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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축제인생을 살 것이냐 고해인생을 살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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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경 [forgod] 쪽지 캡슐

2025-11-04 ㅣ No.186053

2025.11.4.화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1538-1584) 기념일 

 

 

로마12,5-16ㄴ 루카14,15-24

 

 

축제인생을 살 것이냐 고해인생을 살 것이냐? 

“초대에 응답한 이들의 임무”

 

 

“주님, 제 마음은 오만하지 않나이다. 

 제 눈은 높지도 않사옵니다. 

 감히 거창한 것을 따르지도, 

 분에 넘치는 것을 찾지도 않나이다.”(시편131,1)

 

축제인생을 살 것이냐 고해인생을 살 것이냐? 

순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영적전쟁 치열한 현장의 삶에도 불구하고 축제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언젠가 그날이 아닌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 축제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가을의 자연이 좋은 교훈을 줍니다. 가을 단풍 아름다운 세상이 꼭 축제인생을 상징하는 듯 싶습니다. 

 

“가을엔

 이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모두가 이쁘다

 작은 풀잎, 나뭇잎들...

 사랑으로 타오르는 단풍되니

 모두가 이쁘다

 너도 이쁘고 나도 이쁘다”<2000.11.16.>

 

모두가 초대받은 손님답게 이쁘게 살라는 가르침을 주는 가을 단풍 축제입니다. 얼마전 70대 후반의 동창친구들이 가을 나들이 한 사진에 곱고 아름다워 단 댓글이 생각납니다. 

“멋지고 행복한 꽃같은 삶을 살아가는 동창친구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단풍인지 사람인지 구별이 안됩니다.”

 

정약용의 <삶의 지혜>에 나오는 말마디도 공감이 갑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외모를 꾸며야 한다. 꾸밈은 사치가 아니라 자신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외모를 단정히 하는 것은 허영이 아니라 존엄의 시작이다.” 

 

나이가 들수록 꾸밈에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삶의 축제에 주님께 초대받은 자들이기에 외모는 품위있게 꾸며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루하루 주님의 축제에 초대받고 있습니다. 주님의 초대에 응답해 미사 축제에 참석한 분들은 행복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과 함께 식탁에 앉아 있던 이들은 주님께 말합니다.

 

“하느님의 나라에서 음식을 먹게 될 사람은 행복합니다.”

 

주님은 직답하지 않고 비유를 들어 초대에 응답해 오늘부터 하느님의 나라 축제를 앞당겨 살 것을 권합니다. 비유를 보면 현실에 눈먼 이들은 분별의 지혜를 잃고 주님의 초대를 사양합니다. 한마디로 바쁘다는 것입니다. 현실의 세속적 재미에 푹빠져 있는 자기중심적 탐욕의 사람들이라 마음의 여유가 전혀 없습니다. 우선 비유에 나오는 주인은 크게 노하여 종에게 명령합니다.

 

“어서 고을의 한길과 골목으로 나가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과 눈먼이들과 다리저는 이들을 이리로 데려 오너라.”

 

삶의 축제에 사회로부터 소외받은 자들을 데려다 채우라 하십니다. 바로 하느님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교회에 주어진 우선적 사명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바로 소외받은 자들에게 축제의 기쁨을 누리도록 해 주라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주인의 말이, 주님의 간절한 초대에 응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큰길과 울타리쪽으로 나가, 어떻게 해서라도 사람들을 들어오게 하여, 내 집이 가득차게 하여라.”

 

그대로 복음 선포 사명을 말합니다. ‘어떻게 해서라도’는 폭력이 아니라 주님의 간절한 초대를 뜻합니다. 교회 공동체에 초대 받았다 하여 방심은 금물입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각자 주어진 삶의 축제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할 때 초대의 완성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그 구체적 실천지침을 줍니다. 우선 저마다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에 따라 각자 삶의 축제 자리에서 각자 받은 은사를 발휘하며 살라는 것입니다. 영적전투 치열한 축제의 현장에 초대 받은 그리스도인의 생활 규범입니다. <공동의 집> 지구에 혼자가 아닌 함께 초대 받은 형제들이기에 이웃에 대한 배려는 필수입니다.

