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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 많은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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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 많은 신부 1985년 11월 1일, 군종신부로서 소령 진급 신고를 하기 전날이었다. 공동 사제관 앞 이발소를 찾았다. 이발사는 머리를 깎고 씻은 후, 드라이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르마는 머릿결을 따라 타는데, 나의 가르마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타야 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러냐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드라이가 끝날 무렵, 이발사가 또 말했다. “이발 후 집에 가서 사모님이 장교님의 가르마 바꾼 것을 알아보는지 몰라보는지 알아보십시오. 만약 알아보면 그만큼 장교님에게 관심이 있고, 몰라보면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발사의 얘기가 참 재미있었다. 사실 나에게는 아내가 없으니, 사모님이 있을 수 없지 않은가? 그래서 공동 사제관에서 일하는 자매들과 미사 때 만나는 신자들이 내가 가르마를 바꾼 것을 알아보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하루 이틀을 지내면서 식당을 오가며 자매들을 쳐다보았다. 또 토요일과 일요일에 이 부대 저 부대 옮겨 다니면서 여러 번 미사를 봉헌하고 신자들을 바라보았으나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주방에서 일하는 자매들은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어 잘 못 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신부님, 사랑합니다. 제대하지 마시고 계속 군 사목을 해주세요”라고 당부했던 많은 신자들이 이렇게까지 몰라주나 싶어,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다과회를 마칠 무렵, 한 자매가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는 것 아닌가. 왜 바꾸셨어요? 오른쪽 가르마 타는 사람은 끼가 많은 사람입니다.” 어떻든 그 이후로 나는 ‘끼 많은 신부’ 가 되었다. 일 년 열두 달 매일 찾아오는 손님의 머리를 깎고 드라이하면서 모두에게 잘해주었을 이발사 아저씨와 유일하게 가르마 바꾼 모습을 족집게같이 한눈에 알아본 군인 가족이었던 그 자매의 관심 표명이 참으로 놀랍기도 하고, 고마웠다. 그때부터 나는 관심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우리 마음은 항상 관심(關心)과 무관심(無關心) 상태로 나누어진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우리 내부에서 서로 시소게임(seesaw game)을 한다. 무엇에 관심을 쏟거나, 또는 무관심하면서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많이 기울어져 있는 쪽으로 행동하며 살아간다. 왜냐하면 우리의 관심 여부에 따라 하는 일이 잘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 관한 관심 표명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며 서로를 친밀하게 해준다. 또 변화와 발전을 가져다준다.반대로 무관심하게 되면 관계는 소원해지고, 자기중심적인 경향으로 흘러 이기주의자나 무사안일주의자가 되게 한다. 그렇다면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 이라고 할 수 있다. 화초나 가축도 주인의 관심 여부에 따라 성장 모습이 달라지지 않는가? 우리는 하느님을 최고로 사랑하고,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며 살아야하는 그리스도교인이다. (마르 12,29-31 참조) 만나는 사람에게, 그리고 그 사람이 하는 일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신자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교회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신부는 직무 수행을 하면서 신자들에게 관심을 쏟아야 한다. 그렇게 할 때, 교회 공동체는 분명히 활성화되고 발전할 것이다. 이발사와 자매를 다시 만나보고 싶다. (야고보, 마산교구 원로사목) 1980년 군종장교로 임관, 군종단 홍보국장, 군종교구 사무처장 겸 사목국장, 관리국장, 군종참모 등을 지냈으며 2001년 군종감으로 취임, 2003년 퇴임했다. 이후 미국 LA 성삼본당, 함안본당, 신안동본당, 수산본당, 덕산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으며, 마산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가톨릭평화신문)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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