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0일 (토)
(녹) 연중 제15주간 토요일 예수님께서는 예언을 이루시려고 당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중히 이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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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요한 형제께 드리는 질문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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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하 [jiyoha] 쪽지 캡슐

2006-03-14 ㅣ No.96747

 

               박 요한 형제께 드리는 질문 ①




미국 미시건의 박 요한 형제님, 안녕하신지요.
오래 전부터 많이 망설이던 끝에 박 요한 형제님께 몇가지 질문을 드려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질문 사항은 여러 가지가 됩니다만, 앞으로 차근차근 한가지씩 나누어 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첫 번째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요즘이 '사순절'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합니다. 사순 시기에 이런 작업을 한다는 것이 스스로 하느님께 죄송스럽기도 하고, 사순절과 관련하여 크게 염려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 적이 불편한 마음입니다.

그렇지만 나로서는 지금이 적절한 시기인 것 같아 오늘부터 이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질문을 드리기 전에 우선 박 요한 형제의 말씀(꼬리글) 두 개를 예시해 보겠습니다.

★★

박요한 (2006/03/10) : 잠시 진정하시고 차분차분히 말씀하시면 좋겠습니다, 신형제님. 어느 시인의 말씀이신지 똑같은 말씀으로 거두 절미하고 한마디만 따오신 것이 아니신지요? 아마도 그시인께서는 많은 말씀과 논리를 뛰어넘어 (시인들이 늘 그러하드시) 간단하게 표현하신 것이 아닐까요? 따라서 제의견으로는 많은 부분 동의하지만 마치 시어처럼 그리 간단히 김대중이가 김정일이에게 대한민국 바쳤다고 한다면 동의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많은 분들 앞에서 그분이 뛰어넘은 많은 논리 부분을 전혀 개의 하지 않고

박요한 (2006/03/10) : 함부로 공식석상에서 난삽한 행동을 한 작가님의 행동에도 동감이 가질 않는군요. Good Try but 즘 많은 국민들이 식상해 하는 논리 같군요. 짜장면은 워낙 느끼하니까. 저는 우동을 좋아 합니다. 그런 정도의 차이란 말씀이지요. 가볍게 받아 주셨으면 합니다. 작가님이야 이념으로 사시는 분이니 그렇다 하지만 신형제님께서야 그정도에 좀 오버하시는 듯 합니다.

★★

이 두 개의 꼬리글들 안에 담겨 있는 말들 중에서 우선 "작가님이야 이념으로 사시는 분이니 그렇다 하지만∼"라고 한 부분을 놓고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여기에서의 '이념'이라는 단어는 '사상'이라는 단어와 동의어이겠지요? 그렇죠? 그리고 '공산주의'를 뜻하는 말이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그러므로 나를 공산주의자, 다시 말해 '빨갱이'로 본다는 말이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도대체 무슨 근거로 나를 공산주의자, 빨갱이로 매도하는 것이지요? 나를 공산주의자, 빨갱이로 매도할 수 있는 증거라도 가지고 있습니까? 내가 김일성을 인정한 적이라도 있습니까? 내가 김정일을 찬양한 적이라도 있습니까? 내가 마르크스와 엥겔스를 선전한 적이라도 있습니까?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나를 놓고 "이념으로 사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거지요?

나는 일찍이 어떤 글에서 "공산주의는 이미 실패한 사상"이라는 말을 했다가 진보 진영의 과격파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기도 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공산주의를 부정하고 혐오하는 것으로 따진다면 박 요한씨 당신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 미치는 사람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공산주의를 부정하고 북한의 사이비 공산주의를 혐오하고 김정일 독재 체제를 비판하는 사람이지만, 김정일을 저주하지는 않습니다. 나는 합리와 이성을 중시하며 논리적 바탕 위에서 김정일 독재 체제를 비판합니다. 그리고 나는 김정일을 무조건 저주하기보다는 그의 회개와 변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그 동안 내가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갈망하는 마음을 많은 글로 표현해온 것은 사실입니다. 내가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갈망하는 글을 썼다하여 나를 '이념으로 사는 사람'으로 보는 겁니까?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을 갈망하는 사람은 다 공산주의자이고 빨갱이입니까?

그렇다면 한국천주교회는 뭐죠? 한국교회는 일찍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제정하여 '6·25 사변일'이 있는 6월과 '8·15 광복절'이 있는 8월에는 전국의 모든 성당에서 모든 신자들로 하여금 이 공식 기도문을 바치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기도문은 <가톨릭 기도서> 제3편 '여러 가지 기도'란에 명백하게 올라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천주교회는 전 교회적으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 평화 통일을 추구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한국천주교회는 도대체 뭐죠? 민족의 화해와 일치, 평화 통일을 추구하고 있으니, 박 요한씨 당신의 시각과 논법대로라면 한국교회는 '이념으로 사는 집단', 더 나아가 공산주의에 물든 빨갱이 집단이 아닌가요? 그런 교회를 놓고 왜 가만히 계십니까? 한국교회 전체가 빨갱이 집단이 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우리 나라가 금방 적화통일이 되게 생겼는데 왜 그렇게 가만히 앉아만 계십니까?

