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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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 - 강희재 요셉 신부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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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모 [kanghmo7] 쪽지 캡슐

2017-05-26 ㅣ No.112259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

여러분 모두가 적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셔서 아실 것입니다. 삶에는 기쁨보다는 슬픔이, 좋은 일보다는 그렇지 못한 일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때로는 오늘처럼 맑은 하늘이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처럼 보이고, 저녁에 한낮의 더위를 식히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차갑게 느껴지고 이렇게 좋은 오월이라는 계절을 누리는 것이 마냥 죄스럽게 느껴지는 때가 있습니다. 아마도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들의 유가족들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자기 자신을 잠시 잃어버린 사람들이 그러할 것입니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슬픔과 근심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의 모습을 보면 마치 엘리야 예언자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이스라엘에서 하느님을 거슬러 바알을 숭배했던 예언자들과 추종자들을 모두 물리친 엘리야 예언자는 오히려 아합 임금과 이제벨 왕비의 위협을 피해 광야로 도망치다가 호렙의 동굴에 숨게 된 애통함과 허망함을 바오로 사도가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하느님은 읽으시고 다가와 말씀하십니다. “엘리야야,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1열왕 19,9)”

바오로 사도 역시도 코린토에서 열과 성을 다해 그리스도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며 그들의 구원을 위해 혼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동족에게서 반대와 단죄를 받는 결과만 얻었습니다. 실망을 넘어 허망함과 절망을 간직하며 더 이상 사도로서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열정도 사라지고 두려움만 가득해졌습니다. 사도 역시도 엘리야 예언자와 같은 마음으로 주님께 아뢰었을 것입니다. “저는 주 만군의 하느님을 위하여 열정을 다해 일해 왔습니다. 그런데, 저들은 제 목숨마저 없애려고 저를 찾고 있습니다.(1열왕 19,14)”

그러나 하느님은 그런 엘리야와 바오로 사도를 방관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그들을 찾아오셨고 그들의 마음을 위로하시며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잠자코 있지 말고 계속 말하여라. 내가 너와 함께 있다. 아무도 너에게 손을 대어 해치지 못할 것이다. 이 도시에는 내 백성이 많기 때문이다.(사도 18,10)”

아흔 아홉 가지의 깊고 큰 슬픔과 고통을 이겨내게 하는 것은 하나의 기쁨, 하나의 위로, 하나의 희망, 하나의 존재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모든 것이 헛되다는 생각에 젖어 들었을 때 주님께서 그의 헛됨에 풍요로운 기쁨의 샘을 마련해주셨습니다. “사람 하나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기쁨으로 그 고통을 잊어버린다.(요한 16,21)” 사람 하나가 그 큰 고통을 잊어버리게 한다면, 수난하시고 죽으셨다가 부활하신 예수님은 그 고통마저 기쁨으로 만드실 수 있으십니다. 그래서 시편은 이렇게 우리를 권고합니다.

주님을 찾았더니 내게 응답하시고 온갖 두려움에서 나를 구하셨네. 주님을 바라보아라. 기쁨에 넘치고 너희 얼굴에 부끄러움이 없으리라.(시편 34,5-6)” 이 시편의 말씀을 예수님은 오늘 이렇게 풀어주셨습니다. “이처럼 너희도 지금은 근심에 싸여 있다. 그러나 내가 너희를 다시 보게 되면 너희 마음이 기뻐할 것이고,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요한 16,22)” 그렇습니다. 슬픔과 근심이 없을 수 없겠지만 우리는 그것을 통해 위로와 기쁨을 주실 주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헛되다고 낙담할 수도 있겠지만 그 헛됨에 참을 담아 주실 주님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은 세상 사람들에게는 헛되고 무력했지만 부활로써 죽음을 이겨낸 십자가의 의미와 힘을 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주님께 우리의 시선을 돌립시다. 그분께서 우리를 이미 보고 계십니다. 그분의 얼굴에서 기쁨을 찾읍시다. 우리에게 그 하나만 족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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