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0일 (월)
(녹) 연중 제29주간 월요일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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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전교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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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5-10-18 ㅣ No.185667

오늘은 전교 주일입니다. 전 세계에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고, 또 우리 자신이 복음을 어떻게 전할지 돌아보는 날입니다. 2002년 저는 새로운 직책을 맡았습니다. 본당 사제가 아닌 특수 사목 사제가 되었습니다. 제가 새로 맡은 직책은 사목국 성인교육 담당이었습니다. 본당 사제로 지내던 제게 사제 성화의 날에 체험 사례 발표를 하라는 권유가 있었습니다. 저는 본당에서 있었던 사목의 경험을 신부님들 앞에서 나누었습니다. 3가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첫째는 차량 봉사단이었습니다. 제가 살던 적성 성당은 지역이 넓고 대중교통 수단이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교우들과 차량 봉사단을 조직했습니다. 4대의 봉고차가 매 주일 아침 9시에 함께 기도하고 교우들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설날과 추석에는 저와 수녀님이 운전하였습니다. 3년 동안 단 한 번도 사고가 없었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교우들은 농사지은 것을 성당으로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주일 10시가 되면 어김없이 교우들을 모시고 차량이 성당으로 도착했습니다. 2001년 겨울 성탄 때입니다. 성탄 밤 미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눈이 무릎까지 왔습니다. 차량 운행을 못하고, 모두가 성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밤을 새웠습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그렇게 축하했습니다. 다음날 날이 밝으면서 교우들을 집으로 모셔다드렸습니다.

 

둘째는 농산물 직거래였습니다. 본당에는 양봉하는 분, 배추 키우는 분, 벼 농사짓는 분, 포도 키우는 분이 있었습니다. 파주 농협과 협의해서 농산물 직거래를 위한 포장지를 만들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본당을 찾아다니면서 홍보했습니다. 많은 본당이 농산물 직거래의 취지를 이해해 주었고, 교우들은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교우들은 농산물 직거래를 통해서 얻은 이익의 일부를 본당에 봉헌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서 서울 본당에서는 여름에 학생들이 캠프를 오기도 했습니다. 사목 위원이 연수를 오기도 했습니다. 셋째는 태권도였습니다. 가정 방문 중에 태권도 사범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범에게 본당에서 태권도를 가르칠 수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사범은 기꺼이 학생들을 가르치겠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7명이 시작한 태권도는 그 수가 늘어서 나중에는 100명이 넘었습니다. 태권도 수업료를 받지 않았고, 도복도 무료로 나누어 주었습니다. 다행히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태권도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수녀님은 교리를 가르쳐 주었고, 교리를 받은 아이들이 세례를 받을 때면 부모님도 성당으로 나왔습니다. 저의 체험 사례 발표는 교구에까지 전해졌고, 교구에서는 제게 사목국에서 함께 일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저는 서울 대교구에서 가장 작은 성당에서 서울 대교구의 중심인 명동의 교구청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오늘은 전교 주일입니다. 선교사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우리도 우리가 가진 신앙을 이웃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전교를 열심히 하시고, 잘하시는 분들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많이 배웠거나, 시간이 많은 공통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에서 힘들게 장사를 하시는 분도 있고, 대학 공부를 못 하신 분도 있고, 가정일도 하고, 직장 일하기 때문에 바쁘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분들이 전교를 많이 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그것은 예수님의 전교 방법을 따라 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전교했을까요? 첫째, 예수님은 몸으로 뛰셨습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만나셨고,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만나셨고,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고 만나셨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자 병든 자, 외로운 자를 더욱 많이 만나셨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위로를 주셨고, 힘을 주셨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둘째, 예수님은 몸소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전교는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기도 하셨고, 언제나 섬기는 자가 되라 하셨고, 자신의 십자가를 먼저 지고 가라고 하셨고, 착한 목자는 양들의 음성을 알아듣고, 양들을 푸른 시냇가로 인도하고, 비가 오면 양들을 안전한 우리로 인도하며, 사나운 짐승이 나타나면 지팡이를 들고 지킨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에 달려서 죽기까지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셋째, 예수님은 혼자 하시지 않고, 제자들과 함께하셨습니다. 비록 제자들이 부족하고 나약하지만, 제자들을 신뢰하셨고, 제자들에게 힘을 주셨고, 제자들과 더불어 전교하셨습니다. 하늘나라는 비록 겨자씨와 같이 작은 데서 시작하지만, 엄청난 결실을 보리라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분이셨지만 기다려 주셨고, 인내해 주셨고, 함께 하셨습니다.

 

넷째, 예수님은 늘 기도하셨습니다. 따로 한적한 곳에 가셔서 기도하셨고, 피눈물이 나도록 기도하셨고, 자기 뜻보다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기도하셨습니다. 그래서 누워 잠을 자고 있던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보시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기도는 바로 전교의 힘이며, 기도는 바로 전교의 발판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다섯째, 예수님은 항상 당당하셨습니다. 비록 가진 것은 없으셨지만, 비록 내일 어찌 될지 기약은 없으셨지만 늘 당당하셨고,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당당한 예수님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으셨고, 권력에 무릎을 꿇지 않으셨고, 오히려 그 불의와 권력을 야단치고, 호통을 치셨습니다. 하지만 가난하고, 지치고, 힘든 자 앞에서는 늘 자비를 베푸셨고, 늘 그들에게는 약하셨습니다.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행복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짧은 글인데 제게는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 자선을 베푸는 것, 사랑을 나누는 것, 이웃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이 좋아하는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꼭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일을 좋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행복은 시작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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