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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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고난회 김준수 신부님 연중 13주간 목요일 : 마태오 9, 1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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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승 [bona24] 쪽지 캡슐

2024-07-03 ㅣ No.173901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9,6)

 
관구 봉사자 소임을 끝내고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성요셉 병원에서, 현재는 안성 요양병원의 원목 신부로 저는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중풍병, 편마비로 고생하시는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의 어려움과 힘듦을 익히 알고 있기에 오늘 복음의 내용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릅니다. 

인생은 홀로 걷는 것이 아니고 함께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런 인생길에서 함께 걸어갈 동반자나 도반이 있다면 이보다 더 아름다운 여행이 없을 것입니다. 오래전 ‘전우신’이란 분이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책을 쓰셨는데, 그분은 사람은 스스로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사람들과 함께 인생길을 걸어간다면, 그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러기에 오늘 복음에서 중풍 병자를 들것에 뉘어 주님께 데려온 이웃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가고 있는 인생길의 동반자와 도반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다시금 느낍니다.

사실 중풍병을 앓는 사람은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입니다. 하지만 복음에 나오는 그는, 몸은 비록 불편하였을지 모르겠지만, 마음은 자신의 불행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그의 곁에 있었기 때문에 행복했으며, 그래서 그는 결코 외롭지 않았을 것입니다. 중풍병을 앓는 그 사람을 동네 이웃들은 오래도록 지켜보아 왔기에, 예수님께서 자기 고을에 오셨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평상에 뉘어 예수님께 데려왔던 것입니다. 이런 그들은 이미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자비로운 마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지니고 살아왔기에 그들의 마음을 보시고,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예수님께서 중풍 병자에게 “애야, 용기를 내어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9,8)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는 중풍병을 앓고 있는 이의 믿음이나 간청이 아니라 순전히 그를 당신께 데리고 온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그를 그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걸어가라, 하고 하지 않으시고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9,2)하고 말씀하신 것은 당대의 유다인들에게 있어서 질병이나 불행은 죄의 결과하고 믿고 있었기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중풍병의 원인인 죄를 용서해 주었기에, 죄의 결과인 중풍병도 치유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를 일으켜 세우신 예수님을 보고서 율법 학자들은, 한 사람의 ‘운명이 바뀌는 사건’을 목격하면서 함께 기뻐하고 축하하지는 못할망정 “이 자가 하느님을 모독하는군.”(9,3)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중풍 병자를 데리고 온 이들과 중풍 병자의 치유를 목격하면서 시비를 거는 율법 학자들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곧 사람을 보는 시선의 차이이며, 이는 자비와 거룩함의 차이라고 봅니다. 율법 학자들은 몸은 비록 건강했을지 모르지만, 마음은 결코 건강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마음보다는 자신들의 일그러진 마음에서 세상을, 이웃을 바라보는 ‘악한 생각’(9,4참조)으로 넘쳐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거라.”(9,6)라는 말씀을 듣고 그는 일어나 집으로 갔습니다. 부디 그가 치유와 치료받고 난 뒤에 율법 학자들처럼 혼자 걷지 않고, 치유 받기 이전의 자신처럼 혼자서는 걷지 못한 이들과 함께 길을 걷고 함께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이는 곧 우리 모두에게 향한 바램입니다. 전우신은 말합니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함께 잘 살아야지. 그게 재미난 삶인겨.”라고, 그의 말이 곧 예수님의 말씀처럼 들립니다. “주님, 저희가 누군가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치유할 수 없겠지만, 그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게 하시고, 그들이 자신들의 떠나온 삶의 보금자리로 되돌아갈 수 없을지라도 그들 곁에 머물면서 기도하고 동반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십시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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