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 (화)
(자) 대림 제3주간 화요일 요한이 왔을 때, 죄인들은 그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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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대림3주일 -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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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nansimba] 쪽지 캡슐

2025-12-14 ㅣ No.186829

(Week 03. 말씀이 얼굴을 갖추는 시간 / 임신 10–28주 / 대림 3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아라

#되어감 #존재의존엄 #생명존중


세례자 요한이 감옥에서 제자들을 보내 물었다.

"오실 분이 바로 당신이십니까?"

예수님은 직접 답하지 않으시고, 일어나는 일들을 전하라 하신다.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제대로 걸으며, 나병 환자들이 깨끗해지고, 귀먹은 이들이 들으며,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고, 가난한 이들이 복음을 듣는다."

 

임신 10주부터 28주까지, 아기는 놀라운 변화를 겪는다.

10주경 이미 기본적인 얼굴 구조가 형성되고, 16주가 되면 눈썹과 속눈썹이 자라나며, 20주경에는 지문까지 새겨진다. 이 시기는 문자 그대로 "말씀이 얼굴을 갖추는 시간"이다.

 

태아는 이미 소리를 듣고(24주경), 빛에 반응하며(26주경), 엄마의 목소리를 기억한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점점 구체적인 얼굴과 몸을 가진 '누군가'로 드러나는 과정이다.

 

칼 라너는 "하느님의 자기 전달"을 말했다.

성육신은 단절이 아니라 하느님이 창조 안에서 당신을 점진적으로 드러내시는 과정의 정점이다.

 

태아가 얼굴을 갖추어가는 시간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 보이는 육체를 입으시는 그 신비를 미리 보여준다. 완성된 존재로 외부에서 개입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창조 안에서 고통과 기쁨을 실제로 통과하시는 방식이다. 태중의 아기가 하루하루 변화하고 성장하듯, 하느님은 변하지 않는 사랑으로, 우리와 함께 시간을 살아오신다.

 

요한은 감옥에서 물었다. "당신이 그분입니까?" 그가 기대했던 메시아의 모습과 예수님의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보고 듣는 것"을 전하라 하신다.

신앙은 완성된 모습을 요구하지 않는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생명의 징표들을 알아보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존재"이다. 토마스 머튼은 진정한 자아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태아가 얼굴을 갖추듯, 우리도 평생에 걸쳐 하느님의 모상을 닮아가는 중이다.

 

생명윤리는 종종 "언제부터 인간인가?"라는 시점의 문제로 축소된다. 그러나 복음은 다른 질문을 던다.

"누가 이 생명을 알아보는가?"

예수님 시대에도 눈먼 이, 나병 환자, 죽은 이는 "온전한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 안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생명의 역사를 보셨다. 구원은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존엄을 '드러내는' 것이다.

 

10주의 태아는 28주의 태아보다 덜 인간적이지 않다. 단지 다른 단계일 뿐이다. 얼굴이 아직 완전히 갖추어지지 않았어도, 그 생명은 이미 고유하고 대체 불가능한 '누군가'이다. 지문이 새겨지기 전부터, 그 존재는 이미 유일무이하다.

 

대림시기는 기다림입니다. 그러나 수동적 기다림이 아니라, 능동적 준비이다.

임신한 어머니는 단지 기다리지 않는다. 먹고, 쉬고, 말하고, 노래하며 아기와 이미 관계를 맺는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생명을 위해 공간을 마련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이미 시작되었다. "눈먼 이들이 보고, 다리 저는 이들이 걷는" 그 징표들 안에서 우리는 이미 도래한 미래를 경험한다.

 

아직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생명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하고 있나?

태중의 아기뿐 아니라, 가난한 이, 이방인, 아직 '제대로 된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시선을 보내는가?

나 자신의 '되어감'을 존중하고 있는가?

완벽하지 않은 나를 실패로 여기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하느님 안에서 자라나고 있음을 믿는가?

 

말씀이 얼굴을 갖추는 시간.

그것은 단지 과거 베들레헴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생명이 얼굴을 갖추어가고, 하느님은 우리 안에서 당신의 얼굴을 드러내신다.

 

요한의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답은 오늘도 유효하다. "가서 너희가 듣고 보는 것을 요한에게 알려라." 완성된 증거가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생명의 징표들. 그것을 알아보는 것이 신앙이다.

 

대림 3주일, 우리는 기다린다. 그러나 빈 손으로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시작된 생명을, 이미 움직이는 은총을, 이미 갖추어지고 있는 하느님의 얼굴을 품고 기다린다.

 

작은 이의 기도

 

생명을 잉태하시는 하느님,

당신은 보이지 않는 것 안에서 얼굴을 빚으시고

들리지 않는 곳에서 심장을 뛰게 하십니다.

 

저희가 완성된 모습만을 찾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자라나는 생명의 징표를 알아보게 하소서.

 

태중의 아기처럼 아직 드러나지 않은 모든 생명,

가난한 이들, 약한 이들, 보이지 않는 이들 안에서

이미 현존하시는 당신을 뵙게 하소서.

 

대림, 이 거룩한 기다림 안에서

이미 오신 당신을 맞이하고 아직 오실 당신을 준비하며

지금 여기 함께하시는 당신과 동행하게 하소서.

아멘.제목을 입력해주세요. (5).jpg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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