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 (화)
(녹)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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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철 신부님_한결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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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wsjesus] 쪽지 캡슐

05:38 ㅣ No.177928

 

“정주의 제자리 삶에 충실합시다”

 

 

"네 앞길 주께 맡기고 그를 믿어라.

 몸소 당신이 해 주시리라."(시편37,5)

 

이런저런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어제 어느 현자의 충고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나이들수록 지혜로워진다는 말 믿지마라. 아니 오히려 어리석어진다. 노력해야 덜 어리석을수 있다. 심신(心身)의 구조가 그렇게 되어있다.” 새삼 연륜과 함께 가는 지혜가 아니라 나이들수록 치열히 겸손히 노력해야 그나마 덜 어리석을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법정 스님의 평생 입밖에 내지 말아야 할 세가지도 생각납니다. 이또한 이웃에 대한 배려의 사랑이자 지혜입니다.

 

1.사적인 이야기

2.험담

3.남의 비밀

 

어제 어느 정치가의 일성도 신선한 감동이었습니다. “창해일속(滄海一粟), 제가 겪는 어려움이야 큰 바다속 좁쌀 한 개 정도에 불과하지 않겠나. 우리 국민들께서 겪는 어려움에, 그 고통에 비하면 참으로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새삼 세상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에 비하면 제 수도생활의 어려움은 창해일속임을 깨닫습니다. 어제서야 창해일속 고사성어를 배웠습니다. 다음 옛 어른의 지혜도 좋은 가르침이 됩니다.

 

“좋든 나쁘든 상황에 휘둘리면 내 마음을 잃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의지할 것은 오직 나 자신뿐이다.”<다산>

더 분명히 ‘하느님 중심의 나 자신뿐이다’ 함이 좋을 것입니다. 이래서 언제나 하느님 중심 자리에 정주하는 삶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오만함을 방치하지 말고 욕심대로 행동하지 마라. 뜻을 가득 채우지도, 즐거움이 극에 이르게 하지도 마라.”<소학>

늘 극단에 치우치지 말고 중용의 정도를 걸으라는 소학의 지혜입니다.

 

어제 만추의 가을날씨도 참 평화롭고 푸근했고 수도원 봉사자매들 일곱분 역시 행복한 피정시간을 가졌습니다. 10년에서 30년에 걸쳐 봉사한 분들로 어제 미사시 분위기도 참 평화로웠고 나눈 덕담도 좋았습니다.

 

“흡사 오늘 복음의 가난한 과부들을 모시고 미사를 봉헌하는 듯 기분이 좋습니다. 삶과 시간을 봉헌하면서 수도원을 봉사하는 여러분들은 복음의 가난한 과부의 봉헌을 닮았습니다. 여러분은 참 자랑스런, 한결같은 자매들입니다. 한결같은 믿음, 한결같은 희망, 한결같은 사랑으로 주님을 섬기듯 오랜동안 봉사했습니다. 여러분은 여기 요셉 수도원의 한결같은 정주의 수도자들을 닮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섬김의 삶에 전념해온 분들이라 사진의 모습도 나이에 상관없이 참 예쁘고 사랑스러워보였습니다. 오늘 복음과 묵시록 말씀이 ‘한결같이’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줍니다. 연중 마지막 시기 말씀은 종말의 험악한 분위기와 심판에 관한 내용이 주로 나옵니다. 지나고 보면 어느 때나 마지막 말세와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결코 끝은 아니고 이 또한 지나갈 뿐이며 말세같은 현실은 계속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화려한 성전의 외관에 놀라는 이들에게 이 또한 덧없이 허물어질 것이라 예언하셨고 사실 그대로 됩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언젠가는 사라질 것들입니다. 그러니 외관의 변화에 흔들림없이, 제자리 정주의 삶에 한결같이 충실하여, 하느님 중심에 깊이 뿌리내림이 평화의 첩경이자 구원의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의 당대 말씀은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에게도 그대로 해당됩니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내가 그리스도다.’ ‘때가 가까웠다.’ 말해도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온갖 흉흉한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예나 이제나 언제나 반복되는 악순환이 현실입니다. 참으로 우리가 따라야 할 분은 그리스도 예수님뿐이요, 우리 삶은 죽어야 끝나는 치열한 영적전쟁의 현실입니다. 그러니 결코 부화뇌동하거나 경거망동하지 말고 깨어 침착한 마음으로 한결같이 정주의 제자리에 삶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주변상황에 일희일비하거나 두려워하지도 불안해하지도 말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하루하루 날마다 최대한 충만하게 살고 우리 자신과 이웃을 위한 섬김의 삶에 충실함이 지혜요 구원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묵시록은 ‘마지막 수확’이란 주제로 최후심판을 다룹니다. 전반부 땅의 곡식의 수확은 말씀에 충실했던 ‘의인들(the just)’에 해당되고 후반부 포도의 수확은 ‘불의한 이들(the unjust)’에 해당됩니다.

 

최후심판 주제는 연중 마지막 시기 계속됩니다. 목적은 우리를 두렵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준비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니 항상 깨어 정주의 제자리 삶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오늘이 내일입니다. 오늘 잘 살면 내일은 내일대로 잘 됩니다. 내일 걱정은 내일해도 충분하니 내일 걱정을 앞당겨 하지 말고 오늘만 사십시오. 오늘 말씀은 다음 말마디로 요약됩니다.

 

“모든 시간이 하느님 손안에 있다.”(All time is in God’s hand)

 

그러니 걱정하거나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주님 안에서, 주님을 향한 한결같은 믿음, 한결같은 희망, 한결같은 사랑으로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좋은 도움을 주십니다.

 

“너는 죽을 때까지 충실하여라.

 내가 생명의 화관을 너에게 주리라.”(묵시2,10). 아멘.

 

성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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