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3일 (토)
(홍) 성녀 루치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엘리야가 이미 왔지만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하였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생명] 대림 2주간 금요일 - 있는 그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마음

스크랩 인쇄

서하 [nansimba] 쪽지 캡슐

2025-12-12 ㅣ No.186784

 

(Week 02. 심장이 뛰는 시간 / 임신 5–8주 / 대림 2주)

있는 그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마음

#있는그대로살기 #마음의자유 #작은생명의존엄 #만삭낙태법반대

 

어쩌면 우리는 지금,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 세대와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가슴을 치지 않았다.’ (마태 11. 17)


기쁨이 와도 기뻐하지 못하고,

슬픔이 와도 슬퍼하지 못하는 마음.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곡을 하여도 가슴을 치지 않는 아이들과 같은 모습.

 

이 복음 구절은 오래전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정직하게 비추고 있는 것 같다.

현대인의 마음은 왜 이렇게 반응하지 못할까.

 

우리는 늘 안정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흔들리지 말아야 하고,

평온해야 하고,

성공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 기준은 점점 더 까다로워졌고,

우리의 마음은 그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기쁨도, 슬픔도, 두려움도 ‘적당히’만 느끼려고 한다.

 

“지금 기뻐해도 되는 걸까?”

“이렇게 슬퍼하면 약해 보이지 않을까?”

 

이렇게 순간의 감정에 조건을 붙이다 보니

자연스러운 반응조차 막혀 버렸다.

마음은 반응하고 싶은데,

머리가 허락하지 않는 삶.

 

그래서 우리는 자꾸 불안해진다.

감정을 억누른 자리에는

언제나 불안이 자라기 때문이다.

 

불안은 생명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렵게 한다.

요즘 사회가 생명 앞에서 갈등하는 이유도

어쩌면 이 불안과 닿아 있는지도 모른다.

 

태아가 생명으로 다가오는 순간,

그 생명은 언제나 뜻밖의 방식으로 오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품고 있다.

 

그 예측할 수 없음, 흔들림, 준비되지 않음이

현대인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는 ‘안정된 삶’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너무 많은 것을 통제해 왔다.

그러다 보니

생명처럼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선물 앞에서도

자유롭게 반응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기쁘면 기뻐해도 되고,

두려우면 두려워해도 되는데

우리는 그 감정마저 ‘옳고 그름’으로 재단하려 한다.

 

그 마음은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한 군중의 마음과도 닮았다.

요한이 와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예수가 와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어떤 방식으로 찾아오든

예수님도, 새 생명도,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마음.

 

불안은 새로운 생명도,

새로운 계시도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든다.

 

존재의 자유는 ‘있는 그대로 반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예수님이 지적하신 것은

금욕이냐, 식탁공동체냐의 차이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 어떤 방식에도 응답하지 못하는 마음이었다.

 

있는 그대로 반응하는 자유.

이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존재의 자유가 아닐까.

기쁨이 오면 기뻐하고,

슬픔이 오면 슬퍼하며,

불안이 오면 불안을 인정하고,

생명이 오면 생명에게 마음을 열 준비가 되어 있는 것.

 

삶이 던져주는 순간들 앞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관념과 두려움 대신

내 안의 진실한 울림으로 살아가는 것.

 

이 단순한 원리가

우리를 다시 자유롭게 하고

삶을 다시 비옥하게 한다.

 

마음이 반응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다시 살아난다.

 

자기감정에 반응하는 일은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 존재를 다시 깨우는 일이기도 하다.

 

춤추고 싶으면 춤추고,

눈물이 날 때는 눈물을 흘리며,

주어진 생명 앞에서는

잘하려는 마음보다

그저 마주할 용기를 내는 것.

 

그때 우리는

마음이 스스로 흘러가도록 허락하게 된다.

불안은 조금씩 녹고,

삶은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합니다.

 

예수님이 이 세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어쩌면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있어야 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살 수 있는 마음.

 

그 마음이 열릴 때

우리는 비로소

생명도, 사랑도, 하느님도

다시 자유롭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이의 기도

 

주님,

크게 살지 못해도 괜찮다고

작게 있어도 사랑받는다고

오늘 제 마음에 속삭여 주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걸어도

당신께서는 늘 함께하심을

조용히 느끼게 해 주십시오.

아멘.

 

Today's Word

 

"있는 그대로 반응할 때, 마음은 다시 살아난다"

by 서하

 

제목을 입력해주세요. (4).jpg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7 1

추천 반대(0) 신고

만삭낙태법반대, 있는그대로살기, 마음의자유, 작은생명의존엄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