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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님_이 시대 또 다른 나자렛 사람, 카파르나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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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2026-01-05 ㅣ No.187220

선구자 세례자 요한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바야흐로 예수님이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예수님의 본격적인 공생활의 서막은 세상 사람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전개됩니다. 베들레헴 마구간 탄생과 유사합니다. 공생활의 출발을 알리는 화려한 이벤트도 공식적인 행사도 없습니다. 지극히 작고 소박한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최초 활동 무대로 선택하신 장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거룩한 도읍 예루살렘이 아니었습니다. 지역에 대한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유다 땅도 아니었습니다. 그분은 소박하고 거친 어부들, 농부들이 이교인들과 어울려 살아 가는 갈릴래아에서 시작하셨습니다.

 

갈릴래아라는 말만 들어도 히브리인들은 마음이 껄그러워졌습니다. 낙후된 지역, 유다 전통과 본산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가득한 지역, 그래서 종종 반기를 들고 일어서던 골치아픈 지역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참으로 묘하신 분, 우리 인간의 통상적인 사고방식이나 논리를 항상 뛰어넘는 분이십니다. 거드름 피우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작고 허름한 지역, 소박하고 겸손한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선택하십니다. 나자렛의 마리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리지외의 소화 데레사, 아르스의 비안네 신부...

 

카파르나움에 자리를 잡으신 예수님의 첫 선포 말씀이 참으로 은혜롭습니다.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라는 단어를 화두로 묵상하며,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예수님의 고향이며,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잘 알고 있었던 나자렛 사람들, 끝끝내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분께서 나자렛 회당에 들어가셔서 희년을 선포하시자, 사람들은 그게 무슨 헛소리냐며 말씀을 고깝게 여기며 귀를 막았고, 그분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갔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예수님의 복음 선포 활동의 베이스 캠프라고 할 수 있는 장소가 카파르나움입니다. 얼마나 자주 예수님께서 들르셨고, 활동하셨고, 애지중지하셨던지 ‘예수의 고장’ ‘예수의 집이 있는 곳’이라고 불릴 정도로 공생활과 밀접한 곳이었습니다.

 

베드로, 안드레아, 야고보, 요한 사도가 이곳 카파르나움에서 사도로 불림을 받았습니다. 그 어떤 도시보다도 활발한 복음 선포 활동, 치유과 구마 활동이 이루어지던 장소가 카파르나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토록 선택된 도시 카파르나움 사람들 역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도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으로부터 큰 질타를 받습니다.

 

“그리고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 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 너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소돔에서 일어났더라면, 그 고을은 오늘까지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심판 날에는 소돔 땅이 너보다 견디기 쉬울 것이다.”(마태 11, 23-24)

 

위 말씀을 들으면서 개인적으로 섬뜩했습니다. 이 시대 또 다른 나자렛 사람들, 카파르나움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과 가까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입니다. 성전 안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입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지도자, 나름 열정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자나 깨나 놀라운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 속에 살고, 거룩한 미사와 전례 안에 생활하고 있지만, 그저 타성과 습관에 따라, 아무런 감동과 변화가 없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연륜이 쌓여도 진정성 있는 회개나 근본적인 삶의 변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백 퍼센트 또 다른 나자렛 사람이요 카파르나움 사람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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