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7일 (일)
(녹) 연중 제14주일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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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7-17 ㅣ No.230

익명게시판은, 제가 제대로 찾아 보지 않아서 인지, 여기 밖에는 없는 것 같아서, 글을 올립니다. 신앙상담이라는 성격에 맞지는 않습니다만, 화가 치미는데 말할데가 없어서 글을 올립니다.

 

게시판 관리자님께서 읽어 보시고 글을 옮겨야 하는 경우에는 그냥 삭제하셔도 됩니다.

 

저는 스물여덟먹은 여자로, 전화로 고객상담을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24시간 365일 무휴인 관계로 오늘 휴일 근무조로 편성되서 일하러 갔습니다.

업무의 성격상 컴퓨터를 잘 알아야 해서, 주로 여성분들이 일하시지만, 40%정도는 남성분들이 계십니다.

 

제 자리의 전화가 울렸습니다. 오늘의 첫 전화였지요. 늘 하는 데로, 인사멘트를 하고 나서 저는 그만 돌덩이가 되었습니다.

전화기를 통해, 말그대로 씨근덕거리는 신음소리가 가득 들려오더군요.

...왜 또 저희 회사 전화기는 전화 감도 그리 깨끗한지요.

 

처음에는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들려서, 여보세요, 여보세요 하고만 말을 하다가, 너무 놀라서 빨리 끊어버렸습니다.

 

저는 이런 일을 한지 약 2년째가 됩니다. 무례한 전화라면 거의 매일, 매일 받고 있어서 꽤 적응이 되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자 동료들도 있는 자리에서 뭐라고 할 수도 없었구요, 또 너무 놀라 차분히 그런 생각 할 틈도 없었습니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더군요. 화장실에가서 벽에다 이마를 쿵쿵 찌으면서 진정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어째서 그런 상황에서 저는 그런 방법 밖에 모르는 걸까요.)

 

시간이 지나서는, 여자 목소리를 기대하고 전화했다가, (저희 전화는 게다가 무료니까요.) 남자 목소리를 들었으면 얼마나 실망했을까. 목소리도 어리던데. 차라리 그 아이의 (지금 생각해보면 목소리가 좀 어렸던 것 같아요.)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켜 줄만큼 제 목소리가 섹시하긴 했을까. 하고 피실피실 웃기도 했습니다.

 

...바쁜 하루가 끝난 지금, 속이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어쩐지 무시당한 기분이듭니다.

어째서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그렇게 자신의 더러운 속을 잘도 들어내는 걸까요, 사람들은?

 

그것은 길을 가다가 돌뿌리에 넘어지고 나서 아픈마음에 돌뿌리 탓을 하는 것과 비슷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은, 당연히, 얼마든지 다시 일어 날 수도 있고, 오늘 하루 수십, 수백 건이 일어난 일일 것입니다. 읽어보니 별 것 아니네, 하시고 픽 웃으실 분들도 많으시겠습니다. 아마도 저라도 이런 글을 게시판에서 읽으면 그런가 보다 해버리고 말 것입니다.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서 죽을 수도 있다더니, 당해보니 정말 그렇네요.

 

저도 아무데나 전화해서 욕이나 한바가지 해주고 싶은데, 아는 욕지거리 갯수가 별로 없네요. --;

 

...울어도 바보같고, 화내자니 혼자서 우습고...

...이렇게 글이라도 써서 풀까합니다.

순간적으로 성적 노리게가 되어 피해자가 되어 버리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위로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신앙상담이라는 중요한 게시판이 이렇게 개인적인 넋두리나 적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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