 

1.사랑은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2.악을 혐오하고 선을 꼭 붙드십시오.

3.형제애로 서로 깊이 아끼고 서로 존경하는 일에 먼저 나서십시오.

4.열성이 줄지 않게 하고, 마음이 성령으로 타오르게 하며 주님을 섬기십시오.

5.희망 속에 기뻐하고 환난 중에 인내하며 기도에 전념하십시오.

6.궁핍한 성도들과 함께 나누고 손님 접대에 힘쓰십시오.

7.박해하는 자들을 축복하십시오. 저주하지 말고 축복해 주십시오.

8.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

9.서로 뜻을 같이 하십시오.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비천한 이들과 어울리십시오.

10.스스로 슬기롭다고 여기지 마십시오.

11.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일을 해 줄 뜻을 품으십시오.

12.할 수 있는 대로 모든 사람과 평화로이 지내십시오.

13.스스로 복수할 생각을 버리고 하느님의 진노에 맡기십시오, 

14.악에 굴복당하지 말고 선으로 악을 굴복시키십시오.

 

역시 값싼 은총이나 값싼 평화가 없듯이, 값싼 초대도 없음을 배웁니다. 그대로 사랑의 복음 실천을 구체화하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초대받은 자에 합당한 삶을 위해 평생 배우고 배워도 사랑 실천에는 영원한 초보자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성인들이 초대받은 사람들의 모범입니다. 

 

오늘은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입니다. 참으로 초대받은 손님답게 분골쇄신 노력을 다한 성인입니다. 성인은 1538년 이탈리아 롬바르디나의 아로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1584년 만46세 선종시까지 교회를 위해 참으로 치열한 삶을 사셨던 분입니다. 저는 성인보다  무려 30년 더 살고 있으니 더욱 분발해야 함을 배웁니다.

 

성인의 말년의 삶도 감동적입니다. 시종일관 교회에 헌신했던 삶이었습니다. 1576년 밀라노에 흑사병이 창궐하고 기근이 불어닥치자 직접 병자들과 가난한 농민들을 돕고 시신을 매장하는데 모든 도움을 제공하며 끝까지 밀라노에 남아 병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위로하며 병자성사를 주었고 매일 3천명의 주민들에게 식량을 나누어주었으며, 예방법도 가르쳐 주었습니다.

 

흑사병이 잠잠해지자 성인은 영국 선교길에 오르는 수많은 젊은 사제들을 접견하고 지원했으며, 밀라노 외에도 여러교구를 방문하여 개혁을 촉구하였고, 1583년 교황사절로서 스위스까지 방문해 개신교도들을 상대로 설교하기까지 했습니다. 성인은 과로로 인해 점차 체력이 소모되어 건강이 급격히 안 좋아져 결국 은퇴했고, 1584년 10월 몬테 바랄로에서 피정과 휴식을 마치고 심한 고열을 앓아 밀라노로 돌아갔고 그해 11월3일 선종합니다.

 

성인의 개혁적인 소신으로 많은 적을 두었지만, 신념적인 영역을 따나서 성인의 고결한 인품은 모두가 칭송했습니다. 성인은 당대 정치적이고 세속적인 권력까지 지니고 있던 추기경의 권한을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남용하지 않고, 오로지 교회 발전과 가난하고 소외된 주민들의 복지를 위해서만 사용했으며, 높은 직책에 있어도 항상 겸손하게 처신하고 근면성실한 자세로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마지막 유언이 성인의 최선을 다한 삶의 요약처럼 생각됩니다.

 

“주님, 제가 여기 대령했나이다.”

 

날마다 주님의 초대 잔치의 삶의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다 미사잔치에 참석할 때 이렇게 고백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초대 받은 자로 책임에 최선을 다하면서 축제인생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오히려 저는 제 영혼을 다독이고 달랬나이다.

 제 영혼은 마치 젖 뗀 아기, 

 어미 품에 안긴 아기와 같사옵니다.”(시편131,2).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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