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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아버님의 유난한~ 며느리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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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의 향기
푸석거리는 나뭇잎들은 다음해의 여린 숨결을 위한 떨굼을 하고.
몸 안으로 스물~ 파고드는 이 한기를 때론 묘한 따뜻함으로도 느낄 수 있는건
아마... 내 맘안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 있어서일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나탈리아예요.
오래간만이죠. 얼마전 한 신부님께서 전화주셔 왜 요새 글 안올리나?
무척도 궁금해 하셨는데...
바빴다고 하면 용서(?) 받을 이유가 될까요?
정말 반갑네요. 이젠 자주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며칠 전에 시아버님 병원가는데 따라갔다 왔습니다.
말로는 모시고 가고자 했는데... 이런~ 아버님께서 당신 막내 며느리
챙기시느라 오히려 더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나 합니다.
시댁 아파트에서 나와 나는 마을 버스를 타고, 아버님은 자전거를 타시고
전철역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 나탈리아야, 조금 이따 보자" 휭~ 페달을 밟으시며 도로 위를 힘차게
달리시는 모습은 빼꼬 모자 때문이었을까요? 그냥 청년의 얼굴이셨습니다.
"애야, 너 오후에 수업있는데 피곤하지 않겠냐?"
"아뇨, 아버님 괜찮습니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릴 때, 바람 부는 거리를 걸을 때, 차 안에서도
난 아버님의 팔짱을 꼭 끼며 꽤나 곰살맞게 "아버님~ 아버님"하며
혹- 진찰에 긴장하고 계실지도 모를 아버님께 이렇게
작은 기쁨이라도 드리고 싶었습니다.
도착하자 마자 배춧잎과 된장이 풀어진 해장국을 뜨뜻이 먹고,
예약된 곳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아버님께서는 몸에 있는 모든 금속으로 된 물건을 내게 맡기시고
곧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문은 쿵- 닫혀 있는데 왜 그 안에서 들리는 소리는 그리 크게 들렸을까요?
묵주를 손에 쥐고 기도를 드리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난 탓일까요?
꾸벅대며 묵주알 한알 돌리고 또 꾸벅거리고...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 그렇게 모진(?) 잠 속에서
아버님의 건강함을 비는 나의 기도는 계속되었습니다.
"아버님~ 수고 하셨습니다." 진료실에서 나오는 아버님께
인사드리며 저희는 병원 문을 나섰습니다.
푸석거리는 당신의 거친 손이 기억납니다.
틀니를 빼 홀쭉해진 당신의 얼굴이 생각납니다.
딸처럼 저를 사랑스럽게 쳐다보시던 그 눈빛도 가슴에 있습니다.
아버님 건강하세요!
어떻게 해드리는 것이 효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께 늘 기쁨만을 드리고 싶습니다.
시댁에 가면 따뜻한 밥 한공기 식사 한번 제대로 챙겨드린 적이 없는데도
제가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기쁘신지 연신 웃으시는 아버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밤색의 낙엽- 그 물기 다 빠진 푸석거림의 모습에서
건강 때문에 걱정이신 아버님- 당신의 얼굴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가만 생각해 봅니다.
난 영원히 내 아버님 앞에서 깡총대는 철없을 며느리되리라...
그 모습 예쁘다 코 씰룩~ 거리실 내 아버님 앞에서 늘~
일곱살짜리 딸의 모습으로 남아있으리라 이런 다짐을 해보게 됩니다.
게시판 가족 여러분들도-
겨울이 오기전에 따뜻한 사랑 한아름 안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빛이 될 수 있을... 기쁨일 사람이 되보도록 노력해 보세요.
만들어낼 사랑일지언정 누군가를 위한다는 맘은
바로 우리 예수님의 맘일것 입니다.
추위에 늘~ 건강하시구요~!
- 2002년 11월 14일 목요일 아침에 -
... 아버님 행복하세요! 나탈리아 올림.
P.S: " 시간이 흘러감에 변하는건 단지 계절뿐만이 아니라...
어느날 부쩍 자라난 부모님께 대한 맘이 아닌가 합니다.
그 분들의 깊은 사랑을 깨닫는 이 당혹스러움이
문득 이 아침에 털옷의 따스함으로 찾아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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