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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님_“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루카 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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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말씀(7/6) : 연중 제14주일 * 제1독서 : 이사 66, 10-14ㄷ * 제2독서 : 갈라 6, 14-18 * 복음 : 루카 10, 1-12, 17-20 1 그 뒤에 주님께서는 다른 제자 일흔두 명을 지명하시어, 몸소 가시려는 모든 고을과 고장으로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시며, 2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3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4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5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 6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7 같은 집에 머무르면서 주는 것을 먹고 마셔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마라. 8 어떤 고을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받아들이면 차려 주는 음식을 먹어라. 9 그곳 병자들을 고쳐 주며, ‘하느님의 나라가 여러분에게 가까이 왔습니다.’ 하고 말하여라. * <오늘의 강론>
오늘 말씀전례는 ‘말씀의 선포’와 ‘기쁨’에 대한 말씀입니다.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귀양살이 후에 있게 될 예루살렘의 구원에 대한 ‘기쁜 소식’을 선포합니다. “보라, 내가 예루살렘에 평화를 강물처럼 끌어들이리라. ~어머니가 제 자식을 위로하듯, 내가 너희를 위로하리라.”(이사 10,12-13)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새로운 창조를 입었으며,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감을 고백합니다. “예수님의 낙인을 내 몸에 지니고 다닙니다.”(갈라 6,17)
<복음>은 예수님께서 일흔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장면과 당부 말씀, 그리고 돌아온 제자들의 활동보고로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를 파견하기에 앞서, 먼저 말씀하십니다.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루카 10,2)
이 말씀은 추수할 때가 되었음을, 곧 복음 선포의 시급성을 알려줍니다. 동시에, 먼저 필요한 것이 ‘기도’임을 알려줍니다. 왜냐하면 추수는 하느님께서 이루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먼저 ‘기도’하기를 명하십니다. 이어서,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여행을 시작하면서, 몸소 가시려는 곳으로 앞서 일흔 두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말씀하십니다.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루카 10,3)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이리 떼’가 없는 곳이나 ‘이리 떼’를 제거해 준 다음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낸다고 하시니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평화로운 곳에 보내진 것이 아니라, 갈등과 대립이 있는 곳에 평화를 이루는 일꾼으로서 보내진 것입니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바로 그곳이요, 내가 파견된 곳입니다. (사실, “이리 떼 가운데 양처럼” 보내신 것은 종말에 늑대와 새끼 양이 평화롭게 뒹굴고 어린 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닐 것이라는 이사야 예언(이사 11,6;65,25 참조)에 따른 종말론적인 하느님 나라의 선포를 나타냅니다.)
이어서, 예수님께서는 이미 앞 장에서 열 두 제자를 파견하시면서 권고하셨듯이, ‘하지 말 것’과 ‘해야 할 것’을 말씀하십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도 말고,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는 그 어떤 안전장치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에 빠지지 말고, 오로지 주님께만 의탁하여 신뢰로 사명을 수행하라는 말씀입니다. 곧 자신의 신발이 아니라 ‘주님의 신발’을 신고 걸으며, 자기의 옷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옷’을 입고 다니며, 자신의 능력을 담은 보따리가 아니라 ‘하늘나라의 보물을 담은 보따리’를 짊어지고 다니며, 자기의 힘이 아니라 ‘말씀의 지팡이’에 의탁하고, 언제나 주님의 평화를 몸에 달고 다니면서 먼저 ‘축복의 인사’를 하라 하십니다. 그리고 ‘해야 할 것’은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평화를 빌어주며, 받아들여 차려주는 음식을 먹으며, 병자를 고쳐주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어떤 집에 들어가든 먼저 평화를 빌어주라” 함은 빈부귀천 없이 어느 집에든지 평화를 빌어주며, 인사를 받으려하지 말고 겸손하게 먼저 인사를 나누며, “먼저” 하느님 나라와 그 의로움에서 오는 평화를 빌어주라는 말씀입니다. “받아들이면 차려주는 음식은 먹어라” 함은 음식물에 대한 유대적 관습에 매여서 복음을 선포하는 일에 방해 받지 않도록 하며, 일꾼으로서 정당한 삯을 마련해 줄 것이니 먹을 것을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병자를 고쳐주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라” 함은 예수님께서 메시아로 오심을 전파하고 증거 하는 것이 소명임을 알라는 말씀입니다.
사실, 우리 역시, 예수님으로부터 파견 받은 자들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말씀을 통해 파견의 본질과 당부 말씀을 새겨들어야 할 일입니다. 곧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먼저 해야 할 일’과 ‘나중 해야 할 일’,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과 ‘주님께서 하시고자 한 일’을 깨달아 알아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먼저 다가가고 먼저 사랑하며’, ‘먼저 신뢰하고 먼저 평화를 빌며’, ‘먼저 하느님 나라와 의로움을 구해야 할’ 일입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파견 받은 자’가 되는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행위’에 앞서 먼저 ‘존재’가 되어야 할 일입니다. ‘파견 하신 분’을 섬기고 따르는 존재 말입니다. 먼저 자신의 정체성과 신원을 알아야, 그에 합당하게 그분이 ‘하라 하신 일’을 하고, ‘하지 말라 하신 일’을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아멘.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루카 10,3)
주님! 이리 떼에 둘러싸인다 하더라도 결코 두려워하지 말게 하소서! 허리에는 돈주머니가 아니라 사랑의 주머니를 차게 하시고, 등에는 여행보따리가 아니라 믿음의 보따리를 지게 하시고, 발에는 신발이 아니라 희망을 등불로 삼고 당신께만 의탁하게 하소서! 길에서 인사하느라 서성거리지 않고 오로지 말씀의 씨앗을 뿌리는 당신 밭의 일꾼이 되게 하시고 당신의 뜻을 따름이 오로지 저의 양식이 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