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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7주간 금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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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7주간 금요일] 루카 11,15-26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전염병에 걸렸다가 나은 사람이나 그 병을 예방해주는 백신을 맞은 사람은 몸에 그 병을 일으키는 균에 대한 ‘항체’가 생겨서 다시 같은 병에 걸리지 않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그와 같은 상태를 일컬어 ‘면역력’을 갖게 되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병원균이 일으키는 육체적 질병이 아니라, 더러운 영 혹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사탄의 세력이 일으키는 병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그런 것들에 휩쓸려 큰 병을 앓더라도 내 마음과 영혼에 항체나 면역력 같은 건 생기지 않는 겁니다. 우리 마음과 영혼을 단단하게 대비해두고 있지 않으면 언제든지, 몇번이든지 계속해서 마귀의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님께 ‘악에서 구하소서’라고 청합니다. 또한 그분께서 언제나 내 마음 안에 머무르시도록 노력하는 ‘신앙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그 신앙생활이라는 것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하느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하고 싶지만 참아야 할 것들이 있고, 그리스도의 제자이기 때문에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들로 인해 힘들고 지치다보면, 신앙생활 하지 않는 이들이 나보다 더 좋은 것들을 누리며 잘 사는 모습들을 보다보면, 신앙생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해지고 마음이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자기 모습을 합리화하고자 이런 말들을 하기도 하지요. ‘굳이 하느님을 믿지 않아도 죄만 안지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힘들게 그분 뜻과 계명을 실천하지 않아도 착한 일 하며 살면 되는거 아니냐’고 말입니다.
오늘 복음은 그런 생각을 가진 분들에게 주님께서 주시는 메시지입니다. 늘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을 내 안에 모시고 살지 않으면 우리 마음과 영혼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경고해 주시는 겁니다. 아무리 잘 지은 집도 3년 만 사람이 돌보지 않은 채 비워두면 여기저기가 망가지고 엉망이 됩니다. 잘 가꾸어지고 정돈된 텃밭도 한 해만 돌보지 않고 방치하면 무성하게 자란 잡초로 가득 차 아무것도 심지 못하는 ‘버린 땅’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내 마음과 영혼 안에 하느님을 모시지 않고 비워두면, 그분 뜻을 충실히 따르며 살지 않고 그저 세상의 부귀영화를 쫓는 ‘빈 마음’으로 살아가면, 우리 마음과 영혼에 강력한 어둠의 세력들이 침입해 들어와 장악해 버립니다. 그러면 그 어둠의 세력들이 내 영혼을 자기들 ‘전리품’으로 차지해버릴 것이고, 그렇게 내 영혼은 지옥의 심연으로 떨어져 영원히 고통받게 되겠지요.
그러니 죄만 안지으면 된다는, 가끔 착한 일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가 구원받기 위해 중요한 것은 나쁘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안하는 게 아닙니다. 가끔 기회될 때 선행을 하여 불안함과 죄책감을 덮어두는 게 아닙니다. 하느님 말씀을 귀기울여 듣고 그분 뜻을 적극적으로 실천함으로써 그분께서 내 안에 사시게 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알려주신 계명과 가르침들을 충실히 따름으로써 내 마음을 진리의 빛으로 밝게 비춰야 합니다. 세상과 삶을 주관하시는 분께서 내 마음과 영혼을 보살피고 이끄시는 ‘주님’이 되셔야만, 우리 영혼이 그분께서 머무르시는 거룩한 ‘성전’이 되어야만, 그 어떤 유혹과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평화 속에서 참된 기쁨과 행복들을 맘껏 누릴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