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6일 (화)
(자) 대림 제3주간 화요일 요한이 왔을 때, 죄인들은 그를 믿었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끼 많은 신부

스크랩 인쇄

김중애 [ji5321] 쪽지 캡슐

2025-12-13 ㅣ No.186808

 

끼 많은 신부

1985년 11월 1일, 군종신부로서

소령 진급 신고를 하기 전날이었다.
진급 준비를 위해 서울 상도동

공동 사제관 앞 이발소를 찾았다.

이발사는 머리를 깎고 씻은 후,

드라이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르마는 머릿결을 따라 타는데,

나의 가르마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타야 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러냐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드라이가 끝날 무렵, 이발사가

또 말했다. “이발 후 집에 가서

사모님이 장교님의 가르마 바꾼 것을

알아보는지 몰라보는지 알아보십시오.

만약 알아보면 그만큼 장교님에게

관심이 있고, 몰라보면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발사의

얘기가 참 재미있었다. 사실

나에게는 아내가 없으니,

사모님이 있을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공동 사제관에서 일하는

자매들과 미사 때 만나는 신자들이

내가 가르마를 바꾼 것을 알아보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하루 이틀을

지내면서 식당을 오가며 자매들을

쳐다보았다. 또 토요일과 일요일에

이 부대 저 부대 옮겨 다니면서

여러 번 미사를 봉헌하고

신자들을 바라보았으나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주방에서 일하는

자매들은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어

잘 못 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신부님, 사랑합니다.

제대하지 마시고 계속 군 사목을

해주세요”라고 당부했던 많은

신자들이 이렇게까지 몰라주나 싶어,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주일 저녁 마지막 미사 후

다과회를 마칠 무렵, 한 자매가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는 것 아닌가.
“신부님, 가르마를 바꾸셨네요.

왜 바꾸셨어요? 오른쪽 가르마 타는

사람은 끼가 많은 사람입니다.”
끼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떻든 그 이후로 나는 ‘끼 많은 신부’

가 되었다. 일 년 열두 달 매일

찾아오는 손님의 머리를 깎고

드라이하면서 모두에게 잘해주었을

이발사 아저씨와 유일하게 가르마

바꾼 모습을 족집게같이 한눈에

알아본 군인 가족이었던 그 자매의

관심 표명이 참으로 놀랍기도 하고,

고마웠다. 그때부터 나는 관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우리 마음은

항상 관심(關心)과 무관심(無關心)

상태로 나누어진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우리 내부에서 서로

시소게임(seesaw game)을 한다.

무엇에 관심을 쏟거나, 또는

무관심하면서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많이 기울어져

있는 쪽으로 행동하며 살아간다.
사랑의 시작은 관심(觀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우리의 관심 여부에 따라

하는 일이 잘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관한 관심

표명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며

서로를 친밀하게 해준다. 또 변화와

발전을 가져다준다.반대로 무관심하게

되면 관계는 소원해지고, 자기중심적인

경향으로 흘러 이기주의자나

무사안일주의자가 되게 한다. 그렇다면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

이라고 할 수 있다. 화초나 가축도 주인의

관심 여부에 따라 성장 모습이

달라지지 않는가? 우리는 하느님을

최고로 사랑하고,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며 살아야하는 그리스도교인이다.

(마르 12,29-31 참조)

만나는 사람에게, 그리고 그 사람이

하는 일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자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교회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신부는 직무 수행을

하면서 신자들에게 관심을 쏟아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교회 공동체는 분명히

활성화되고 발전할 것이다.
관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그때의

이발사와 자매를 다시 만나보고 싶다.
-글 /최봉원 신부-

(야고보, 마산교구 원로사목)
1977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0년 군종장교로 임관,

군종단 홍보국장, 군종교구

사무처장 겸 사목국장,

관리국장, 군종참모 등을 지냈으며

2001년 군종감으로 취임, 2003년 퇴임했다.

이후 미국 LA 성삼본당, 함안본당,

신안동본당, 수산본당, 덕산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으며, 마산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가톨릭평화신문)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65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