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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신부님_전교하기 가장 적합한 순간, 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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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출장 갔다가 식사 시간에 늦어질 경우 들르던 동네 식당이 기억납니다. 그 식당의 특징은 고향 집에 온 듯한 편안함과 맛갈진 음식, 거기다 착한 가격이었습니다. 자주 가다 보니 단골이 되었고, 사장님은 물론 서빙하는 따님과 반갑게 인사도 하게 되었습니다. 장사가 잘 되는지도 물어보기도 했고, 손님들과 함께 가서 작게나마 도움이 되어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결재를 할 때에는 진심으로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손님들이 몰려 정신없이 바쁠 때는 먹고 난 그릇들을 대충대충 챙겨 주방으로 가져다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장님께서 제게 그러셨습니다. “천주교 신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요?” 저는 사시는 동네 소속 본당 사무실 전화번호를 가르켜 드리면서, 예비자 등록 절차에 대해서 소상히 알려드렸습니다. 인사 발령을 받고 오랜만에 다시 그 식당을 찾았더니, 사장님께서는 반색을 하시면서, 신나는 얼굴로 그간 있었던 일을 제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자매님께서 세례를 받고 난 후 따님도 예비자 교리반에 등록했고, 투병 중이던 형제님께서도 대세를 받고, 본당 공동체의 따뜻한 배려 속에 장례 절차를 치렀다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제게 연신 감사하다는 말씀을 되풀이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한 가지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일상 안에서 행해지는 우리의 작은 몸짓 하나하나, 사소한 언행 하나하나가 얼마나 중요하고 큰 의미를 지니는가? 하는 깨달음입니다. 오늘 우리 교회는 전교 주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장 중요한 전교는 삶을 통한 전교인 듯합니다. 삶이 조금도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악한 표양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받으면서, 천주교 믿으세요, 성당 나오세요, 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우리를 비웃을 것입니다. 최근 우리는 유래없이 큰 고통을 연속해서 겪었습니다. 팬데믹 시대를 건너왔습니다. 길고 긴 탄핵 정국을 거쳐왔습니다. 아마도 많은 세상 사람들이 인간의 한계와 무기력을 진하게 체험하며,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을 것입니다. 어찌보면 이러한 시기는 전교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교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첫 번째 과제이자 가장 본질적인 사명입니다. 전교는 우리 모든 신앙인들에게 있어 선택 과목이 아니라 필수 과목입니다. 전교는 우리가 지은 죄를 기워 갚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보속입니다. 기회가 좋으나 나쁘나,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이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 전교를 생활화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우리 각자 존재 자체로 이웃들에게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기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눈빛만 봐도 사람들이 예수님의 빛을 감지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존재 그 자체로, 우리 매일의 삶을 통한 복음화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오늘 전교주일을 맞아 전교에 대한 지나친 소극성, 해외 선교에 대한 무관심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전교에 대한 우리들의 소극성, 부족한 열의의 원인이 무엇인가 생각해봅니다. 강렬한 하느님 체험, 그분과의 감미로운 만남, 그분의 한없는 사랑과 자비에 대한 체험 부족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통해 진정으로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 안에 푹 잠겨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면, 그 좋은 체험을 나 혼자만 누리기를 원치 않을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그 좋은 것(신앙)을 사랑하는 사람들, 가까이 지내는 가족들, 이웃들, 친지들, 직장동료들에게도 맛보이기를 간절히 원할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