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4일 (수)
(녹)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고 병자들을 고쳐 주라고 제자들을 보내셨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연중 제24주간 수요일]

스크랩 인쇄

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5-09-17 ㅣ No.184903

[연중 제24주간 수요일] 루카 7,31-35 “지혜가 옳다는 것을 지혜의 모든 자녀가 드러냈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달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상대방도 좀 봤으면 하는 마음에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는데, 보라는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본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대체 뭐가 아름답냐고 투덜거리기만 하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이 세대 사람들”의 대표격인 이스라엘의 종교지도자들이 바로 견지망월하는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그들은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천착하려고 들지 않고, 그분들의 겉모습과 단편적인 행동 몇 가지에만 집중하며 섣불리 판단하려고 들었습니다. 그랬기에 세례자 요한이 구세주의 오심을 준비하는 참된 예언자임을, 그리고 예수님이 바로 그들이 고대하고 바라던 메시아임을 알아보지 못했지요.

 

먼저 세례자 요한이 빵을 먹지 않고 포도주를 마시지 않는 철저한 금욕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는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고 비난합니다. 사람이라면 살기 위해 먹고 마시는 게 기본인데, 그런 것조차 하지 않고 버티는 걸 보면 필시 마귀의 힘을 이용하는 거라고 모함한 겁니다. 광야라는 척박한 땅에서 극기와 고행으로 하느님을 섬기며 철저하고 즉각적인 회개를 선포하는 그의 모습이, 소박한 백성들에게는 본받고 싶고 존경스러운 모범이 되었지만,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는 기득권자들에게는 자신들의 그런 모습이 상대적으로 방탕하고 무절제보이게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지요. 그렇다고 해서 그가 선포하는 구원과 회개의 메시지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으니, 대신 그 메신저를 비난하고 흠잡아서 자기들 보다 못한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아주 교활한 방식을 택합니다. 하지만 세례자 요한에게서 봐야 할 것은 단식과 옷차림이라는 ‘손가락’이 아니라, 그가 선포한 회개의 메시지, 그리고 죄의 용서를 위해 베푼 세례입니다.

 

한편, 평범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가시어 작고 약한 이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는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라고 비난합니다. 먹고 마시는 인간 본연의 욕구를 단죄하지 않고 스스럼 없이 함께 어울리시며, 사회에서 손가락질 받고 무시 당하는 이들을 따뜻하게 품으시는 예수님의 모습이야말로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자비 그 자체이지요. 그러나 이스라엘의 종교 지도자들에는 그런 예수님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자기들이 참된 자비를 실천하지 못한다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만드니까요. 양심이 찔린다면 이제부터라도 잘하면 될텐데, 그들은 오히려 더 잘못된 길로 나아갑니다. 예수님께서 죄인들과 어울리시는 것을 율법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 단죄하려고 든 것이지요. 하지만 그들이 예수님에게서 봐야 할 것은 무절제하게 먹고 마시는 것처럼 보이는 겉모습이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되고 무시당하는 작고 약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시어 따뜻하게 품어 안으시는 자비입니다. 또한 하느님 나라라는 복된 잔치에서 누릴 기쁨을 먼저 보여주시는 구원의 표징입니다.

 

이처럼 예수님과 같은 시대에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 특히 기득권자들은 각자의 잣대로 예수님을 판단하고 비난하며, 자기 구미에 맞는 메시아만을 찾고 있었기에, 그토록 바라던 구세주가 오셨는데도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구원의 길은 자기 뜻과 고집을 버리고 하느님의 뜻을 향해 마음을 돌리는 ‘회개’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지금 즉시 회개하지 않고 잘못된 길을 고집스럽게 걷는다면 구원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질 뿐이지요. 쓸 데 없는 것들로 가득 찬 그릇에는 아무것도 담지 못하는 법입니다. 겸손과 순명으로 내 마음그릇을 말끔하게 비워야 그 안에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축복을 가득 담아 누릴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45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