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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7주간 금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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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7주간 금요일] 마르 10,1-12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부부의 이혼사유 중 가장 큰 것이 ‘성격차이’라고 합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질 때에는 나와 다른 점들이 너무나 새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평생을 함께 하기로 결심했는데, 부부의 연을 맺고 같이 사는 동안 그 사람을 좋아했던 이유, 그래서 그와 함께 살고 싶었던 이유가 어느 새 그 사람이 너무나 꼴보기 싫은 이유, 그래서 도저히 그와는 같이 살 수 없는 이유로 변해버린 겁니다. 그렇기에 성격차이는 부득이한 이혼사유가 될 수 없습니다. 성격 차이를 내세우며 배우자와 갈라설 생각을 하는 것은 다 상대방을 내 기준에 따라 판단하려는 마음, 그의 말과 행동을 내가 원하는대로 통제하려는 마음에서 오는 것입니다. 또한 내 마음 따라 갈대처럼 왔다갔다 하는 ‘좋고 싫음’이란 감정을 ‘옳고 그름’의 문제로 잘못 해석하여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성격 차이를 내세우기 전에 먼저 그 사람을 향한 내 마음이 변하진 않았는지를 돌아봐야겠지요.
오늘 복음은 율법에 적혀있는 이혼의 ‘예외규정’에 대한 내용입니다. 원래 율법에는 ‘이혼해도 된다’는 내용이 없지만, 유다인들이 자기 욕망과 고집을 쫓는 완고함 때문에 혼인에 대한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에, 그로 인해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는 여성이 남편으로부터 버림받고 죽음의 위기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았기에, 그런 일들을 최대한 방지하고자 ‘예외규정’을 만든 겁니다. 아내가 혼인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사유에 해당하는 큰 잘못을 저지른 경우 남편은 이혼장을 써주고 그녀를 내보낼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즉 ‘이유만 있으면 남편이 언제든 여자를 쫓아낼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심지어 아내 쪽에 이혼의 귀책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최소한 이혼장이라도 써줌으로써 다른 남자를 만나 새로 혼인을 맺을 때 율법에 따른 결격사유가 없게 해주라는, 결과적으로 약자를 배려하는 자비의 규정이었던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혼에 대한 예외규정에 담긴 그런 뜻과 의도를 명확하게 알려주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뜻을 보다 충실히 따르기 위해서는 배우자와 갈라설 때 이혼장이라도 써주는 최소한의 의무에 머무르지 말고, 하느님께서 그 사람과 나를 부부로 맺어주신 뜻을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그 뜻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요. 하느님께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 창조하시고, 남자가 아내와 결합하여 ‘한 몸’을 이루게 하신 것은 혼자서는 부족하고 불완전한 남녀가 사랑으로 서로 일치함으로써 상대방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허물을 덮어주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당신 뜻과 섭리로 나와 맺어주신 소중한 인연을 그저 내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내 욕망을 채우려고 갈라놓으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 말씀 중에 “맺어주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의 원래 뜻은 ‘함께 멍에를 매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즉 혼인은 취향이나 호불호에 따라 쉽게 바뀔 수 있는 가벼운 관계가 아니라, 구원과 영적 완성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끝까지 함께 나아갈 든든한 동반자 관계를 맺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니 상대방과 나의 다른 점을 그와 갈라설 핑계거리로 만들지 말고, 그 ‘다름’을 통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 완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