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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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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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1-06-02 ㅣ No.147297

작년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2021년 올해에는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Nomadland)’가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습니다. 두 영화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에서 태어난 아시아 출신의 감독입니다. 아시아인의 정서와 감정이 유럽과 미국의 영화계에서도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가 주는 주된 시대정신입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자본주의와 능력주의가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해 주는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온 도시와 문명이 주는 편리함과 풍요로움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행복은 내가 살고 있는 집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행복은 나의 능력과 업적에 비례하지 않습니다. 밤하늘의 별에서 사랑을 볼 수 있다면, 봄에 피는 꽃에서 희망을 볼 수 있다면, 낯선 이를 반갑게 맞이하는 이웃에게서 믿음을 볼 수 있다면 행복은 이미 우리 곁에 있습니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 속에는 하루하루 삶을 걱정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그늘이 있습니다.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의 좌절과 분노가 사회를 병들게 합니다. 경쟁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교만과 오만이 사회를 나누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라이언의 문명의 역습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가 추구하는 문명은 너무나 큰 희생 위에 세워진 모래성과 같습니다.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은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풍요로움을 위해서 버려지는 쓰레기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갈 터전을 쓰레기 더미로 만들고 있습니다. 두 영화는 과연 우리가 이대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인공지능, 자율 주행 자동차가 우리를 편리하게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행복은 타인의 아픔과 슬픔을 공감할 때 시작되는 것입니다.

 

코로나19에 대해서 우리는 경제적인 손실을 이야기합니다.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백신과 치료약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곧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어쩌면 다른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 모릅니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면서 우리는 어쩌면 지나치게 타인에 대해서 비난과 비평을 일삼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어쩌면 우리는 말 못하는 생명을 괴롭히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우리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힘없는 사람들 착취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수시로 체온을 재면서 나의 사랑의 온도, 나눔의 온도, 희생의 온도는 너무나 식어버리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안전을 위해서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으면서 과연 내가 거처할 하느님 나라에 나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오늘 성서 말씀은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능력주의와 자본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타인과 자연을 희생하면서 세우는 바벨탑이 아닙니다. 그것은 한없는 연민과 사랑입니다. 철학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찾고, 종교는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찾지만 사랑은 그 두 가지에 대한 해답입니다. 가장 미련한 것은 사랑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고 가장 슬픈 것은 사랑을 해보지 못하는 것이며 가장 불행한 것은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랑에 있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자존심입니다. 깃대에 깃발이 없으면 무의미합니다. 깃발에 바람이 없으면 더 무의미합니다. 방황은 사랑의 깃발에 부는 바람입니다.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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