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8일 (월)
(녹)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러나 가셔서 손을 얹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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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Re:냉담이나 배신이라는 단어에 속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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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11.210.105.*]

2008-06-19 ㅣ No.6809

고통~이라는 건
나 아닌 남이 알아주기 참 힘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님 아닌 다른 누구도 님의 고통을 진실로 나누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이 용서하실 것이다 라는 충고가
님께는 아무 소용없을 것입니다.
님의 잘못 없이 님에게 다가온 고통을
그 누구가 '용서'라는 이름으로 자비를 베풀 수 있겠습니까?
 
고해소에서~ 아무리 정성껏 고백을 하시더라도,
아니면
앞에 상담해주신 분들 권유대로
묵주기도를 하시더라도~
아니면 관상기도를 하시더라도~
님 스스로 자신이 처한 아픔과 고통을
왜 내가 받아야 하는가?
스스로 납득하고 수용하기 이전에는
결코 그 고통을 없는 것으로 되돌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냥 느낌을 그대로 적어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님께서는 자신의 처지를
"냉담 상태로 있다가 ...... 배신한 사람"이라고 단정하고 계신 듯합니다.
저는 "배신"이라는 말에 담긴 죄책감~
그건 적당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하느님은
언제, 어느 곳에나 시공을 초월해서 존재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분은 우리 안에, 우리 곁에 늘 계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니
님의 마음 안에, 님의 가슴 속에
늘 하느님은 함께 계시는 것입니다.
사실 늘 함께 계시다는 것도 표현일 뿐입니다.
실상은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품성을 타고난 소중한 존재입니다.
 
부처님께서
삼라만상에 불성(佛性)이 깃들어 있다고 하신 설법의 참 뜻은
바로 그런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니
님의 마음과 몸은 하느님을 멀리한 적이 있을지 몰라도,
님은 결코 하느님과 분리된 적이 한번도 없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마치 물이 한방울 떨어져 있을 때는
하찮은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것이 개울로~ 강물로~ 바다로~ 흘러내려가면
어마어마한 바다를 이루는 소중한 존재라는 걸 
저절로 알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물방울이 메말라 버리면
사라지는 것으로 착각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수증기로 증발하더라도
그것은 하늘에 올라가 구름이 되어
다시 땅으로 내려오게 마련입니다.
 
물방울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사라지더라도 그것이 절망이라고 낙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지하에도 물은 흐릅니다.
동굴 속에서라도 물은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물길을 이루고 있으며,
언젠가 우물을 파는 사람의 손길에 의해서
다시 땅위로 솟아나
목마른 사람에게 위로를 주는 감로수가 될 것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배신하고 싶어도,
우리 안에 계신 하느님은
결코 수용못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신성은 언제나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바다가 너무나 넓은 것처럼.........
나의 마음 가운데 계시는 하느님은
이미 고통과 더러움과 잘잘못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조용하게
님을 사랑으로 감싸고 계십니다.
 
이것은 실로 진실입니다.
이것 이외에 달리 진실이 없습니다.
 
님은 여전히 사랑받는 존재이시며,
사랑을 베풀고 있는 존재이십니다.
 
여기 계시는 모든 상담자 여러분도
님을 사랑하고 계십니다.
저도 님을 사랑합니다.
 
형편이 어려워 성당에 못나가는 분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을 몽땅 냉담이라고
몰아세울 분은 없습니다.
성당은 그런 곳이 아닙니다.
내 마음 안에 성당이 있어야 합니다.
내 마음안에 사랑과 자비가 없으면,
몸만 성당이라는 공간에 가 있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님께서는 냉담이라는 컴플렉스를 내려놓으셔도 되겠습니다.
더구나 성당에 안나가서 불행이 겹쳤다고
여기시는 것은
미신적인~ 또는 현세구복적인~ 신앙의 모습에 불과합니다.
 
도리어
님이 겪고 계신 고통 덕택에
자신의 마음 안에서 조용히 활동하고 계시는
내면의 하느님과 만나실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참 하느님이 원하시는 가장 큰 바램일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라면
님이야말로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부디 님께서
늘 편안한 생활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 사비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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