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상담 신앙상담 게시판은 비공개 게시판으로 닉네임을 사용실 수 있습니다. 댓글의 경우는 실명이 표기됩니다.

q Re:

인쇄

비공개 [112.164.96.*]

2013-04-09 ㅣ No.10126

먼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믿음의 깊이는 몇 대째 신앙생활을 하는 가문인지 또 얼마나 주일미사를 열심히 나가고 있는지 혹은 본당에서 얼마나 많은 단체의 혹은 얼마나 많이 간부를 해 봤는지 또는 사제인지 수도자인지 하는 것과 확실한 인과 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것들이 있어서 더 믿음이 깊을 것 같지만, 때로는 기도를 열심히 한다는 사람조차도 믿음의 깊이가 얕아서 그 열매는 부실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그렇게 간부를 하고 기도를 열심히 하고 주일미사에 열심히 나오는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자신의 믿음이 깊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물어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겠지만, 더 나아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더 나아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수준에 만족해 버렸다는 것이지요. 마치도 학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일수록 질문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실은 열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는 배경에는 오랜 동안 그렇게 살면서도 불편한 것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냥 만족해 버릴 만큼 신앙의 도전도 없었고 시련이나 더 깊은 체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남편 분은 자신에게 중요한 미사를 못가게 한다고 단정지어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분풀이로 외박을 선택하는 사람입니다. 부부생활, 가족생활에 있어서 먹고 사는 문제와 상관없는 외박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갖습니다.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그런데 남편분은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사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물론 사람은 남들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떤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으로 인해서 나의 다른 시간들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믿는 그런 것도 있지요. 하지만 남편분은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님에게 상처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거기까지 생각할 여력이 없습니다. 남편분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어리기 때문입니다. 나이는 먹었지만 나 외의 다른 사람의 처지가 보일 만큼 성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일미사를 토요일보다 주일에 가는게 맞지 않은가 그런 질문을 하셨는데, 신자들의 오래된 관습은 주일미사는 주일에 가는게 맞습니다만, 그보다 더 오래된 전통은 주일의 시작은 토요일 저녁으로 봅니다. 그래서 주일특전미사라고 하는 것이 결코 교회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일에도 충분히 갈 수 있는 시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먹고사는 문제와 상관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을 하기 위해서 토요특전미사를 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수도자들은 그들의 정해진 기도의 틀 안에서 토요일 저녁부터 주일로 보고 형식에 맞춰 기도를 하지만 정작 그들의 주일미사는 주일에만 있습니다. 토요일에 주일미사를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문 경우입니다.

 

또 세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것과 연관되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가톨릭 신앙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남편 분이 그런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남편 분은 스스로 "미사를 통해 바닥을 치던 자신이 인간다워질 수 있었다"고 하는 어떤 체험이 있었고 그 체험을 통해서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으리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만큼 신앙이 성숙되는 혹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겠지요. 그런데 인간의 성장은 어떤 특정한 시기에만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떤 때에 신앙이 성숙할 기회가 있었다면 그것은 그때 필요했기 때문에 주어진 은총이고 어느 때까지 분명히 이어질 수 있는 것이 되지만, 한 번 성장했다고 그것으로 죽을 때까지 울궈먹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꾸준히 성장해야 하고 지금 하느님께서 나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무엇을 말씀하시는지를 듣고자 하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남편분은 마치도 초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서 그때받은 칭찬과 사람들의 대우에 만족해서 중학교에 진학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진학을 멈추어 버린 것에 비길 수 있습니다. 그때에는 분명히 가장 우수했을지 모르지만, 거기서 성장이 멈추어 버린 다음에는 도태되고 맙니다. 그런데 본인은 잘 모르지요. 왜냐하면 그때의 그것에 만족해서 아직까지도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남편분이 아직 어리다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이 몇 대째 내려오고 있고, 주일미사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그러는 것이 마치도 내가 잘하는 것인양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잘 하는 것이 있기 위해서는 삶의 실천이 있어야 합니다. 삶의 실천도 사실은 당연한 것이지만 거기서부터 잘 하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실천이 없고서 개인적으로 하느님만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주일만 거룩하게 지내는 것은 당연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서 자기 만족에 빠져 사는 것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사는 것입니다.

 

님께서는 남편 분이 가고 있는 그 길로 가지 마시고 더 나은 신앙생활, 더 맞는 신앙생활을 하시기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은 성당에서 같은 하느님을 믿는 것 같지만, 사실 마음 속에 그려진 하느님의 모습이 다르기도 하고, 그래서 그 깊이가 다르기도 합니다. 남편분이 지금 처해 있는 상황에서 마음의 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많이 바라거나 기대하지 마시고 단지 많이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아이는 자기 밖에 보지 못합니다. 어른은 자기도 보고 남도 볼 줄 압니다. 그래서 어른은 아이에 비해 늘 손해를 봅니다.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자기만 따지는 사람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기만 보고 사는 것은 인생의 정답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때의 지나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의 보상을 바랍니다. 그래서 손해를 보더라도 아깝지 않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내 뜻과 상관없는 뜻하지 않은 손해가 하느님께서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주실 것이라는 희망이 됩니다. 남편분이 지금보다 더 많이 성장할 때까지 더 참으셔야 할 겁니다. 지금 님에게 있어서 남편분은 분명히 감당하기 힘든 십자가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남편분으로 인해서 하느님께서 님께 더 많은 은총을 주시리라 믿으며, 긴 글을 맺습니다. 함께 기도합니다.



228 1댓글보기

신고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