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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라노 대성전 봉헌축일, 평신도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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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5-11-09 ㅣ No.186178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축일, 평신도 주일] 요한 2,13-22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오늘은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라테라노 대성전을 지어 봉헌한 것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라테라노 대성전은 교회의 역사 안에서 거의 천 년 동안 교황이 거주하던 가톨릭 교회 행정의 중심지였지요. 그렇기에 오늘 이 성전의 봉헌축일을 지냄으로써 전세계 가톨릭 교회가 라테라노 대성전이 있는 로마교회를 중심으로 하나로 일치되어 있음을 기억합니다. 또한 우리 신앙생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성전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되새기지요. 성전은 기본적으로 다음의 네 가지 특징을 지녀야 합니다. 첫째, 성전에서는 복음이 전해져야 합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순명하여 그 말씀이 우리 안에 살아있어야 하며, 그 말씀이 우리를 통해 이웃에게 전해져야 하는 겁니다. 둘째, 성전에서는 기도해야 합니다. 각자가 처한 입장이나 상황이 다 다르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모두가 마음을 모아 하느님께 기도해야 하고 그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뜻과 일치되어야 하지요. 셋째, 성전에서는 친교를 나누어야 합니다. 성전은 혼자서 조용히 기도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닙니다. 형제들이 모두 함께 어우러져 같은 믿음을 고백하고 그 믿음을 통해 얻는 기쁨을 나누어야 하는 겁니다. 넷째, 성전에서는 겸손과 사랑으로 서로를 섬겨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것도 우리에게 그 본을 보여주시기 위함이었지요. 우리는 사랑과 봉사로 상대방을 섬김으로써 그 안에 계시는 주님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 전례의 독서와 복음은 우리에게 성전의 본질과 역할, 그리고 지향점에 대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먼저 제1독서를 보면 에제키엘 예언자는 환시 속에서 천사의 안내를 받아 ‘주님의 집’ 어귀로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강을 이루고, 그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는 설명을 듣지요. 이 장면은 십자가 위에서 피와 물을 쏟으시는 예수님과 연관되는데, 예수님의 몸에서 흘러나온 물과 피가 우리의 죄를 씻고 생명을 주는 것처럼,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다른 이들의 생명을 살리고 삶을 살맛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물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킬까요? 그 물은 일차적으로 우리 자신을 가리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하느님 말씀과 사랑으로 가득 채워 세상으로 흘려 보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분으로부터 흘러나온 우리는 세상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사랑의 계명을 실천해야겠지요. 그 물은 다른 한편으로 우리에게서 드러나는 그리스도인다운 삶의 모습을 가리킵니다. 우리에게서 겸손, 존중, 순명의 물이 흘러나오면 이 세상에 주님께서 주신 참된 평화가 실현될 것입니다. 우리에게서 믿음, 희망, 사랑의 물이 흘러나오면 이 세상은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가치들만 쫓지 않고 하느님께서 주시는 참되고 영원한 가치를 알아보며 따르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예수 그리스도 덕분에 우리가 살아나고, 우리 덕분에 온 세상이 살아나는 것이지요.

 

다음으로 오늘의 제2독서를 보면 바오로 사도가 우리에게 성전의 참된 본질이 무엇인지를 알려줍니다. 성전은 단순히 신자들이 함께 모여 하느님께 예배를 드리는 건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마음 안에 하느님을 모시고 영혼에 그분 뜻을 새긴 성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승천하시면서 우리에게 보호자이신 성령을 보내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로서 그분 뜻을 따라야 하고, 그리스도인으로써 성령의 인도에 따라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야 하는 겁니다. 그러면 우리는 하느님께서 머무르시는 성전이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시는 감실이 되지요. 이 때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거룩하게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거룩하신 하느님을 속된 곳에 모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하느님의 거룩함과 의로움을 닮은 완전한 사람이 되라고 명령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성전이자 주님의 성전인 우리는 성전의 본질인 ‘거룩함’을 잘 유지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오늘 복음에 나오는 예루살렘 성전은 그런 거룩함을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성전을 관리 감독하는 대사제와 종교 지도자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증진시킬 목적으로 성전을 악용했기 때문입니다. 성전에 오는 이들이 하느님을 만나게 해주어야 할 자기 소명을 망각한채, 그들에게서 폭리를 취하고 큰 부담을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예루살렘 성전에서는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찬미의 기도가 울려퍼지지 못하고 부정과 부패, 불의와 탐욕만이 가득했지요. 그래서 예수님께서 직접 그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그들의 마음에서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심을 꾸짖으시고, 하느님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못된 마음을 엎어버리셨습니다. 또한 그들의 마음 속에 가득 찬 탐욕과 집착을 모조리 쫓아내셨습니다. 그렇게 일차적으로는 예루살렘 성전을, 이차적으로는 하느님께서 머무르시는 성전인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거룩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로하여금 내 마음이라는 성전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십니다. 몸은 성당에 앉아있으면서 마음은 세상이라는 ‘콩밭’에 가 있지는 않은지, 하느님의 뜻보다 세속적인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얽매이고 집착하지는 않는지, 그러면서도 회개할 생각은 하지 않고 ‘남들도 다 그러는데 뭐 어때’라며 자기 모습을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주님께서 머무르시는 성전이 될 수 없지요. 그러니 우리는 마음을 새롭게 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그분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를 잘 분별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크고 화려한 성전을 세우시지 않고 당신 자신을, 더 나아가 당신을 믿고 따르는 우리를 성전으로 삼으신 것은 이 세상이 우리가 영원히 머무를 참된 거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거처는 하느님 나라에 있고 우리는 그곳에 가기 위해 잠시 이 세상을 지나쳐가는 ‘순례자’들이지요. 장례미사 때 바치는 ‘위령 감사송’을 보면 그런 점이 이렇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세상에 세운 크고 화려한 성전을 허물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보다 나의 뜻을, 참된 가치보다 세속적인 이익을 먼저 찾는 우리의 교만과 어리석음을 허물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공정과 자비를 따르지 않고 쉽고 편한 것만 찾으며 현실과 대충 타협하려 드는 나태함과 안일함을 허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 마음 안에 하느님께 대한 믿음, 이웃과 형제를 향한 사랑,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으로 새로운 성전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사는 이곳이 참으로 살맛 나는 세상, 하느님 나라가 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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