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양승국 신부님_비극적인 현실에 좌절하지도 않고, 무너지지도 않으며! |
---|
수많은 성인 성녀들 가운데 참으로 기구하고 특별한 생애를 보낸 분이 오늘 축일을 경축하는 요안나 프란치스카 드 샹탈 수녀입니다. 젊은 나이에 결혼한 요안나는 9년간의 결혼 생활 중에 6명의 자녀를 출산했습니다. 남편은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아내 역시 남편을 존경했습니다. 참으로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친구와 사냥을 나갔던 남편이 친구의 오발 사격으로 인해 큰 부상을 당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요안나는 지극정성으로 남편을 간병했지만, 안타깝게도 워낙 중상이라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요안나의 상실감과 비통함이 얼마나 컸던지, 그녀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뭐라 말을 잇지 못했고, 다들 눈시울을 적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아 하루 온 종일 방안에 칩거하던가, 깊은 산속에 가서 계속 울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암울했던 요안나의 인생에 한 줄기 희망의 서광이 비추었는데, 그것은 한 인간 존재를 통해서였습니다. 33세 되던 그녀가 친정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디종에 갔었는데, 그곳 성당에서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의 강론을 듣게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를 뵙는 순간, 요안나는 꽉 막혔던 물꼬가 갑자기 터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남은 내 인생의 목표나 방향성을 이분에게 맡겨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했답니다.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는 아주 지혜롭고 현명하게 요안나를 영적으로 동반했습니다. 지나친 육신의 고행을 자제하고 영적인 극기로 나아가도록 도왔습니다. 매일의 고통스러운 일상사 안에서 실천해야 하는 숨은 성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자녀들이 성장해감에 따라, 요안나는 소녀 시절 품고 있었던 수도생활에 대한 희망을 다시 지니게 되었고, 가르멜 수녀회 입회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의 조언에 따라 미망인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수녀원을 함께 창립하였습니다. 수녀회의 이름은 방문 수녀회입니다. 아직도 존속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진출해 있습니다. 미망인(未亡人)이라는 표현이 차별적 언어라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입니다. 뜻을 보면 남편은 세상을 떠났으나 아직 따라 죽지 못한 부인이라는 뜻이니 그렇습니다. 과부라는 표현도 별로 좋은 표현이 아니라, 최근 서울시에서는 ‘고 아무개씨의 부인’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답니다. 아무튼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부인들에게도 수도 성소의 길이 활짝 열리다 보니, 새로운 형태의 수녀회인 방문 수녀회의 인기는 폭발적이었습니다. 수많은 지원자들이 줄을 이었고, 요안나가 임종할 당시 분원수는 총 75개에 달했습니다. 요안나가 6명이나 되는 자녀의 어머니자, 수녀회 총원장으로서 새로운 영적 여정을 시작했지만, 넘어서야 할 난관이 참 많았습니다. 큰 아들이 전쟁터에서 사망했습니다. 딸 하나도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든든한 영적 아버지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도 먼저 하느님 품으로 건너갔습니다. 사건 하나 하나가 요안나의 심장을 날카롭게 찌르는 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실망하지 않고 더 열심히 기도하고, 수시로 다가오는 모든 호의적이지 않은 현실들을 지속적으로 하느님께 봉헌했습니다. 방문 수녀회의 본부는 크고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있는 안시에 위치해 있는데, 한번은 페스트가 안시를 휩쓸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갔습니다. 요안나의 가족들은 빨리 안시를 벗어나 안전 지대로 피신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요안나는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딸이요 자매 수녀들을 남겨두고 떠날 수 없다며, 안시에 그대로 남았습니다. 수녀원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습니다. 거리로 나가 신음하며 죽어가는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간호했습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따뜻하고 극진했던지, 사람들은 요안나를 가르켜 위로의 천사라고 불렀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온 비극적인 현실에 좌절하지도 않고, 무너지지도 않으며, 부단히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성찰하고 헌신했던 요안나의 생애는 오늘 고통 속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