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6일 (토)
(녹)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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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눈물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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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 [74.115.139.*]

2007-02-27 ㅣ No.5067

글님의

'눈물 이야기'를 들으며 성서 안의 눈물이야기들과

요즘 제가 읽고 있는 빠드레 삐오 - 비오 신부님의 이야기 속에

깊은 인상으로 남는 그분의 눈물 -

그 눈물이 흘러나오는 그분의 그윽한 곳을 안개 속 처럼 흐릿하게나마 들여다 보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그저 두서없이 나누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떤 조언을 드리고자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오 신부님이 아침 미사를 드리는

산조바니 로똔도의  수도원 성당 앞에는

새벽부터 사람들로 붐비곤 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 여행자, 순례자, 수도자, 외국인, 내국인....

 

성당 문이 열리면

극성맞은 여자들이 노인이고 뭐고 밀어 제끼면서 먼저 들어가

제대 가까운 맨 앞자리에 앉아   미사드리는 비오신부님의 모습을 뚫어져라 응시합니다.

 

비오신부님은

미사 시작하면서 제대에 키스하는 순간부터 눈물을 흘리시기 시작합니다.

신부님은 신자들, 특히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그 여인들의

호기심 반, 열성 반의 눈 앞에 서신 것이 아닙니다.

 

골고타 산정,

아버지의 버림을 받은 그 영혼의 컴컴한  어둠 속에서 그분이 외롭게 선 곳,

십자가 위에 죄인의 몰꼴로

못과 망치로 고정되어 죽임이 진행되고  있는 그 시간의 그 제단 -

 

파괴되어 한 덩이 살과 선지로 되어가는 몸,

신경줄 줄기 가지가지 마다 낙뢰의 전광 줄기 처럼 퍼지는 악의 파괴력,

그 속에서도  내어놓으시는 이성과 사랑의 부드러운 말 마디 마디 -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십시오!" 

"당신은 나와 함께 오늘 낙원에 있을 것입니다"

"이는 아들입니다.    이는 네 어머니시다"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

"다 마쳤다!"

 

이 제사가 바로

비오 신부님의 미사, 제대 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제인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이란

나방이가 벗어내고 나간 껍질 처럼

겉 모양의 연기 뿐.

 

아버지 안의 사랑, 그 사랑 안의 모든 사람들, 인류,

아버지만이 알아 주시는,

모든 것 내어

제물로 바치는 외로움 속의 제사,

 

그 마음 일일이 곱씹는

비오 신부님의 여린 마음은

샘물 처럼

눈물을 솟고 또 솟아냅니다.

 

예수님은 그 고통을,

그리고 그 사랑의 온유한 마음을

비오 신부님과 함께 나누기를 원하셨습니다.

 

비오 신부님의 눈물은

사섯 상처의 아픔의 눈물, 동정의 눈물이 아니라,

그토록  아픔을 포옹하면서

사랑해주시는 분의 사랑을 살갑게 느끼며

솟고 또 솟는 감사와 사랑의  눈물이었습니다.

 

예수님도 세번 울으셨었습니다.

외로움도 고통도 모욕도 죽음도 눈물이 되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죽은 과부의 슬픔의 울음을 보시고,

단순한 사랑의 벗이었던 라자로의 무덤 앞에서,

이스라엘의 혼, 예루살렘의 몰락을 예견하시면서...

 

 

또 한 여인의 눈물 -

 

경멸의 돌로 쳐맞아 죽게 된 한 간음녀,
수치스럽게  머리채 잡혀 질질 끌려가 닿은 곳, 어느 분의 발치 -


 뜻밖에도 그분의 벽력과 같은  변호의 한 마디 -


"죄가 없는 자 먼저 나와 돌로 쳐라!'

 

어느 남자의 품 안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그 분의 그 품,

망가진 자기의 모든 것 되찾아 주시고
영혼의 존엄과  아름다움 - 사랑 - 다시 보게 해 주신 그 고마움,


어느 집 저녁 식사의 자리에서 다시 뵙게 된 이분,
그저 얼굴도 못 들고 발치에 엎드려 들어가  한 마디 말씀 못 드리며
처음 뵈올 때 뵙게 된 그 발, 다시 보며 해 드릴 것은

콧 등, 입술을 타고 흘러 내리는 눈물,

길게 늘어진, 이제는 윤기 넘치고 향내 풍기며,

아름다운 머리카락으로의 닦음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글님은

그 오랜 세월

냉기와 어둠 속에서 결빙이 되어왔던

빙하기의

저 어마어마한 빙하가 녹아내리는

빙하의 물인 듯

 

예수님을 만난 기쁨,

그 기쁨이 눈물로 흐르는 의식은 아마도

빙산의 일각인 듯,

 

아마도,

그 오랜 세월 수면 아래 잠기어 있던

잠재의식 속, 님의 그리움이

빙하의 물과도 같이 녹아 내리는

눈물인가 봅니다.

 

푸른 하늘

따스한 햇님의 품 안에서

녹고 또 녹으며

흐르고 또 흐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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