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0일 (일)
(녹)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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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성령과 소명과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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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원 [silver0824] 쪽지 캡슐

2017-06-04 ㅣ No.112414




2017년 성령 강림 대축일


<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

복음: 요한 20,19-23

 


 성령강림


Restout, Jean 작, (1732), 캔버스유화, 465 x 778 cm, 파리 루브르 미술관

 

 

 

며칠 전에 제가 이전에 세상에서 성공하게 해 주신 것을 가지고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지 마라는 강론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질문해 온 신자가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보란 듯이 성공하여 모든 것을 주님께서 해 주셨다고 말하며 그 공을 주님께 돌리면 세상 사람들도 주님을 믿고 의지하게 될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참 주님을 믿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인간의 성공을 위해 봉사해 주는 가축과 같은 분으로 만들어서 믿게 하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높은 지위에 올라서고 성공을 거두고 명성을 얻은 것을 가지고 주님께 영광을 돌린다면 주님께서 고작 이 세상에서 그런 것들을 얻도록 도와주기 위해 존재하시는 분으로 만드는 것밖에 안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을 금송아지 같은 분으로 만들어서 우상을 믿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사울은 전쟁에서 모든 사람과 동물을 다 죽이라는 주님의 명을 어기고 주님께 바치겠다고 좋은 짐승들을 살려왔습니다. 주님께 공을 올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주님을 그것 때문에 사울을 왕의 자리에서 내치셨습니다. 참 영광을 돌림은 그분께 순종함에 있는 것이지 그분의 뜻을 나에게 맞추는 데 있지 않습니다. 자신의 뜻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영광을 먼저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비천한 사람으로 살기를 바라실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자신의 뜻을 먼저 앞세우는 사람들의 특징은 두려움입니다. 자기 힘으로 살아가니 잘못될까봐 두려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저도 모처럼 쉬게 될 날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찾아오지나 않을까 두렵습니다. 이렇듯 두려움은 자신이 가진 것이 있을 때 그것을 잃을까봐 생기는 것입니다. 자신의 뜻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도 그 뜻이 이루어지지 않을까봐 기도도 열심히 하지만 동시에 그것들을 잃게 될까봐 두려움에 경직된 삶을 살아갑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제자들이 바로 이런 상태에 있었습니다. 여인들도,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도 찾아와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보았다고 증언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직접 뽑아 세우셨던 자신들에게는 아직 당신 자신을 보이지 않으시며 다른 사람들의 증언으로만 그분의 부활에 대한 확증을 갖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문을 박차고 나가 복음을 선포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계속 문을 걸어 잠그고 있어야 하는지 갈등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고 하는 말이 이런 상황인 것입니다.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가장 고통스럽습니다. 죽음이 다가와도 그 죽음을 맞아야하는 것을 명확히 안다면 편하지만 그런 확신이 없다면 발버둥을 치며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고통을 받는 것입니다. 혹은 사랑하면 행복하기는 하겠지만, 그 사람과 결혼까지 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결혼할 상대까지는 아닌 것 같은지 결정할 수 없을 때 가장 힘들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새로운 사람이 생겨서 혼인을 뒤로 미룰까 말까를 고민하게 된다면 더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런 혼란에서 우리에게 명확한 갈 길을 제시해주시기 위해 오십니다.

 

2011년 제작된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란 영화는 실험실에서 실험용으로 사용되는 유인원에게 치매 치료를 위한 주사를 주입하였을 때 한 유인원이 인간처럼 언어와 의식을 가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 주사를 개발한 사람은 그 똑똑한 원숭이를 자신의 집에서 가족처럼 키웁니다. 가족처럼 키우지만 사람으로 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원숭이는 어떤 때는 가족처럼 여겨주는 것에 고맙지만 어떤 때는 개처럼 집에만 가두어놓는 주인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한 번은 사람을 도우려다가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동물원에 갇히게 됩니다. 주인이 자신을 가족처럼 여겨주는지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인간들처럼 자신을 가축취급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겉은 원숭이지만 속은 사람과 같은 그 유인원은 결국 자신을 동물원에 가둬버리는 주인에게 크게 실망하게 됩니다. 자신은 사람도 아니고 원숭이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으로 고통스럽게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동물원 원숭이 무리 속에서 그들의 공경을 받던 중, 지능을 사용하여 그들이 자신을 따르게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은 사람도 원숭이도 아니지만 원숭이를 해방시킬 수 있는 새로운 소명을 발견해냅니다. 그가 정체성을 깨닫게 되자 이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게 된 것입니다. 바로 실험실에서 인간에게 고통당하는 다른 원숭이들을 구해내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 진화한 유인원은 자신이 맞았던 그 주사를 훔쳐 다른 유인원들에게 주어 그들도 의식이 진화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인간을 떠나 방해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자신들만의 숲으로 들어갑니다.

 

예수님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잠가 놓고 있었던제자들에게 나타나십니다. 그리고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인사하십니다. 이때는 그분의 부활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두려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첫 평화의 인사는 당신의 부활을 믿어 더 이상 혼란에 휩싸이지 말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평화가 너희와 함께!” 라고 인사하실 때는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라고 하시며 그들을 파견하십니다. 파견하신다는 뜻은 일을 시키신다는 뜻입니다. 죽음을 이기신 분이 일을 시키실 때는 그 일만이 죽음을 이길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일을 시킬 때 성령을 받아라라고 하시며 당신 숨을 불어넣어주십니다. 이는 마치 아담을 만드시고 그의 코에 숨을 불어넣으신 다면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라는 일을 시키시던 에덴동산에서의 모습과 같은 것입니다.

성령은 선물입니다. 이 선물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해 주는 힘입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만드는 은총입니다. 비유로 말하자면 위에서 유인원이 의식이 진화하는 계기가 되었던 주사와 같습니다. 이 주사를 맞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게 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히 알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명확히 알게 됩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아는 것이 바로 평화인 것입니다. 오늘은 교회를 상징하는 사도들에게 죄를 사해주는 소명을 주시지만 이는 세례를 주는 것과 같고 이름을 지어주는 것과 같으며 선교를 하는 것과 같고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실천하는 것과 같고 번성하라는 최초의 계명의 연속인 것입니다.

 

이렇듯 성령을 받은 사람들은 혼란이 있을 수 없고 이웃을 사랑하는 소명 하나만 실천하는 가운데 진정한 평화를 누립니다. 세상에서 성공할 필요도 느끼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의미 있는 유일한 일은 옆의 사람을 용서하는 일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일이고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만 유일하게 가치 있는 일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세상에서는 가난해지고 멸시받더라도 주님의 그 뜻을 따르면서도 결코 마음의 평화를 빼앗길 수 없는 것입니다.

아무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용서하는 마음으로 살아서 미워하는 사람이 없습니까? 이분은 틀림없이 성령을 지니고 그 소명을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마음에 평화가 있을 것입니다. 성령강림을 말하면서 평화를 말하지 않을 수 없고 평화를 말하면서 성령강림을 통해 우리에게 맡겨진 유일한 소명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성령을 통하여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신 주님을 찬미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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