내 눈에는 박 요한씨 당신이 더욱 '이념으로 사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박 요한씨 당신은 철저한 반공주의자가 아닌가요? 반공 이데올로기에 온 몸과 마음이 철저히 젖고 절어서 사시는 분이 아닌가요? 안 그렇습니까?

반공주의는 이념이 아닙니까? 반공 이데올로기는 이념이라는 것과 관계가 없는 것입니까? 그냥 아무것도 아닌 낮도깨비 같은 것입니까?

박 요한 당신에게서 반공 이념과 수구적인 냉전 사상을 빼면 과연 남는 게 무엇일까요? 반공 이념과 냉전 사상을 빼고 무엇으로 당신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김정일을 저주하며, "김정일 잡아가는 귀신은 없나?? 하느님도 무심하시지."라고 하느님을 원망이나 하는 당신에게서 어떤 신앙인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김정일을 싫어하지만 그를 저주하기보다는 그의 회개와 변화를 희구하며 기도를 하는 것과 그를 저주하며 어떤 귀신이 와서 잡아가기를 바라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그리스도 신앙과 부합하는 것일까요? 한국교회의 공식 기도문에 제시되어 있는 대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 평화 통일'을 갈망하는 것과 냉전 사상에 목을 맨 채 남북 교류조차 부정하며 흡수통일을 하기 위해서는 전쟁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그리스도께서 진정으로 바라시는 것일까요?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습니다. 적어도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천주교 신자라면 여느 사람들과는 좀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느님 이름을 많이 부른다고 해서 다 올바른 신자인 것은 아닙니다. "주여 주여 하는 이마다 다 천국에 들지 않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실천 봉행하는 자라야 하늘나라에 들 수 있다"고 하신 가르침도 있지 않습니까?

철저히 반공 이념과 냉전 사장에 찌들어 사는 사람이 교회의 가르침대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 평화 통일'을 추구하며 늘 균형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사람을 일러 "이념으로 사는 사람" 운운하는 것은 완전히 언어도단이요, 적반하장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

"함부로 공식석상에서 난삽한 행동을 한 작가님의 행동에도 동감이 가질 않는군요."라고 한 말에 대해서도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내 주변의 고마운 '눈물'들 속에서>라는 내 글을 제대로 읽어보기나 했습니까? "주요 논의들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할 때였다."라고 한 구절은 어디다가 박아두셨습니까? 혹 시력이 나쁘셔서 그 구절을 못 보신 건 아닙니까?

내가 "함부로 공식석상에서 난삽한 행동을∼"을 했다고요? 무엇을 근거로 그런 말을 하신 거죠? 도대체 무엇이 난삽한 행동이었지요?

"김대중이가 김정일이헌테 우리 대한민국을 들어 바치는 거여."라고 한 시인에게 "남북 이산 가족들의 상봉 장면을 보면서 아무런 감동도 없었느냐", "그러면 이 대한민국이 없어지기라도 한단 말이냐. 4천만 국민이 바보 멍텅구리란 말이냐!"라고 물으며 언성을 높인 것이 난삽한 행동입니까?

당신은 '난삽한 행동'의 기준을 어디에다 두고 있는 거지요? 한번 명료하고 일목요연하게 설명을 해줄 수 있겠습니까?

★★

박 요한씨 당신께 드려볼 질문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앞으로 차근차근 여러 번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오늘은 이쯤에서 질문을 마치면서 한가지 미안한 뜻을 표하겠습니다. '형제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기보다 '씨'와 '당신'이라는 지칭을 많이 사용한 것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가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내가 '형제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형제가 아닌 것도 아니고, 형제님이라는 호칭을 줄줄이 사용한다고 해서 곧바로 진심 어린 사랑의 표현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더 정직한 표현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47년 생으로 알고 있는 박 요한 형제님이 48년 생인 나와는 거의 동년배이시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더욱 정다울 수 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우리는 다 함께 늙어 가는 사람들입니다.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어떤 말을 할 때 그 말이 어떤 뜻을 가지는 말인지, 내가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전후좌우로 일정한 맥락이 닿는 말인지 깊이 생각을 하면서 말을 해야 합니다. 말이라고 해서 다 말인 것이 아닙니다. 쓰레기 같은 말보다는 오래 기억 속에 남길 수 있는 말다운 말을 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머지 질문은 내일 또 드리겠습니다.
성실한 답변을 기대합니다.

(060314 / 충남 태안 深梧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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