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2일 (화)
(녹)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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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클라라 동정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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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5-08-10 ㅣ No.184043

오늘은 성녀 클라라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성녀는 우리가 잘 아는 프란치스코 성인과 깊은 영적 우정을 나눈 분입니다. 성녀 클라라의 삶을 통해, 또 우리 삶을 통해 좋은 관계가 얼마나 큰 선물인지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어떤 연구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 건강한 사람, 성공한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학력이 아니고, 돈도 아니고, 능력도 아니고요, 바로 좋은 인간관계랍니다. 혼자 사는 분 중에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돈이 많아도, 아플 때 금방 무너진다고 합니다. 반대로, 가족이나 친구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비록 경제적으로 어렵고, 몸이 아파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잘 버텨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사람을 많이 아는 것보다 소수와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고 합니다. 50대에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은 80대가 되어서도 기억력이 더 좋고 건강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신앙 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도 우리는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모세가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을 온 마음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이웃도 사랑하라. 그리고 이방인을 사랑하라. 너희도 한때 이방인이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우리와 관계를 맺고 싶어 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냥 하늘에서 명령만 내리시는 분이 아니라, 고아와 과부를 돌보시고, 낯선 이방인에게도 따뜻하게 옷과 음식을 주시는 분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그렇게 살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과 깊은 관계, 그리고 이웃과 따뜻한 관계. 이게 신앙의 핵심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늘 관계를 중심에 두고 사셨습니다. 제자들에게 와서 보라하시고, 함께 머무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죠. “나는 착한 목자다. 나는 포도나무다. 너희는 가지다.” 우리가 가지로서 붙어 있을 때, 열매를 맺는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성녀 클라라, 그분도 관계의 사람입니다. 클라라 성녀는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태어나 귀족 가문의 딸로 자랐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프란치스코 성인의 설교를 들은 뒤, 마음이 흔들립니다. 세상의 부귀영화보다 가난한 삶 속에서 예수님을 따르는 길이 훨씬 더 기쁘고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클라라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집을 몰래 빠져나와 밤중에 프란치스코 성인을 찾아갑니다. 그날 프란치스코는 수도자들의 겉옷을 꿰매 만든 간단한 옷을 클라라에게 입혀 주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잘라 줍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세상과의 단절이자, 하느님과의 새로운 관계로 들어가는 입구였습니다. 그 후 클라라는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자매들과 함께 가난의 수도회를 시작합니다. 프란치스코가 형제 공동체를 이끌었다면, 클라라는 자매 공동체를 세워 여성 수도자들이 복음적으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클라라 성녀는 결코 외로운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세상의 모든 재물과 권세를 버렸지만, 그녀는 프란치스코와의 깊은 우정, 자매들과의 따뜻한 공동체, 그리고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 속에서 누구보다도 충만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사람입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맺는 관계들, 가족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본당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 그 모든 관계는 결국 하느님과의 관계로 향해 가는 길입니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보다하느님 안에서 사람과 깊이 연결되는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성녀 클라라처럼 하느님과의 깊은 사랑에 머물며, 서로의 삶에 빛이 되어주는 관계를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성녀 클라라의 전구로, 복음적 가난과 사랑의 관계 안에서 참된 기쁨을 누리게 되길 바랍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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