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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팔일 축제 제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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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본당에 축구부가 새롭게 창단되었습니다. 이름은 SAKCC(St Andrew Kim Catholic Church)입니다. 본당 이름의 앞 글자를 모아 만들었지만, 그 안에는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과 형제애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18년 전, 시흥 5동 성당에 있을 때도 축구부가 있었습니다. 축구부는 운동을 통해서 선교하였습니다. 운동을 좋아하지만, 아직 세례받지 않은 분들이 교리를 배워서 세례받았습니다. 축구부는 본당의 여러 행사에 봉사했습니다. 주일이면 차량 봉사를 하였고, 성당 주변의 환경 정리도 하였습니다. 축구부는 남성 구역에 속했습니다. 저는 남성 총구역장님과 축구부를 응원하였습니다. 축구부는 이웃 본당과 친교를 맺는 데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자매결연한 성당과도 경기했습니다.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고 봉사로 마음을 단련하는 모습은 늘 아름다웠습니다. 이번에 창단된 SAKCC 축구부 또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며, 그 디딤돌을 놓아주신 형제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축구부 창단을 보며 저는 자연스럽게 성탄의 ‘디딤돌’들을 떠올렸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사건이 아니라, 오랜 세월 누군가의 믿음과 기다림, 순종이 쌓여 이루어진 은총의 역사였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예수님보다 500년 앞서 이미 임마누엘의 탄생을 준비했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뜻을 마리아와 요셉에게 전하며 하느님 구원의 길을 여는 전령이었습니다. 들판의 목동들은 어둠 속에서도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었고, 별을 따라온 동방박사들은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바치며 아기 예수께 경배하였습니다. 그들이 따른 별은 권력과 명예의 별이 아니라, 겸손과 희생과 나눔의 별이었습니다. 성전에 머물며 기도하던 시메온과 한나는 오랜 기다림 끝에 아기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곁에 오셔도 보지 못합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세상의 유혹 앞에서 금세 흔들려 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탄 시기를 지내는 우리 또한 누군가를 하느님께로 이끄는 ‘디딤돌’이 되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해서는 안 되는 일’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이미 제자들에게 명확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저들이 말하는 것은 따르고 지키되, 저들의 행동은 본받지 마라.” 저들의 행동이란 위선과 허영, 겉만 화려한 삶이었습니다. 단식의 의미를 모른 채 단식을 자랑하고, 안식일의 뜻을 잊은 채 규범만 앞세우는 삶,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있는 티만 지적하는 삶이었습니다. 정의를 말하지만, 사랑이 없고, 사랑을 말하지만, 정의가 없는 모습은 오늘의 사회에서도 흔히 만나는 장면입니다. 반면 예수님께서는 사제에게, 그리고 모든 신앙인에게 꼭 해야 할 삶의 기준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착한 목자이다. 착한 목자는 양들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사제 생활 34년을 걸어오며 저는 때때로 저 자신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나는 사제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적은 없는가?’ ‘나는 사제이기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외면한 적은 없는가?’ 성탄은 그 물음을 다시 던지게 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신앙인이 지켜야 할 삶의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합니다. “나는 그분을 안다 하면서 그분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자는 거짓말쟁이다.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다.” 신앙의 기준은 지식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말이 아니라 실천입니다. 사랑이 있으면 걸림돌이 없고, 사랑이 없으면 밝은 곳에 서 있어도 어둠을 걷는 것입니다. 세상의 희망에 기대면 결국 허무와 절망만 남지만, 시메온처럼 ‘예수님을 만나는 것’에 희망을 두면 어떤 시련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힘을 줍니다. 본당의 교육과 피정, 미사에 늘 먼저 오셔서 자리를 지켜 주시는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저는 시메온과 한나를 떠올립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분들의 기도와 기다림을 기억하시고, 사랑으로 보답하실 것입니다. 성탄 팔일 축제의 은총 안에서, 우리들 또한 예수님께 이르는 길을 밝히는 작은 디딤돌이 되면 좋겠습니다. 겸손이 디딤돌이 되고, 봉사가 디딤돌이 되고, 사랑이 디딤돌이 되어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가 우리 삶 속에서 더 밝게 드러나기를 기도합니다. “자애로우신 하느님, 성탄의 기쁨 안에서 저희를 한마음으로 모아 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예수님의 탄생이 많은 이들의 기다림과 순종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저희도 누군가에게 믿음의 디딤돌이 되게 하소서. 위선보다 진실을, 허영보다 겸손을, 분열보다 사랑을 선택하게 하시고, 빛 속을 걷는 이로서 형제자매를 품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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