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4일 (일)
(홍)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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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3주간 토요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학자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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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corenelia] 쪽지 캡슐

2025-09-13 ㅣ No.184828

[연중 제23주간 토요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학자 기념] 루카 6,43-49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오늘 복음은 한편으로 너무나 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곱씹어볼수록 그 숨은 의미가 무엇인지 알쏭달쏭한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좋은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지 않는다. 또 나쁜 나무는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 이는 얼핏 ‘콩 심은 데 콩 난다’는 속담처럼 원인에 따라서 그 결과가 정해져 있다는 일종의 ‘결정론’처럼 들리지요. 그러나 모든 이를 구원하기를 바라시는 자비로운 하느님께서 당신 마음에 드는 일부의 사람만 정해서 선택적으로 구원하실 리가 없습니다. 한편, 뒤에 따라오는 “나무는 모두 그 열매를 보면 안다”라는 말씀과 연결지어 이해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로 그 존재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결과 지상주의’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보시는 분이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이 아니라 우리 속에 숨어있는 마음까지 보시는 분이기에 그런 식의 해석도 이 말씀의 참된 뜻은 아닐 겁니다.

 

오늘 복음의 핵심은 중간 부분에 나옵니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 속에 담겨있는 생각들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법이며 또한 그래야만 한다는 뜻입니다. 선행은 선한 의도를 지니고 실행해야 그 안에 담긴 좋은 뜻이 제대로 실현되는 법입니다. 겉으로는 선한 척 하면서 마음 속에 온갖 더러운 생각과 부정적 감정들을 잔뜩 품고 있으면 늘 불안하고 신경이 쓰이지요. 아무리 행동을 삼가며 ‘포커 페이스’를 유지해도, 여러 이유와 변수들로 인해 마음이 흔들리면 마음 속에 가득 찬 것들이 밖으로 와르르 쏟아져 내릴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런 식으로 겉과 속이 다른 나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나면, 사람들은 그런 내 모습에 더 크게 실망하고 비난할 뿐 아니라, 나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게 되지요.

 

예수님으로부터 ‘위선자’라고 비난 받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그러했습니다. 그들은 속마음보다 형식과 겉치레를 더 중시했습니다. 그래서 성구갑을 몸에 묶고 다니면서도 하느님의 말씀을 실행하지는 않았고, 자선을 실천해야 한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무거운 짐을 힘겹게 지고 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의로운 척, 고상한 척은 다 하고 있으니 그들의 실체를 알게 된 이들은 위선적인 모습에 크게 실망하여 그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섬기는 하느님까지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런 모습을 닮지 말라고 하십니다. 행동이 초래한 결과 뿐만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하게 된 나의 지향과 의도까지 선해야, 내가 한 행동이 참된 선행이 된다고 하십니다.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라는 말씀에는 그런 뜻이 담겨 있는 겁니다.

 

그러니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할지는 자명합니다. 먼저 주님 가까이로 나아가 그분의 말씀을 귀기울여 듣고 묵상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듣고 깨달은 그 말씀대로 살아야겠다는 선한 지향을 마음에 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지향을 삶 속에서 말과 행동으로 분명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내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는, 마음과 행동 모두로 하느님을 닮은 그분의 참된 자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믿음을 단단하게 다진 이들은 모진 세파와 혼란 속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 안에서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서 있을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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