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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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족에 대한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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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7-19 ㅣ No.232

 

저희 가족은 4명입니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신자이고, 아버지는 영세를 받지 았았는데 앞으로도 영세받을

생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땐 우리 가족이 단란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들이 가끔 크게 다투기는 했어도 품성이 좋으신 어머니께서 잘 참아내셨으니까요.

 

아버지는 성격이 좀 특이합니다.

평소에는 화를 많이 내지는 않지만, 한 번 크게 화를 냈다하면 지금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을 모두 기억해 내서 어머니를 괴롭히는 이상한 습관을 가지고 계시지요.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생활한 날들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그런 문제때문에 늘 부담을 가지고 계시리란 것은 이해하지만

그 외에 어떤 문제도 우리 가족에게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먹고 사는데 지장이 있을 정도로 가난한 정도는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부모님의 싸움의 빈도는 점점 잦아졌고,

저와 여동생은 아버지에 대한 반감을 조금씩 키워 왔던게 사실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에 대해서 트집을 잡고 큰소리를 치는 일이 늘어났기 때문이죠.

성장하면서 가치판단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반감이 커졌을 겁니다.

 

엄마가 옆에 보이지 않으면 한시도 못견딜 정도로 엄마를 찾아대지만,

결국 옆에 계시면 종부리듯이 괴롭혀 대기만 합니다.

우리가 커가면서 엄마의 그런 모습은 처량하게만 보였고, 그것이 구속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제가 고등학생무렵... 이제는 엄마가 아빠로부터 해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큰 싸움이 일어날 때면 은근히 이혼을 했으면...하고 바라게 되었죠.

하지만, 저희 아버지는 외인들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사람이었고,

집에서는 가족들에게(특히 어머니에게) 함부로 대하는 편이지만

밖에 나가면 한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완벽하고 좋은 사회인처럼 행동하시는 분이라

이혼같은 건 자신의 명예에 이롭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집안만 어수선하게 만들어 놓고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는 아무렇지 않은듯 일상생활을 합니다.

 

부모님은 아마 관면혼을 서약했을 겁니다.

어머니께 판공성사표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저희 어머니는 연민때문에, 그리고 두 딸의 장래에 누가 될까봐 아버지와의 이혼을

고려하지는 않고 지내셨습니다.

 

얼마전, 또 별것 아닌 이유로 아버지는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았고,

이제는 참다 못한 동생과 제가 나서서 어머니를 옹호하고 아버지께 대들었습니다.

우리들은 아버지의 성질을 무척이나 무서워 했지만, 더 이상 각자의 방에 들어가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둘이 힘을 합쳐 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캐묻고

옳고그름을 가리자고 도전을 했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제 동생은 아버지로부터 심한 말을 듣게 되었고,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나섰기 때문이었는지 아버지도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한 것처럼 보였고,

곧 이혼장에 도장을 찍을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어느새 슬그머니 그런 내색은 꼬리를 감추고 약간 미안한듯 기세를 낮추더니

또다시 예전처럼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 동생이 받은 충격입니다.

아버지는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말처럼 유연하지 못한 대나무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별로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그런 성격을 닮았죠.

이제 부모님이 이혼하지 않으면 두 분 모두 꼴보기 싫다는 식입니다.

 

그렇게 온집안을 시끄럽게 만들어 놓고도 태연하게 함께 밥먹고, 한집안에서 지내는

부모님과 저까지 싫어졌나 봅니다.

그런 일이 있기 20일 가량이 지난 것 같습니다.

동생은 그 이후로 아버지와는 부딪치지도 않으려고 피하고,

어머니와 저한테는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집에서는 물한방울도 입에 대지 않습니다.

 

저는 직장에 나오니까 집안에서의 생활을 볼 수는 없지만,

오후시간에는 어딘가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가는지 나갔다가 한밤중에 들어오곤 합니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않고 딴청만 피우고, 자리를 피하고,

물도 먹지 않고 자기 방에서만 지냅니다.

 

너무 독하다는 생각이 들어 미워서 말도 안 걸고, 어머니께 신경쓰지 말라, 삐뚤어져도

이만저만 삐뚤어진게 아니다...라면서 그냥 놔두라고 했지만...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아버지가 과격하게 집안을 흔들어 놓을 때면

혼자 집을 나가서 살고 싶다고 말을 한 적이 있는 동생은

현재 모아둔 돈이 없어서 집을 못떠나고 있는 것이지, 약간의 경제력만 된다면

곧 소리도 없이 우리곁을 떠나가고 말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동생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을 수 있을까요...

이미 우리모두 아버지에 대한 정은 멀어진지 오래입니다.

그렇다고 쉽사리 이혼을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구요...

동생은 아버지가 제일 싫겠지만, 함께 지내고 있는 우리도 싫은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동생은 사고방식이 남달랐습니다.

늘 피해의식에 젖어 살았거든요... 둘째이기 때문에 엄마사랑을 덜 받는다고 생각했고

항상 언니와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언니에게는 공주처럼 대하고 자신에게는 함부로 대한다고 반항도 좀 했습니다.

하지만, 남들처럼 비행청소년이거나... 이런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곱게 잘 컸고, 저와 아주 가깝게 지냈고... 취미도 비슷해서 늘 함께 했었는데

제가 잘 챙겨주지 못한 잘못이 큽니다...

이번일만해도 100번 모두 제가 동생의 마음을 헤아리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힘들고 푸념듣는 것도 싫고... 해서 그냥 부모님 하시는대로 두고 보자고 했던것이

동생에게는 서운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집안일에 언니 편한대로만 행동한다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기도로 청해 보지만...

동생의 마음은 자꾸 멀어져만 가는 것 같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이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제가 우리 가정의 평화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기도했는데,

이렇게 어려운 일만 주시는지...

 

그렇지만 저는 오늘도 기도합니다.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동생이 눈길을 마주치지 않기 때문에 대화도 불가능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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