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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12일 (수)
(자) 사순 제1주간 수요일 이 세대는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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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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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5-03-11 ㅣ No.180665

점심 먹고 잠시 쉬려고 하는데 병자성사를 청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본당에 교적은 없고, 성당에 나온 지 오래되었지만, 아들은 어머니를 위해 병자성사를 청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햇빛은 선한 사람에게도, 악한 사람에게도 골고루 비춘다. 하느님의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본당에 교적이 없어도, 성당에 나오지는 못했어도 어머니를 위한 아들의 효심이 고마웠습니다. 저는 병자성사 준비를 하고 형제님과 함께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갔습니다. 92세의 어머니는 기력이 없었고, 이제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고 하였습니다. 말은 못 하지만, 어머니는 사제가 온다는 걸 알았습니다. 성체를 영해 드리니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며 웃었습니다. 형제님과 대화하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형제님의 사촌 형은 저의 신학교 선배 사제였습니다. 저는 선배 사제와 신학생 양성을 위해서 함께 고민했었습니다. 지역 교육 담당 신부로 있을 때, 지역 교육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했었습니다. 형제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성당에 다니지 않으면서 어머니를 위해 병자성사를 청하는 것이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머니가 병자성사를 받았으니, 앞으로 성당에 잘 다니겠습니다. 어머니가 저의 신앙을 위해서 마지막 가는 길에 다리가 되어 주셨습니다.“

 

형제님은 어머니를 위한 장례미사를 청하지 않고, 장례식장에서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성당에 다니지도 않았는데 성당에 불편함을 주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위해서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하느님은 자비하신 분이십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갈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능력, 우리의 재능, 우리의 업적 때문이 아닙니다. 비록 우리가 하느님께 죄를 지었어도, 비록 우리가 신앙생활을 게을리했어도, 비록 우리가 인색했어도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회개한다면 따뜻하게 받아 주시는 분이십니다. 이사야 예언자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너희 죄가 진홍같이 붉어도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하느님께서는 너희 죄를 눈처럼 희게 해 주실 것이다. 너희 죄가 다홍같이 붉어도 진심으로 뉘우친다면 하느님께서는 너희 죄를 양털처럼 희게 해 주실 것이다.” 예수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지만,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 나는 이스라엘의 아픈 사람을 위해서 왔다. 하늘나라에서는 회개하는 죄인 하나를 더 기뻐한다.”

 

요양병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치매에 걸리신 어르신이 침상 밖을 나오다가 넘어져서 크게 다쳤습니다. 그럼에도 어르신은 자꾸만 침상 밖으로 나오려고 하였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모두 걱정하였습니다. 어르신이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치매 환자였기 때문입니다. 고령으로 제대로 걸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르신이 걸을 수 없을 거라는 이유를 찾으면 10가지도 넘었습니다. 다들 안타깝게 바라볼 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하였습니다. 그렇게 걱정하고 있을 때입니다. 새로 온 막내 간호사가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할아버지의 신발이 작네요.’ 보니까 할아버지의 신발이 정말 작았습니다.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발에 맞는 신발을 가져다드렸습니다. 어르신은 힘은 들지만 신발을 신고 조심스럽게 화장실을 다녀오셨습니다. 걷지 못할 거라고 단정 지은 사람들의 눈에 할아버지는 치매 환자였고, 걸을 수 없는 노인이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품은 막내 간호사는 할아버지의 신발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신앙인이 된다는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인이 된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으로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으로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는 세상은 다르게 보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우리가 회개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니느웨의 백성들은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악한 길에서 돌아서는 모습을 보셨고, 마음을 돌리시어 그들에게 내리겠다고 말씀하신 그 재앙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사순시기를 지내는 것은 니느웨 백성들처럼 우리들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도 이방인들에게 하느님의 뜻을 전했던 요나처럼 하느님의 뜻을 우리의 이웃에게 전해야 하겠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이제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나는 너그럽고 자비롭도다.” 하느님의 자비하심에 우리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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