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4일 (금)
(녹) 연중 제13주간 금요일 튼튼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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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따름의 여정 “주님은 빛이자 ‘영혼의 창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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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경 [forgod] 쪽지 캡슐

08:23 ㅣ No.183221

2025.7.4.연중 제13주간 금요일                                        

 

창세23,1-4.19;24,1-8.62-67 마태9,9-13

 

 

 

따름의 여정

“주님은 빛이자 ‘영혼의 창窓’이다”

 

 

 

"주님은 좋으시다, 영원하신 그 사랑,

 당신의 진실하심, 세세에 미치리라."(시편100,5)

 

“축복을 빕니다. 기도와 시를 사랑하시는 신부님, 저의 책을 축복해 주시길 청하며 이 책이 위로와 빛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2025.6.29. 최인숙 효경 수녀”

 

인사말과 더불어 ‘냉이꽃 내 아버지’란 책을 7/1일에 받아 7/3일 아침까지 다 읽고 수녀님을 위해 미사봉헌했습니다. 오랜만에 감동깊게 읽은 책이요 다음 대목을 나눕니다.

 

‘입원환자들은 특별히 창가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한다. 7년째 암과 투병중인 자매는 창가 붙박이로 있다. 아주 가끔 맑은 의식일 때는 오래도록 창밖 하늘을 응시하셨다. 그 시선을 따라 나도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다가가 여쭈어보았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세요?”

“집에, 집에 가고 싶어!”’

 

빛을 찾는 사람들! 집에 가고 싶은 사람들! 인간의 정의입니다. 인간의 원초적 영적 본능입니다. 창이 상징하는 바 빛이자 ‘영혼의 창’이신 주님입니다. 무지의 어둠을 몰아내는 주님 말씀의 빛입니다. ‘고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homesick at home)’ 역설적 인간입니다. 영혼의 창을 통해 아버지의 집을 그리워하는 그리움의 사람들입니다. 창이 없는 방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피정집을 안내하다 보면 거의 누구나 방에 들어서는 즉시 창을 찾습니다. 밝고 따뜻한 방을 찾듯이 밝고 따뜻한 마음을, 사람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20년전 '좋은 창 지닌 방 하나만 있어도' 란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방에 있는 TV, 그림, 사진...

 대부분이 군더더기 쓸데 없는 짐

 이보다 더 좋은 임만드신

 창문밖 하늘 풍경 

 살아 있는 그림

 늘 봐도 새롭고 좋네

 좋은 창 지닌 방 하나만 있어도

 부러울 것 없겠네.”<2005.6. >

 

이런 마음의 창, 영혼의 창을 지닌 이들이 진정 내적부요의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소유가 아닌 존재의 기쁨을 사는 이들입니다. 늘 봐도 늘 새롭고 좋은 하늘 향해 활짝 열린 창 하나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은 마음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오늘 복음의 세관에 앉아있는 마태오가 흡사 창없는 자기 감옥에 갇혀 있는 수인처럼 생각됩니다. 그러나 내면 깊이에서는 빛이자 영혼의 창이신 주님을 찾는 갈망은 가득했을 것입니다. 마태오의 갈망을 한눈에 알아채신 길이자 빛이자 창이신 주님은 마태오를 부르십니다.

 

“나를 따라라!”

 

익명의 무명의 존재감없는 삶에서 존재감 충만한 삶으로 전환된 마태오의 인생입니다. ‘나는 불림받았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다인 랍비이자 신비가인 여호수아 헷쉘의 말도 생각납니다. 주님을 만날때 벽은 문으로 변합니다. 마태오에게 영혼의 창이 활짝 열렸고 빛이 들어왔고 삶의 방향이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영혼의 창이자 영혼의 출구인 예수님입니다. 

 

혼자의 삶에서 제자들의 공동체에 합류한 마태오에게 더불어 주님을 따르는 따름의 여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부질없는 상상이지만, 마태오가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가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요? 새삼 우리의 삶은 우연이 아닌 주님 섭리의 손길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모두가 ‘신의 한 수’같은 주님의 성소자들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여정은 평생 여정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살아 있는 그날까지 빛이신 주님을 따라 늘 새롭게 시작하는 구도자의 삶, 따름의 여정입니다. 평생 따름의 여정중 평생 화두로 지니고 살아야 할 주님의 다음 두 말씀입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사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그대로 자비하신 주님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한없는 위로와 평화를 주는 말씀이요 끊임없는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도 됩니다. 오늘 제1독서 창세기는 계속되는 아브라함의 파란만장한 인생사입니다. 참으로 평생 주님의 부르심에 충실히 응답하여 주님을 따르는 따름의 여정에 항구했던 평생 믿음의 좌표로 삼아야 할 어른 아브라함입니다. 옛 현자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어른이란 먼저 등을 보여주고 길을 여는 존재다. 막혔던 길이 뚫릴 때 비로소 그는 즐거워한다.”<다산>

“선비는 세상의 근심에 앞서 근심해야 하며, 세상이 다 즐거운 뒤에 즐거워한다.”<주희의 송명신언행록>

 

참된 구도자라 일컫는 성인들의 삶이 이러했습니다. 바로 이의 모범이 오늘 창세기의 아브라함입니다. 희로애락을 묵묵히 겪어내며 한결같이 따름의 여정에 충실한 아브라함의 삶이 참 감동적입니다. 사라의 죽음을 애도하며 슬피 울었던 아브라함이요 늙고 나이가 많았지만 주님께서는 모든 일마다 아브라함에게 복을 내려 주셨다 합니다. 아들 이사악은 레베카를 아내로 맞아들여 사랑했고 어머니 사라를 여윈 뒤에 위로를 받게 되니 아브라함을 통해 후손이 받는 축복입니다.

 

“나를 따라라!”

하루하루 날마다 우리를 부르시는 빛이신 주님이요, 늘 새롭게 따름의 여정에 올라야 할 우리들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따름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을 주십니다.

 

"주님의 자녀들아, 자,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이사2,5). 아멘.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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