워라." (요한 11,39)
이것은 참으로 기이한 명령입니다.
썩어서 냄새가 진동하는 무덤 문을 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미친 짓입니다.
하지만 주님은 그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돌을 우리 손으로 직접 치우기를 원하십니다. 과거의 원망을 멈추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을 묻고 실행할 때 기적의 서막이 오릅니다. 
 
데일 카네기의 『자기관리론』에는 과거의 상처라는 무덤에 갇혔다가 '현재의 할 일'을 찾아 살아난 한 남자의 절박한 실화가 나옵니다. 마리온 더글러스는 1943년, 사랑하는 딸을 잃었습니다.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 5개월 뒤에는 아들마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만일 하느님이 계시다면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가?"라는 질문과 과거의 행복했던 기억에 갇혀 1년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우울증의 늪에 빠졌습니다. 
 
그를 살린 것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살아남은 다섯 살배기 아들의 사소한 요청이었습니다.
"아빠, 나랑 종이배 만들어서 물에 띄우고 놀아요."
처음에 그는 아들을 밀쳐냈습니다.
하지만 아들이 울며 매달리자, 그는 마지못해 종이를 접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종이배를 접는 그 3시간 동안, 1년 내내 그를 괴롭히던 '과거의 유령'들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는 깨달았습니다. '아,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이 작은 일에 집중할 때, 과거 내가 묻혀있던
무덤에서 나오게 되는구나!' 그는 그날 이후 매일 아침 '오늘 당장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씩 해치우는 데만 집중했습니다.
과거를 돌아볼 틈을 주지 않는 '현재의 바쁨'이
그를 죽음의 냄새가 나는 우울증에서 건져냈습니다.
하느님은 그에게 종이배라는 작은 돌을 치우라고
하셨고, 그는 순종함으로써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출처: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 자기관리론』). 
 
라자로의 병과 죽음, 그리고 무덤 속에서의 나흘은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 모든 고통스러운 과거는 오직 한 가지 목적, 즉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드러내는 '부활의 영광'을 위해 완벽하게 설계된 섭리였습니다. 마르타와 마리아는 이것을 믿고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예수님께 물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면 영광을 보게 됩니다. 
 
「과거의 비극을 뚫고 길을 낸 남자 - 다슈라트 만지(Dashrath Manjhi)의 집념」
인도 비하르주의 가난한 노동자 다슈라트 만지의 이야기는 '만일'이라는 후회를 어떻게 '현재'의 기적으로 바꾸는지 보여주는 전설적인 실화입니다.
1959년, 그의 아내 팔구니 데비가 산에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마을과 병원 사이에는 거대한 산이 가로막고 있었고, 70km를 우회하는 동안 아내는 숨을 거두었습니다. 
 
만지는 "만일 저 산만 없었더라면", "만일 정부가 진작에 길을 냈더라면"이라며 평생을 원망하며
술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음 날 새벽, 정과 망치 하나를 들고 그 거대한 산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산을 깎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미친놈이라 비웃었지만, 그는 오직 '지금 당장 내가 정질 한 번을 하는 것'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는 무려 22년 동안 혼자서 산을 뚫었습니다. 110m의 산을 뚫어 길을 냈을 때, 병원까지의 거리는 70km에서 1km로 단축되었습니다.
그는 아내를 잃은 과거의 무덤에서 나와,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기적의 통로가 되었습니다.
과거의 슬픔을 핥는 대신 지금 당장 곡괭이를 드는 것, 그것이 부활의 돌을 치우는 행위입니다
(출처: 영화 '만지: 산을 옮긴 사람' 2015 참조). 
 
오늘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명령하십니다.
"돌을 치워라!" 과거의 원망이라는 돌, '만일'이라는 불신의 돌을 치우십시오.
그리고 지금 당장 주님이 원하시는 사랑의 실천에 몸을 던지십시오. 
 
성 까밀로 드 렐리스는 젊은 시절 도박 중독자에 성격 파탄자였습니다.
그는 전쟁터에서 입은 다리의 궤양(종기)이 평생 낫지 않아 고통받았습니다.
그는 "만일 내 다리만 멀쩡했더라면", "만일 내가 도박만 안 했더라면"이라는 후회의 무덤 속에서 자신을 학대하며 살았습니다.
그는 카푸친 수도회에 들어가려 했지만, 썩어가는 다리의 상처 때문에 두 번이나 쫓겨났습니다. 
 
그는 더 이상 "만일"을 묻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냄새나는 다리 상처를 하느님이 주신
현재의 십자가로 받아들였고, 주님께 물었습니다. "주님, 이 상처를 가진 제가 지금 무엇을 하길 원하십니까?" 
 
주님의 답은 명확했습니다.
"너와 같은 처지의 병자들을 돌보아라."
까밀로는 로마의 성 야고보 병원에서 가장 비참한 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환자들의 썩어가는 상처를 닦으며 그 속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했습니다.
과거의 치욕과 신체적 고통이라는 돌을 치웠을 때, 그의 영혼에는 샘솟는 기쁨이 밀려왔습니다.
그는 환자들 앞에 무릎을 꿇고 "오, 나의 주님, 나의 형제여!"라고 외치며 울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천상의 광채가 감돌았고, 그가 손을 얹을 때마다 환자들이
치유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는 평생 고통을 주던 다리 상처를 더 이상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상처가 자신을 현재의 사랑으로 인도한 영광의 흔적임을 깨달았습니다.
후회를 버리고 '지금' 순종했을 때, 그는 죽음의 냄새가 진동하던 병원을 하느님 나라의 잔칫집으로 바꾸는 부활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출처: 산티 바티스타, 『성 까밀로 드 렐리스 전기』). 
 
마리아 고레티를 살해한 알렉산드로는 나중에 젊은이들에게 절대 게으르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요? 오늘 해야 할 일을 시간의 주인께 물으라는 뜻입니다. 
 
저도 전날이나 아침에 반드시 오늘 할 일을 생각하고 그대로 살아갑니다.
그래야 과거의 지옥에 빠지지 않고 미래의 연옥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교부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말했습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우는 자는 지상의 나그네일 뿐이지만, 오늘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자는

천국의 상속자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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