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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묵상] 하느님과 재물 사이에서 -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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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 [nansimba] 쪽지 캡슐

2025-11-07 ㅣ No.186142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루카 16,13


하느님과 재물 사이에서

 

요즘 뉴스를 보면 마음이 무겁다.

정치의 언어는 거칠고, 서로를 향한 말은 날이 서 있다. 정의와 공익을 이야기하지만, 그 속에는 자신의 자리와 이익을 지키려는 욕망이 더 선명하다. 한때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 믿었던 말들이 이제는 사람을 공격하고 나누는 도구가 되어버렸다. 그런 날에는 텔레비전을 끄고 복음의 한 구절을 천천히 되뇌인다.

 

"너희는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이 말씀을 읽으면, 예수님께서 지금의 정치 한복판을 걷고 계신 듯하다. 그분은 세상의 부패나 제도의 허점을 단죄하기보다, 그 안에서 '누구를 섬기고 있는가'를 묻는다. 하느님인가, 아니면 나 자신인가? 공동선인가, 아니면 당리당략인가? 진심으로 사람을 위함인가, 아니면 표를 얻기 위함인가?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만들라는 말씀은 세상에서 가장 역설적인 명령이다. 불의할 수밖에 없는 세상 안에서도 재물을, 권력을, 영향력을 이용해 사람을 살리고 연결하는 길이 있음을 보여준다. 예수님은 재물의 불의함보다 그 재물을 '어디에 쓰느냐'를 더 중요하게 보신다.

 

세상의 권력은 자신을 지키려 하지만, 하느님의 권력은 타인을 살린다. 재물은 쌓을수록 벽이 되지만, 나누면 나눌수록 다리가 된다. 하느님 나라의 정치란, 바로 이 다리 놓기의 정치가 아닐까. 하느님의 통치는 강제하는 힘이 아니라, 서로를 잇는 사랑의 힘으로 드러난다.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다고 평하신다. 하느님 앞에서 성실은 결코 '능률'의 언어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속이지 않는 일관성, 작은 약속에도 진심으로 임하는 양심의 고요한 빛이다.

정치는 본래 이런 성실함으로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의 정치가 잃어버린 것은 바로 그 '작은 성실'이다. 큰 구호는 넘치지만, 작은 약속은 너무 쉽게 잊힌다.


사람들에게 높이 평가되는 것이 하느님 앞에서는 혐오스러운 것이라는 말씀은 불편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상의 시선은 화려한 업적을 칭찬하지만, 하느님의 시선은 마음의 동기를 본다. 정치는 결국 말이 아니라 양심의 방향으로 평가받는다. 하느님 앞에서 혐오스러운 것은 실패가 아니라, 진실을 외면한 성공이 아닐까.

 

복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단지 비판하는 눈을 갖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나부터 진실하게 살겠다는 다짐이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깨달았다. 정치는 변하지 않아도 내가 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나의 작은 성실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선택, 나의 말, 나의 관계 속에서 하느님을 섬기는 것. 그것이 곧 하느님 나라의 정치가 될 것이다.

 

오늘 나는 누구와의 대화에서, 어떤 선택의 순간에서 하느님을 섬길 수 있을까? 이 작은 질문이 내일의 나를 바꾸고, 우리 공동체를 바꾸며, 결국 세상에 작은 빛을 더할 것이라 믿는다. 이 작은 성실이 모여 공동체가 되고, 공동체가 모여 변화의 물결이 될 것을 믿는다.

 

주님,

세상의 권력과 말들이 나를 지치게 할 때

당신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하소서.

작은 일에 성실하고,

진실 앞에서 머뭇거리지 않는 마음을 주소서.

사람의 평가가 아니라

당신의 시선 안에서

정의와 사랑을 선택하게 하소서.

그리고 이 작은 선택들이 모여

당신 나라의 빛이 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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